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사생활이 몰래 찍히고 있다
‘신상털기’ 앱 광범위 유통
스토킹 등 범죄 악용 우려
신모씨(29·대구시 달서구 송현동)는 이달 초 고교 동창과의 모임에서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친한 친구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중 자신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저장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동영상 속 신씨는 게걸스럽게 식사를 하는 등 남들 앞에 보이기 싫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이 동영상은 신씨의 당시 행동을 재미있게 여겼던 친구가 몰래 촬영해 둔 것이었다.
신씨는 “친구 모두 즐거워하는 분위기여서 내색할 순 없었지만 속으론 엄청 당황했다. 친구가 몰래 촬영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내 모습을 담았다는 사실을 알고 불쾌했다”고 토로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에서 이른바 ‘신상 털기’ 또는 ‘사생활 침해’ 앱이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타인의 개인정보 수집이나 도청, 스토킹이 가능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2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및 애플의 앱스토어 등 주요 앱 마켓을 살펴보면 ‘몰카’ ‘도청’ ‘신상털기’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자 다양한 앱이 나타났다.
이들 앱의 기능은 타인의 사생활을 마음대로 침해할 수 있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보통의 카메라 앱은 촬영시 소리가 나도록 돼 있지만 ‘매너’ 또는 ‘스파이’라는 이름의 앱은 아무런 소리도 없이 화면만 깜빡이며 촬영이 가능했다.
한 앱의 경우, 액정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녹화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단지 스마트폰을 들고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불특정 다수의 모습을 고스란히 촬영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신상털기 앱의 경우 상대방의 정보만 입력하면 각종 포털에서의 정보를 광범위하게 긁어모아 자동으로 표시해주기도 했다.
경찰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각종 앱들이 쏟아지면서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런 앱을 이용한 범죄는 최근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원 화장실에서 몰래 내부를 촬영하다 구속된 김모씨(31)도 ‘몰카’ 앱을 사용했다. 김씨는 대구와 경북지역 공원 5곳의 여자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여성 14명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지만, 소리가 나지 않는 앱 탓에 피해자들은 이를 모르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몰카 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편리한 생활을 위해 개발된 앱이 오히려 사생활 침해의 주범이 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백경열기자 bk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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