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따른 금융시장 불안심리 여파 한 몫
안전·수익성 두토끼…뭉칫돈 예금고객 줄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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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두가지 빅이슈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휘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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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反)월가 시위’ 등 금융권에 대한 사회적 책무와 같은 공공성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상업성과 공익성의 조화를 도모하고 있는 우체국 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시 동구 입석동에 위치한 경북지방우정청 금융 창구 모습.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
하나는 지금도 전 세계를 불황의 늪으로 끌고 가고 있는 유럽의 재정위기였다면, 나머지 하나는 금융권의 탐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현실화된 ‘반(反)월가 시위’가 그것이다.
전자가 유럽 금융시장의 하드웨어적 시스템 문제라면 후자는 금융의 공공적 책임에 대한 소프트웨어적인 운영상의 부실이 원인이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극심한 경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자영업자 등 영세 사업자와 서민층을 중심으로 금융권의 공익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금융의 공공성 문제라는 논란의 와중에 조용히 판을 넓히고 있는 금융기관이 있다. 바로 우체국이다.
◆다시 부각되는 우체국 금융
우체국은 엄밀히 말해 금융기관이라기보다 국가기관이다. 지식경제부 산하에 우정사업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설립된 정부책임 운영기관이다. 따라서 우체국에서 일하는 직원도 모두 공무원이다.
같은 이유로 시중은행이 속해 있는 제1금융권도, 저축은행과 보험·카드·캐피털 등이 속해 있는 제2금융권도 아니며, 제3금융권은 더더욱 아니다. 금융적 성격에서 보면 우체국 금융은 조금은 별종인 셈이다.
하지만 이처럼 ‘관’의 냄새가 물씬한 우체국 금융이 각광받을 때가 있다.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에 더욱 그렇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0월의 ‘김석동 새마을금고·신협 발언’ 사건이다.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 다음으로 신협과 새마을금고가 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 후 며칠 사이에 전국 새마을금고와 신협에서 무려 3조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반면 같은 기간 우체국예금은 2조5천억원가량 늘어났다.
지역에서도 새마을금고와 신협에서 빠져나간 3천억원 중 2천500억원가량이 우체국 예금으로 흘러들어갔다.
비슷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체국 예금창구에는 뭉칫돈을 든 고객이 길게 줄을 섰다. 1997년말 5조8천406억원이었던 우체국 예금 잔액은 1년만에 10조6천여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1999년 말에는 14조5천억원을 돌파했다.
즉 경제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금융시장이 불안하다는 인식이 퍼지면 수익성보다 안전성을 중시하게 되면서 우체국 금융이 부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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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실제로 우체국은 금융권의 숨은 공룡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1년말 기준 우체국 예금의 잔액규모는 56조3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5조원 이상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은행의 평균 수신증가 규모가 3조5천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우체국 예금 증가세가 시중은행보다 훨씬 가파른 셈이다. 경북지방우정청에서 파악한 대구·경북지역의 우체국 수신규모도 무려 7조원이 넘는다.
보험까지 포함한다면 수신 규모는 70조원 안팎에 달한다.
우체국 금융의 강점은 무엇보다 일반 금융기관보다 월등히 많은 금융점포와 자동화기기 수에 있다. 전국의 우체국은 3천700여개. 이 가운데 금융업무를 담당하는 점포가 2천700여 곳에 자동화기기는 5천600여대나 된다. 점포 수만 보면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2배 이상이다.
우체국 예금은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이 개인당 5천만원까지만 원리금을 보장해주는 것과 달리 금액 한도없이 전액을 사실상 국가가 보증해준다. 우체국 예금·보험에 관한 법률 제4조에는 국가는 우체국예금(이자 포함)의 지급을 책임진다고 규정돼 있다. 정부가 지급 책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부도나지 않는 한 사실상 원리금 전액이 보장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우체국 금융상품에는 ‘공공’의 향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채무로 인한 생계비 압류를 하지 못하도록 한 ‘우체국 행복지킴이 통장’이나 차상위 저소득층에 우대이율을 적용하는 ‘더불어자유적금’이 대표적이다. 공익재원을 활용해 출시한 소액서민보험인 ‘만원의 행복보험’은 가입자가 1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다.
때문에 일반 고객은 물론 금융기관과 기업까지 우체국에 구애의 손을 뻗치고 있다. 현재 우체국은 시중은행, 증권사, 카드사, 통신사, 신용평가사 등 166개 기관과 창구망 공동이용, 업무 대행 서비스 등에서 제휴 관계를 맺었다.
경북지방우정청 예금영업과 곽희숙씨는 “시중은행이 대도시 중심으로 지점망을 넓혀가는 것과는 달리 우체국은 농어촌 구석구석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다른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제휴를 원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출없는 우체국 자금운영은 어떻게
이런 우체국에도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여신, 즉 대출상품이 없다. 금융권이 비난받고 있는 대표적인 ‘이자장사’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운 셈이다.
우체국은 대출없이 순수하게 자본시장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예금자에 대한 지급이자, 우정사업본부 공무원 인건비 및 각종 사업비를 마련한다. 정부기관이면서도 국가 예산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입과 지출을 맞춰야 하는 통신사업 특별회계와 보험사업 특별회계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연한 의문이 뒤따른다. 우체국은 어떻게 예금을 받아 운용해 시중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마련하는 것일까.
지난해 우체국은 채권과 주식, 그리고 금융상품에 모두 49조2천400여억원을 운용해 5.97%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2008년에는 4.67%, 2009년 6.73%였다.
투자상품에는 예금 등 금융상품이 50% 내외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채권에도 20% 이상을 투자했다. 국내 주식과 사모펀드 등 공격적인 투자상품에는 5%가 채 안되는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해에는 주식이 수익률에서 효자노릇을 했다. 주식은 유럽발 재정위기와 연평도 사태 발생 때 적극 투자해 코스피 상승률(22%)보다 8.36%포인트로 30.36%포인트라는 수익을 거뒀다. 채권도 채권금리 하락, 회사채 스프레드 축소에 따라 높은 7%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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