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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빚이 뭐길래 그렇게 쉽게 헤어지나요”

2012-05-08

[家族 .1] (경제위기가 부른 가족해체

사회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할 가족이 무너지고 있다. 경제위기, 이혼율 증가, 저출산·고령화 추세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가족해체’ 케이스가 급증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남일보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이 급속히 해체되고 있는 현실, 이로 인해 파생되는 청소년·노인 문제, 가족사랑의 해법 등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지난 3일 오전 이모씨(여·50)는 신용회복위원회 대구지부를 찾았다. 이씨의 남편 박모씨(52)가 다니던 회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2008년말 문을 닫았다. 구직활동을 하거나 일용직으로 일해보기도 하면서 1년여를 ‘버티던’ 박씨는 어느날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씨가 생활 전선에 나선 것도 그 무렵이었다. 식당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고등학생인 두 아들을 키웠지만 불규칙한 수입으로 먹고살기도 빠듯했다. 발등에 떨어진 아이들의 교육비며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답답한 마음에 시작한 카드론은 눈깜짝할 새 2천만원에 육박했다. 카드사와 대부업체의 핏발선 독촉에 시달리던 이씨는 이날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신용회복위원회 대구지부에 채무조정 신청을 했다.

김모군(대구 중리초등 1년)은 한살 터울의 누나와 고모집에서 사는 가정위탁 보호아동이다. 아버지는 김군이 4세 되던 해 돈을 벌러 집을 나갔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찾는다며 집을 나갔다. 주민등록등본에는 남매 이름만 달랑 올라가 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이젠 소식조차 닿지 않는다. 김군 남매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저소득·맞벌이 자녀를 위한 ‘다사랑교실’에서 저녁을 먹고 밤 10시가 다 되어야 집으로 돌아간다. “아빠도 엄마도 모두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김군은 “조금만 기다리면 아빠 엄마가 돈 많이 벌어서 선물을 사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1998년 IMF외환위기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고 있다. 경제적 위기로 해체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단란하고 화목했던 그들이 집 밖으로 내몰린 것은 한순간이었고 우리 사회에는 그들을 보호해줄 아무런 장치도 없었다. 지금 우리는 가족이 모여 앉아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체험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족 해체가 사회 문제로 크게 부각된 것은 IMF외환위기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쓰나미처럼 닥친 경제불황은 많은 실직자와 채무자를 양산했고, 그 중 많은 이가 경제적 고통을 견디지 못해 최악의 선택을 했다. 사업실패로 가출 또는 자살을 하는 아빠, 엄마가 늘어났고, 자연적 소년소녀가장과 조손 가정이 흔해졌다.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가족 해체 현상은 계속 진행 중이다. 쓰나미 같은 경제위기 상황은 아니지만 장기간 지속되는 경기침체는 중산층의 몰락, 저소득층 확대로 이어지고, 이러한 경제적 고통이 가족 해체로까지 가는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경제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했지만 가족해체는 여전히 수그러지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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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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