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동 보쌈골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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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달에 18t의 곱창을 소비하는 이곳은 44개 업소가 밀집한 남구 대명동 안지랑시장 양념 곱창골목 초입 전경. 최근 ‘전국5대 테마거리’로 선정됐다. |
진짜 ‘대구국’ 알려면 육개장로드로,
낭만을 느끼고 싶다면 명덕·만촌 카페거리로,
누굴 죽도록 씹고 싶다면 안지랑곱창골목으로,
보쌈이 생각나면 남산동 보쌈골목으로,
안동갈비가 궁금하면 봉덕맛길로 가보라
‘식(食)’.
설문해자하면 ‘사람인(人)’과 ‘어질량(良)’으로 쪼개진다. ‘허기를 면하면 사람은 어질게 된다’는 말이 아닐까.
밥통을 건드리면 누구나 발끈·발악을 한다. 있는 자가 없는 자의 밥을 독식해 버리면 ‘식란(食亂)’이 발발한다. 관혼상제(冠婚喪祭)의 핵심은 음식이었다. 밥상 앞 대화가 사라지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은 점점 더 멀어진다.
2010년 9월30일 개봉된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자전소설을 영화화 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Eat Pray Love)’. 그 영화는 사랑의 첫단추가 어떻게 음식이 될 수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0년 전만 해도 대구는 ‘최악의 음식도시’였다.
외지인들은 도무지 먹을 음식이 없다고 했다. 시민들은 그런 말을 듣고도 ‘사실이다’면서 맞장구를 쳤다. 형편없는 음식도시로 낙인찍힌 대구, 이건 한국음식문화를 선도해 온 대구음식에 대한 모욕이자 테러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 된 국수공장(북구 노원동 풍국면)을 갖고 있는 도시. 가장 다양한 칼국수집을 갖고 있는 국수의 고장. 일제강점기 대구발 육개장을 서울로 수출한 전국 최고의 육개장 도시. 육사시미, 육회, 막·곱창, 무침회, 북성로돼지불고기, 튀김닭, 닭똥집튀김 등 전국에서 가장 다양한 술안주를 가진 안주천국이 바로 대구다.
대구에서 탄생한 열가지 대구음식을 우린 ‘대구십미(大邱十味)’라 부른다. 따로국밥, 동인동찜갈비, 납작만두, 누름국수, 무침회, 복불고기, 논메기매운탕, 야키우동, 뭉티기, 막곱창. 대구시는 이 맛을 ‘대찬맛’이라고 부른다. 어떤 이는 ‘대구를 대표하기에는 너무 옹색하고 누추하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역사성 있는 음식은 모두 조그마하지만 스토리를 갖고 있는 대중적이고 저렴한 것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그렇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요즘 들어 부쩍 대구의 음식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에 위클리포유가 ‘대구미로(大邱味路)’를 제안해 본다. 들안길 등과 같은 여러 식당이 운집한 곳은 피했다. 동일 메뉴가 모인 곳에 초점을 뒀다.
대구가 육개장 발상지라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해 ‘육개장 로드’를 만들었다. 소피국으로 유명한 대덕식당, 따로국밥으로 유명한 국일따로국밥, 대구육개장 명가인 옛집과 벙글벙글, 육국수의 발원지인 진골목식당의 육개장, 그리고 후발주자 육개장집인 남산동 장작불 등을 다니면서 진짜 대구국 냄새를 맡아보라.
그리고 남구 대명9동과 수성구 만촌2동 교수촌 카페거리도 돌아다녀보라. 기름진 혀가 산뜻해질 것이다. 누굴 죽도록 씹고 싶다면, 비오는 주말 남구 대명동 안지랑 시장 내 양념곱창골목 야외 테이블에 앉아라. 보쌈이 그리우면 남산동 보쌈골목, 으깬 마늘과 참기름 향이 뒤범벅된 안동갈비가 궁금하면 중동교 서쪽에 있는 봉덕맛길을 탐사하시라. 그 길에서 혹 ‘대구미애(大邱味愛)’를 낚으신다면 금상첨화.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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