초등생 과학이해력 대학생 수준
향후 5년간 영재교육원 58개 신설 '유행병' 우려…실패땐 상실감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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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제철동초등의 한 영재학급 학생이 지난해 제1회 영재교육 창력 산출물 발표대회에서 퀴리상을 수상한 레이저 연구물 제작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창의력이 세상을 바꾼다.'
전국 단위학교로는 드물게 2001년부터 영재학급(지도교사 김헌수)을 운영해온 포항제철동초등학교 과학영재학급의 슬로건이다.
교실에 들어서자 봄방학을 맞아 놀러 온 박노영(13)·손성민군(13)이 컴퓨터 오락에 열중하고 있었다. 다가오는 새학기에 6학년이 되는 두 어린이는 단순히 노는 게 아니다. 고차원적 사고로 피곤해진 머리를 잠시 쉬고 있는 것이다. 둘은 4~6학년 학생 18명과 함께 지난해 영재학생으로 선발돼 일주일에 두차례 2시간씩 영재교육을 받아왔다. 자신을 얻은 두 어린이는 지난해 10월 제1회 영재교육 창의력 산출물 발표회에 출전, 퀴리상을 받았다. 과연 이들의 지적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두 어린이는 수학과 물리학 등 기초과학의 여러 원리에 대해 전혀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꼭 수학과 대학생 같았다. 레이저를 이용해 일명 구름 도넛이라 불리는 볼텍스 링(Vortex rings)을 직접 만들어 보였다. 물론 빛의 제 현상을 잘 이해한 결과이다. 또 전국 유명놀이공원에서 최고 인기인 급강하 놀이기구 '자이로 드롭' 의 작동원리를 중력과 작용과 반작용 등 뉴턴의 주요 법칙 등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 물론 영재 학급 어린이들이 어릴 때부터 다른 어린이들보다 학습능력이 탁월했던 건 아니다. 이 둘도 체계적인 영재교육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이처럼 입체적 논리력을 쌓아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영재교육 확산
전국에 영재교육 신드롬이 일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지난해말 교육인적자원부는 올해부터 전국의 초·중·고 학생 40만명(전체 5%)에게 영재교육과 엘리트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한 2010년까지 전국 초·중·고생의 1%인 8만명을 대상으로 영재교육을 하고, 32만명에게는 엘리트 코스를 경험케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010년까지 영재학교 2개와 영재교육원 58개를 신설하고 2007년까지 중·고교의 50%에서 수준별 이동수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영재교육 전문교사 6천명을 추가로 양성할 방침이다.
특히 경북도가 전국 시·도교육청 중 영재교육 여건을 가장 잘 갖춰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까지 도내 161개 학급에서 2천774명에 대해 영재교육을 실시해왔으나, 올해는 정보(컴퓨터) 분야에서 2개 학급을 증설할 계획이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진행된 영역별 영재수업은 수학이 75개(1천302명) 학급으로 가장 많고 과학 53개(902명), 정보 13개(205명), 영어 5개(94명), 발명 4개(72명), 국악·수영 등 기타 11개(198명)에 이르고 있다.
도교육청 우상락 장학관은 "고등학생을 제외하면 도내 초·중학생의 0.88%가 영재교육을 받고 있는데, 이 수치는 전국 교육청 중에서 가장 높다"고 강조했다.
◇영재교육 개선점
영재교육. 이게 '유행병'이 되어선 안된다.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를 영재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학부모들도 남다른 각오를 갖고 있어야 한다. 동전의 양면이 있듯 영재교육도 부정적 측면이 있다. 영재교육에 실패한 자녀들은 더욱 큰 상실감을 안게 된다. 물론 높은 차원의 지적 훈련을 시키기 위해선 주변 여건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그냥 교실만 만들고 교사만 배당한다고 해서 결과가 좋은 건 결코 아니다.
현장 교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결같이 영재교육에 찬성하지만, 거기에 찬성하기 위해선 교사연수 및 재정지원 확대 등 기반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영재 학급 교사들은 "영재학급 교사들에게 국내외 연수 기회를 대폭 늘리고 전보 인사시 우대를 해줘야 꾸준히 지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교사들이 영재학급을 맡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연간 300만원의 운영비로는 제대로 된 수업을 할 수 없는 형편이며, 추가 비용이 자칫 학부모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영재학급이 고급학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이다. 이밖에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영재학급에 편성시키기 위해 사설학원으로 보내 선행·심화학습을 시키는 사례가 늘어날 게 불을 보듯 뻔해 교육비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경북도교육청 우상락 장학관은 "영재학생은 학교장 추천, 논리·창의성 검사, 문제해결력, 심층면접 등 4단계를 거쳐 선발될 뿐 아니라 출제되고 있는 문제들은 사교육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포항교육청 김영일 장학사는 "영재학급 학생으로 선발된 학생의 부모들은 마치 자녀가 영재가 된 것처럼 여기는데, 이는 크게 잘못됐다"며 "영재교육을 받는 자녀를 둔 부모들에 대한 교육 또한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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