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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말똥말똥해서? 말똥과 관련 많아서? 말울음소리 닮아서?

2012-04-06

네 이름 어디서 왔니
■ 말똥가리 이름 ‘수수께끼’

눈이 말똥말똥해서? 말똥과 관련 많아서? 말울음소리 닮아서?
2011년 1월 말똥가리 한 마리가 대구 신천변에 있는 감시카메라 옆에서 먹잇감을 찾고 있다.

2010~2011년 겨울은 유난히도 추위가 매서웠다. 샛강은 물론 금호강, 낙동강까지 강이란 강은 모조리 꽁꽁 얼어붙었다.

그런데 대구 도심을 관통하는 신천은 얼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원앙을 비롯해 쇠오리, 물닭 등 이전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새들이 신천을 찾았다. 덩달아 이 녀석들과 쥐를 노리는 말똥가리도 신천까지 날아와 먹이사냥을 하는 모습을 운좋게 목격할 수 있었다. 겨울철이 되면 까치는 독수리와 말똥가리 등 북방에서 날아온 맹금류 때문에 자신들의 영역이 좁아지면서 이를 지키기 위해 떼를 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다. 사자와 표범에 비해 힘이 약한 하이에나가 몰려 다니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매목 수리과에 속하는 말똥가리는 대체로 산이나 들에서 단독 또는 암수가 함께 생활을 한다. 날개를 완만하게 퍼덕이며 날다 기류를 타고 높이 솟아오른다. 가끔 황조롱이와 같이 정지비행도 한다. 나뭇가지나 전주에 앉아있다 먹잇감을 발견하면 날개를 반쯤 접어 급강하해 강한 발톱으로 쥐나 멧비둘기, 꿩, 오리류를 덮친다. 몸길이는 약 55㎝로 독수리, 흰꼬리수리보다 작고 매보다는 크다. 대부분의 매 종류는 꼬리날개가 좁은 직사각형인데 비해 말똥가리의 꼬리날개는 사다리꼴 형태이다. 말똥과 비슷한 갈색을 띄며 가슴은 희다.

한국에서는 큰말똥가리, 말똥가리, 털발말똥가리 등 세 종류를 볼 수 있다. 셋 다 예리한 눈과 뾰족한 부리, 날카로운 발톱을 가졌다. 이중 눈에 자주 띄는 것은 말똥가리다. 동해안의 영덕·울진·포항 등지에서는 털발말똥가리가 가끔 목격되기도 한다.

말똥가리는 그 이름이 특이하다. 순우리말이라서 더 정감이 간다. 말똥가리란 이름의 어원은 여러 설이 있다. 첫째, 말똥말똥한 두 눈을 가져서 말똥가리라고 부른다는 설. 둘째, 말똥가리의 배 색깔이 갈색인데 그 모양이 말똥을 닮아서 말똥가리라고 한다는 설. 셋째, 옛날에는 길에 말똥무더기가 많아 그 주변에 쥐가 많았는데 이 쥐를 잘 잡아서 말똥가리라고 불렀다는 주장. 넷째, “히이요” 또는 “삐이잉”하는 이 새의 울음소리가 마치 말울음 소리를 닮아서 말똥가리라고 한다는 설이 있다.

정민의 책 ‘한시속의 새, 그림 속의 새’에 따르면 조선시대 실학자였던 이덕무는 그의 책 한죽당섭필(寒竹堂涉筆)에서 꽁지 바탕에 흰 깃이 있는 말똥가리를 ‘마분략(馬糞掠)’이라고 했다. 이를 해석하자면 ‘말똥을 약탈하는 새’란 뜻이다. 옛날에는 또 이 녀석을 말똥매 또는 말똥수리라고도 불렀다. 북한에서는 말똥가리를 저광이, 큰말똥가리를 저광수리, 털발말똥가리를 털발저광이라고 한다.

그런데 말똥가리 말고도 새 이름 끝에 ‘∼가리’또는 ‘∼구리’를 쓰는 새가 있다. 왜가리도 있고, 병아리의 경상도 사투리인 삐가리도 있다. 또 직박구리와 딱따구리도 있다. ‘∼가리’나 ‘∼구리’는 ‘∼거리다’의 변형된 명사형이다. 왝왝거리기 때문에 왜가리, 삐약거려서 삐가리, 찍빡거려서 직박구리, 딱딱거려서 딱따구리라고 하듯 두 눈이 말똥해서 말똥가리가 아닐까. 이건 순전히 기자의 생각이다.

말똥가리의 영어 이름은 ‘Common Buzzard’고 학명은 ‘Buteo buteo’다. 중국에서는 말똥가리를 ‘리에쑨(獵)’이라 부른다. 중국에서는 오히려 말똥과 관련 있는 새가 황조롱이인데, ‘마펀잉(馬糞鷹)’이라고 한다. 황조롱이의 정식 명칭은 ‘홍쑨(紅)’이다. 어쨌든 말똥가리는 말 또는 말똥, 말똥말똥한 눈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2010년 환경부는 말똥가리에 초소형 인공위성 추적 장치를 달아 이동시기와 경로, 번식지역을 알아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4월7일쯤 한반도 내륙을 따라 북상해 18일 만에 러시아 하바롭스키 동쪽 해안 부근에 닿는다고 한다. 또 남하 시기는 9월25일이고, 같은 장소로 도래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한다.

거리에서 말똥은 사라졌지만 말똥가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녀석을 계속해서 볼 수 있을 거란 장담은 할 수 없다. 예전에는 말똥 같이 흔히 볼 수 있는 맹금류였으나, 개발과 남획 등으로 개체수가 많이 줄어 현재 멸종위기동물 2급으로 보호하고 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눈이 말똥말똥해서? 말똥과 관련 많아서? 말울음소리 닮아서?
2011년 2월 말똥가리 한 마리가 낙동강변 전주에 앉아 있다.
눈이 말똥말똥해서? 말똥과 관련 많아서? 말울음소리 닮아서?
2011년 1월 말똥가리 한 마리가 대구 신천 동안도로 위를 날고 있다.
눈이 말똥말똥해서? 말똥과 관련 많아서? 말울음소리 닮아서?
2011년 2월 털발말똥가리 한 마리가 형산강 위를 날아다니면서 먹잇감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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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말똥가리가 금호강에서 오리를 노려보고 있다.
눈이 말똥말똥해서? 말똥과 관련 많아서? 말울음소리 닮아서?
2011년 1월 말똥가리 한 마리가 대구 신천변 나무에 앉아 두리번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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