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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최원식의 산] 노천 박물관 경주 남산 (해발468m)

2012-04-06

千年의 佛香에 취하며 오른 바둑바위에서 엽서 한 장 낭만을 부치다

[최원식의 산] 노천 박물관  경주 남산 (해발468m)
경주 남산의 삼릉계곡 마애석가여래좌상.

삼릉 주차장-(5분)- 삼릉 -(20분)- 선각육존불 -(20분)- 상선암 -(10분)- 바둑바위 -(20)- 금오산 -(25분)- 용장사지 -(15분)- 설잠교 -(25분)- 징검다리 -(10분)- 용장리 -(25분)- 삼릉 주차장

[최원식의 산] 노천 박물관  경주 남산 (해발468m)
용장사지 삼층석탑.

경주시 서남쪽에 위치한 남산은 경주국립공원 내 금오산(金鰲山·해발 468m)과 고위산(高位山·495m)을 일컫는다. 남산지구 일대에는 122곳의 절터와 57좌의 석불, 64기의 석탑이 산재해 있다. 그야말로 노천 박물관과도 같은 산이다. 2000년 12월에는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할 만큼 곳곳에 신라의 흔적인 유물이 널려있다.

들머리인 삼릉 주변은 하늘을 가릴 만큼 빼곡히 들어선 솔숲이다. 풍경사진에 소나무 숲이 자주 등장하는데 바로 이곳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도로 건너편의 대형 안내도를 확인하고 솔숲으로 든다. 수령을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굵은 소나무 숲 사이로 넓게 등산로가 나있다. 200m 거리에 바로 만나게 되는 삼릉. 수백평 규모의 능 3기가 이어져 있다. 안내도에는 아달라왕·신덕왕·경명왕의 능(사적 제219호)이라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삼릉 끝 지점에 ‘상선암 1.3㎞, 금오봉 2.3㎞’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바닥에 토사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목재데크를 따라 오르면 이내 작은 계곡을 만나게 된다. 잦은 봄비 탓인지 청아하게 흐르는 물소리에 귀가 즐겁다. 계곡을 따라 200m를 오르면 길 왼쪽으로 머리 부위가 없는 석불좌상을 만나게 된다. 편안하고 안정된 자세에 넓은 어깨와 선이 뚜렷한 옷고름이 인상적이다.

[최원식의 산] 노천 박물관  경주 남산 (해발468m)
용장사지에서 내려서면 바로 계곡이 시작된다.

이 지점에서 왼쪽으로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50m를 오르면 ‘마애관음보살상’이라는 암각에 새겨진 불상을 만난다. 되돌아 나와 다시 이어지는 등산로는 너덜길과 암반길이 잠시 이어진다. 소나무 그늘 아래에는 샛노란 생강나무가 이미 만개했고, 진달래는 계곡 아래쪽에서부터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다시 계곡이 나타나고 왼쪽 방향으로 ‘선각육존불 120m’라고 적혀있다. 주 등산로로 가려면 계곡을 건너야 하지만 멀지 않은 곳이라 들러보기로 한다. 좁은 숲길을 따라 5분가량 오르니 ‘삼릉계곡 선각육존불’(경북도 유형문화재 제21)이 높이 4~5m 되는 바위에 선각으로 새겨져있다.

다시 주 등산로로 가기 위해 오른쪽 계곡을 건넌다. 조금씩 높이를 더하면서 하늘이 드러난다. 생강나무에서 뿜어내는 빛깔이 완연한 봄산 그대로다. 계곡 옆길을 따라 오르면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만난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석조여래좌상’인데 광배부분을 보수한 흔적이 선명하다. 10분을 오르면 상선암에 닿는다. 상선암은 남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작은 암자로 법당과 요사채가 있다. 능선에 올라서면 식수가 없으므로 마지막 식수를 보충할 수 있는 곳이다. 등산로는 두 건물 사이 계단으로 이어진다. 늙은 보살 한 분이 박스를 들고 서서 무언가 나누어준다. 한입에 쏘옥 들어갈 떡인데 하나씩 받아들고는 합장으로 인사한다. 감사의 뜻으로 손을 모으는 모습에서 남산에 든 산객들이 벌써 부처를 닮아가는 듯하다.

[최원식의 산] 노천 박물관  경주 남산 (해발468m)
용장골은 계곡을 끼고 등산로가 나있어 걷는 내내 귀가 즐겁다.

바둑바위로 오르는 길에 오른쪽으로 막아둔 길은 ‘삼릉계곡 마애석가여래좌상’(경북도 유형문화재 158호)으로 오르는 길인데 낙석 등의 위험으로 출입을 금하고 있다. 왼쪽으로 크게 돌아 10분이면 능선 위의 암반 위에 올라선다. 경주의 서남쪽 부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바둑바위다. 재미있는 것은 바둑바위 한쪽에 엽서함을 설치해 두었는데 누구나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에게 엽서를 써서 함에 넣어두면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수거해 무료로 발송해준다고 한다.

바둑바위에서 금오봉으로 향하는 길에 ‘마애석가여래좌상’에서 올라오는 길과 마주한다. 아래쪽에서 막아둔 것과 같이 여기도 출입금지 표지판과 함께 길을 막아두었다. 국립공원 직원을 만나 사진 촬영을 허락받고 잠시 들른다. 바둑바위 남쪽 절벽아래 7m 높이에 새겨진 불상은 얼굴에서 어깨까지는 입체 불상이고, 아래쪽은 선으로 이루어진 마애불 모습이다.

다시 능선에 올라서면 목재데크를 따르거나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져 20여분이면 금오봉 정상에 선다. 헬기장만큼 넓은 정상 가운데 서있는 정상석에는 ‘금오산’이라고 적혀있다. 남산은 금오봉, 고위봉으로 두 봉우리가 있지만 독립된 두 산이 아니기 때문에 국립공원 이정표는 봉우리로 표기하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서면 이영재 방향으로는 임도가 나있다. 임도를 따라 15분 정도 내리막길을 타박타박 걷다보면 오른쪽으로 ‘용장마을 3.0㎞, 용장사지 0.55㎞’의 이정표가 있다. 고위봉으로 향하는 산객들이 많은 반면, 용장사지로 향하는 이들은 적다. 10분 정도 내려서면 ‘용장사곡 삼층석탑(보물 제186호)’을 만난다. 하층 기단은 없고 자연석위에 상층 기단과 탑을 올린 형태다. 용장사는 조선시대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梅月堂) 김시습이 은거하면서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집필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삼층석탑에서 왼쪽으로 바위구간에 로프가 매진 구간을 두 번 내려서면 높은 좌대 위에 올려진 석불을 만난다. ‘용장사곡 석불좌상’(보물 제187호)으로 둥근 형태의 특이한 좌대 위에 몸체만 남겨져 모셔져 있다. 석불좌상에서 다시 30m를 내려서면 가늘고 긴 대나무(세죽)숲을 지난다. 바늘을 세운 듯 빼곡하게 자라 터널을 이루고 있다. 15분을 내려서면 김시습의 법호를 딴 길이 20m의 설잠(雪岑)교를 건너게 된다. 이영재에서 내려오는 길과 합쳐지는데 ‘용장마을 1.85㎞’로 적은 이정표가 서있다. 계곡을 끼고 걷게 되는데 수량이 제법 많다.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진달래가 바위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피어나고, 물가에 핀 버들강아지는 이미 뽀송한 솜털의 씨앗을 날릴 준비를 마쳤다.

10분쯤 계곡을 따르면 오른쪽 작은 실계곡에서 흐르는 물줄기에 호스를 꽂아 만든 샘터가 나온다. 막 얼음이 녹아내린 샘물 맛은 목젖이 파르르 떨리도록 시리다. 20분이면 길섶에 월성이씨 무덤을 지나고 징검다리가 놓인 계곡을 한 번 더 건너면 고위봉에서 내려와 만나는 포장길이다. 여기부터 용장마을인데 도로까지는 450m를 더 가야한다. 10분 만에 도로를 만나고 버스정류장이다. 시내버스를 기다렸다가 편하게 삼릉주차장으로 가려다가 가벼운 산행을 마쳤기에 또 걷는다. 주차장까지는 2.7㎞. 쉬엄쉬엄 걸으며 봄나물 뜯는 아낙들의 바구니도 들여다보고, 금방이라도 터질 듯 한껏 물오른 벚꽃 상태도 관찰하며 걷는 동안 지나온 산을 올려다본다. 뾰족이 삐져나온 바위는 석탑으로 보이고, 곳곳에 드러난 화강암은 모두 불상처럼 보인다. 아지랑이 때문일까? 이런저런 공상으로 주차장에 닿아도 아직 해가 중천이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학교 강사 apeloil@hanmail.net

[최원식의 산] 노천 박물관  경주 남산 (해발468m)
산행 들머리가 되는 솔밭 가운데 삼릉이 있다.



■ 세계문화유산에 빛나는 남산

◇…경주 남산은 산 전체가 불교성지라 할 만큼 탑이며 불상이 가득한 산이다. 유물을 따라 길이 나있다보니 등산로 또한 다양하다. 가장 많이 찾는 곳은 경주시 배리 삼릉을 들머리로 상선암을 지나 금오봉(산)을 오르는 코스다. 상선암에서 식수를 구할 수 있고, 하산길에도 계곡과 샘터를 만날 수 있어 물 걱정은 덜어도 된다. 이번에 소개하는 코스는 약 7㎞의 거리로, 등산로에서 멀지않은 곳에 유물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다 둘러보더라도 3시간30분 정도 소요되고 고위봉(산)까지 가더라도 5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 교통

◇…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서 서라벌대로를 따라 경주시내로 향하다가 첫 번째 네거리에서 우회전해 포석로를 따른다. 포석정을 지나고 약 2㎞거리에 오른쪽으로 삼릉주차장이 있다. 주차요금은 하루 소형 2천원, 대형 4천원. 대중교통은 기차나 버스로 경주까지 간 다음 500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내비게이션으로 포석정·삼릉을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 볼거리

◇…경주 대부분이 국립공원인 만큼 볼거리 또한 풍부하다. 곳곳에 사적과 유물, 문화재가 널려있다. 들머리인 삼릉에서 경주방향으로 약 1㎞ 거리에 술잔을 띄웠다는 포석정을 비롯한 나정과 양산재·남간사터·창립사터 등이 있다. 유적지뿐만 아니라 경주에는 가로수 대부분이 벚나무라 벚꽃 만개 시 환상적인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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