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달서구 야트막한 산
청동기 유적 등 역사적 가치
도심속 산책·등산객에 인기
좋은 휴식공간 잘 보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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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선다. 등산로를 타고 산을 오르다 보면 조금씩 숨이 차오르고, 이즈음이면 항상 추위를 핑계로 게을러진 나 자신을 학산의 맑은 공기가 질책하며 후회하게 만든다. 집에서 5분도 채 안되는 거리인데도 말이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오르는 산은 너무도 상쾌하다. 바람 소리, 새들의 지저귐, 앙증맞은 이름 모를 풀꽃들이 우리를 부른다. 잠시나마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 나를 놓아둘 수 있게 해준다. 차를 타고 멀리 가야하는 부담이 있는 것도 아니고, 힘들게 올라가야 할 높은 산도 아니어서 좋다. 우리 곁에서 언제든 말없이 반겨줘서 더욱 좋다. 콘크리트 건물에 둘러싸여 생활하는 도시인에게 자연을 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행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학산이 있다.
학산은 전체면적이 약 66만㎡로 달서구 월성1·2동, 상인1동, 송현2동, 본동과 접하고 있는 야트막한 산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양이 학이 날개를 펴고 내려 앉아 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학산(鶴山)이라고 했다 한다.
대구시역이 넓어지면서 1965년 달서구 월성동 산1-1 일대가 공원구역으로 지정되고, 본리공원이던 명칭도 2003년 학산공원으로 바뀌었다. 1980년대 후반 송현동이, 1990년대 초 월배지역이 집단주거지구로 개발되면서 학산은 지역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아침이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남편을 출근시킨 부녀자들이, 날이 따뜻한 오후가 되면 이른 점심을 드신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올라와 하루를 보내는 곳이 되었다.
학산은 역사적인 가치도 지니고 있다. 1983년 경북대 박물관의 조사결과 대구지역 최초로 청동기시대 주거유적 2개소, 고분군 1개소가 발견됐다. 2006년에는 후기구석기 유적과 유물이 다량 발굴되어 이 지역 역사를 만여 년이나 더 늘여놓았다. 1988년 올림픽 개최를 기념하는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다목적운동장·산책로·체력단련장·골프연습장·정구장 등 크고 작은 공공 및 사유시설이 있다. 상인동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사고 희생자 위령탑이 서 있고, 조선말 별제 벼슬을 지낸 김재소가 지역민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환곡을 탕감하고 재정을 보충해 준 데 대한 고마움을 기리는 ‘전별제김재소영세불망비’가 달서공고 정문 맞은편 산록에 서 있다.
이렇듯 도심 속에 소중하게 자리 잡고 있는 학산이 몸살을 앓고 있다. 웰빙바람을 타고 많은 사람이 산을 오르내리다 보니 수많은 등산로가 생겨나고, 그로인해 흙이 떨어져 나가 나무뿌리가 드러나고 곳곳이 훼손되고 있다. 사유지를 중심으로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생겨나 한때 온 산이 텃밭으로 둘러싸였다.
이즈음 학산을 살리자는 움직임에 주민들이 하나둘 뜻을 같이하기 시작하면서 2004년에는 학산보호회가, 2007년에는 ‘학사모(학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자생단체가 결성됐다. 2007년 처음 개최된 학산사랑 한마음걷기대회는 ‘학산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가’를 일깨워준 행사였다. 우리 스스로를 위해 도심 속 공원을 잘 보전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때맞춰 대구시와 달서구청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둘레길을 만들고 산책로도 약 2㎞ 정비했고, 개인 텃밭도 꾸준히 정비하고 있다.
학산은 사유지가 전체면적의 80%를 차지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각종 사업이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학산을 이용하는 개개인이 조그만 편리와 이익을 추구하는 행태를 버리지 않는 한 이런 모든 활동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고 말 것이다.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고 전통의 맥을 이어줄 학산을 사랑하고 가꾸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나만을 위해 나무를 베어내고 텃밭을 만드는 욕심을 버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 쓰레기를 줍고 숲을 가꾸는 마음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그러면 지금보다 더 많은 혜택을 학산은 우리에게 줄 것이다.
이국성 <학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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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학산’ 의 소중함을 아십니까](https://www.yeongnam.com/mnt/file/201202/20120229.01028073346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