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지랑곱창골목
대구시 남구 봉덕동 봉덕맛길의 대표메뉴인 안동갈비, 안지랑곱창골목의 대표메뉴인 곱창, 남산동 보쌈골목 전경, 안지랑 곱창골목 입구 LED아치, 봉덕맛길 입구 전경(위에서 시계방향으로) .
■ 봉덕동안동갈비골목
갈빗대 살리는 게 특징
으깬 마늘·참기름 양념
프로야구 선수들 ‘단골’
◆봉덕동 안동갈비골목
중동교 서쪽 끝.
큰 도로 오른쪽에 곁가지처럼 갈라지는 샛길이 있다. 일명 ‘봉덕맛길’로 불린다. 중동교~가든호텔~영남불교대학까지 전장 1.7㎞. 업소가 다들 영세하다. 큰 사업을 하다가 실패한 뒤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사장들이 많아 음식에 정감과 진지함이 묻어난다. 하지만 상당수 지역민은 아직 그 골목이 맛길이라는 걸 잘 모른다.
금요일 밤, 비라도 부슬부슬 내리면 ‘갈비족’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안동갈비집 여덟 곳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원조안동갈비, 안동한우갈비, 본가안동갈비, 박가네안동갈비, 할매안동갈비, 신안동갈비, 한우촌안동갈비, 본안동갈비 등이다. 모두들 원조급이지만 맨 서쪽에 있는 한우촌(옛 해우식당)이 14년 전에 처음 진을 쳤다. 한창때는 12개업소가 호시절을 구가했다.
다들 ‘안동갈비가 일반 갈비와 어떻게 다른가’란 질문을 많이 던진다. 현재 대구KBS방송총국 근처에 있는 안동갈비가 봉덕맛길 안동갈비의 사부격. 이 갈비 스타일은 이후 달서구 월광수변공원 옆 참한우갈비가 벤치마킹해 대박을 터트렸다. 물론 봉덕맛길도 마찬가지.
안동갈비는 갈빗대를 살려내는 게 특징이다. 특히 양념을 할 때 으깬 마늘과 참기름을 넣고 주물럭 등심처럼 치대는 게 특징. 참숯의 열기를 받으면 지글지글~. 일반 갈빗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감미로운 훈향이 피어난다. 그래서 뭉티기(육사시미), 육회, 막곱창 등과 함께 중독성 강한 음식으로 손꼽힌다.
대다수 갈비 장만은 업소에서 직접 한다. 통갈비가 도착하면 일당 8만8천원가량 받는 기술자가 기름을 걷어내는 작업을 한다. 특히 프로야구선수들이 자주 방문한다. 집집마다 사인이 벽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삼성라이온즈는 신안동갈비를 자주 찾았다. 대표 곁반찬은 갓 담근 굴김치와 허섭 갈비와 집된장으로 끓인 국 같은 토장국. 최고의 디저트다.
봉덕맛길은 남구청이 2009년에 루트를 개척했다. 현재는 안동갈비를 비롯해 61개의 다양한 업소가 늘어서 있다. 동쪽 초입을 지키고 있는 ‘영산강’의 이양수 사장이 현재 번영회장. 그는 ‘호남한정식 1번지’인 전남 강진 출신으로 15년간 각설이 인생을 살며 전국을 돌다가 9년 전 수성구 시지 월드컵경기장 근처에 ‘전라도’란 홍어집을 냈으며, 2008년 8월 지금 자리로 옮겼다. 진도명주인 홍주, 여수 돌산갓김치, 보성 벌교참꼬막, 홍어, 나무젓가락에 감아 먹는 낙지호롱, 토하젓, 완도 고금면 매생이탕 등이 인기다.
좀 더 올라가면 실험적인 일식세계를 추구하고 있는 ‘기단횟집’이 있다. 매너리즘에 빠진 그렇고 그런 횟집만 다닌 사람은 이 집 메뉴에 매혹될 것이다. 22년 경력의 오너셰프 강신학이 천연곱돌회 등 고집스럽고 실험적인 회세계로 안내한다.
■ 안지랑곱창골목
500m도로 양편 44곳에
주말 3000명 손님 몰려
전국 5대테마거리 선정
◆안지랑곱창골목
남구 대명동 안지랑네거리.
‘안지랑시장 안지랑양념곱창골목’이란 문구가 디자인된 아치가 어두운 시장골목을 가로등처럼 밝히고 있다. 골목 입구에서 앞산 쪽을 보니 일렬로 늘어선 곱창집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곱창 타는 연기 때문에 덜 춥다. 그 연기 때문인지 우울해 보이는 손님도 거의 없다.
당국의 묵인하에 도로 양편에 2m 폭의 야외석 공간이 확보됐다. 그 공간이 술맛을 더 당긴다. 겨울엔 포장마차촌을 방불케한다.
이 골목에 입성한 곱창집은 모두 44곳.
곱창을 안 먹고 곱창 씹는 표정만 봐도 기분이 업(Up)된다. 이 거리는 성주곱창을 기점으로 윗동네와 아랫동네로 나눠진다. 12m 폭의 도로가 213m 뻗어있는 윗동네에는 23개, 8m 폭의 도로가 270m 뻗은 아랫동네에는 21개 업소가 있다. 윗동네는 도로가 넓어 양방통행, 아랫동네는 좁아 남쪽으로 일방통행이다.
KBS 다큐3일팀이 지나가고 난 뒤에 난리가 났다. 작년에는 문화관광부 선정 전국 5대테마거리로 선정됐다.
멋을 위해 상가번영회에서 두 군데에 포토존도 만들었다.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www.안지랑곱창.com)에 올려서 당첨되면 3만원권 상품권도 준다. 재래시장 상품권도 받는다.
주차난이 문제였지만 곧 두 군데에 공영주차장이 생긴다고 한다. 상당수가 지하철1호선 안지랑역에서 내려 250m쯤 걸어온다. 주말에 손님이 밀리면 3천~3천300명이 들끓는다. 하지만 지하철 막차 시간이 가까워지는 밤 11시면 대폭 물갈이된다. 특수를 누리려는 영업용택시가 오전 5시까지 장사진을 친다.
요즘 지역 대학교 신입생환영회 장소로 각광받는다. 대구보건전문대에선 400명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대명9동 카페거리와 윈원전략을 짜면 멋진 앞산맛둘레길이 생길 것 같다.
이 골목의 대표메뉴는 한 바가지에 만원 하는 양념곱창. 4명이 3만원 정도만 있으면 푸짐하게 먹고 간다. 여기선 가스에 굽지 않고 연탄불에 굽는 게 특징. 하루에 800여장의 연탄재가 배출된다. 이젠 가스집과 연탄집이 1대 1 비율. 월 18t의 곱창, 소주는 2천 상자가 소비된다.
1970년대 안지랑개천이 복개된 자리에 안지랑시장이 들어선다. 79년에 이 골목의 터줏대감인 김순옥씨가 윗동네 중간에서 ‘충북식당’을 연다. 그녀가 인기없던 양념곱창을 대구 최고의 안주로 만들었다. 2000년대부터 드럼통 테이블이 야외로 나오면서 젊은이의 거리로 발전한다. 윗동네상권이 북쪽 아랫동네로 번져간다.
초창기에는 양념곱창이 주메뉴. 요즘은 막창과 닭발까지 내는 집도 늘고 있다. 커피숍도 두 곳이나 생겼다.
주말에는 가족단위로 많이 찾는다. ‘안지곱창’은 요즘 가장 손님이 많은 곳 가운데 하나다. 학생들로 들끓는다. 하지만 다른 집을 위해 오전 1시면 문을 닫는다. ‘마당곱창’은 ‘카페 같은 곱창집 시대’를 열었다. 198㎡(60평) 넓이에 테이블이 28개, 노출콘크리트조에 하늘이 보이는 아크릴 천장도 인상적이다.
우만환 상가번영회장의 극성스러울 정도의 열정 때문에 호객행위가 완전히 사라졌다. 위생을 위해 소방호수로 도로에 물청소까지 하고 있다.
■ 남산동보쌈골목
“꾼만 안다는 바로 그곳”
돼지뼈 국물 먼저 들고
수육·보쌈 먹는게 순서
◆남산동 보쌈골목
‘보쌈골목이라?’
대구에도 그런 골목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다. 반고개의 무침회 골목은 잘 알지만 여긴 꾼들만 안다.
대구 사람들 솔직히 보쌈김치 안 좋아한다. 달달한 겉절이 김치 같은 보쌈은 대구의 자극적인 혀를 만족 못 시킨다. 그런데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전국적 돌풍을 일으킨 놀부보쌈이 보쌈붐을 일으킨다. 중구 남산동 보쌈골목은 놀부의 선배.
남산동 자동차부품골목 북쪽, 남문시장 서쪽편과 남산동인쇄골목과 맞물린 남산동 보쌈골목. 서울, 금강산, 할매, 정윤, 화림, 진주, 영남 등 보쌈집은 모두 7군데. 많았을 때는 12곳이나 됐다. 그 거리 중간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남남캬바레’가 있었다. 남남이 대박났을 때 이 골목도 호경기였다. 통행금지가 있던 때도 이 골목만은 당국의 묵인하에 영업을 했다. 삼성라이온즈의 양준혁도 게임이 잘 안 풀리면 이곳으로 왔다.
첫 업소가 등장한 건 83년.
서울보쌈 여주인 김복자씨가 남편 한명수씨와 함께 서울 청계천 8가에서 개성보쌈을 꾸려가던 모친한테서 요리술을 전수받아 대구로 내려온다. 그 골목 축협 자리에서 문을 연다. 당시 서울보쌈은 고립무원. 주변은 자동차부속품가게와 금은방, 시트지 상가 등이 에워싸고 있었다.
관건은 수육보다 보쌈이었다. 김장김치처럼 한꺼번에 묵혀 내놓으면 편할텐데 보쌈은 하루에 한두 번씩 담가서 바로 내놓아야 제격이란다. 김씨의 손과 팔, 허리가 말이 아닐 정도로 망가진다. 장남 내외를 현장에 투입했다.
금강산은 유독 연탄불 화력을 이용해 육수를 뽑아낸다. 맞은편 할매보쌈 전화번호가 웃음을 자아낸다. 화투 7장이 나란히 붙어있다.
보쌈 못지않게 돼지국밥도 인기. 초창기엔 밥을 말았지만 지금은 따로 낸다. 이 골목 에피타이저는 돼지뼈 국물. 꼭 냉면집에서 내는 온육수 같다. 그걸 먹고 수육과 보쌈을 먹어야 제대로다.
보쌈은 양념보다 소금으로 염장을 잘해야 된다. 쪼갠 배추를 숨죽이는 게 아니다. 배춧잎을 일일이 한잎 한잎 뜯어내고 적당한 시간 양면을 숨 죽인 뒤 종일 물을 빼 새우젓, 굴, 미나리, 마늘, 배 등 10여가지의 재료를 보탠다. 채 썬 배가 보쌈 맛을 좌우한단다. 근처에 남문납작만두가 있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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