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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시대 포항, 주말&여기 어때? .4] 해안선을 따라 - ④장기면 모포리∼두원리

2015-07-07

줄다리기하듯 길게 내려선 산자락은 쪽빛 바다에 물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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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리 바다의 물질하는 여인들. 뭍 가까운 바다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고 얕다.

포항의 남쪽 장기면의 해안선은 13㎞ 정도. 산을 등지고 바다에 임한 좁고 긴 땅이다. 곶의 벼랑과 단구의 면과 산의 아랫자락은 끊임없이 파도에 젖는다. 그리하여 그곳에는 언제나 발이 젖은 사람들이 풍성한 수목처럼 소리 없이 일하고,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친근한 미소를 건넨다.


#1. 장기 모포리에서 대진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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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리 해변 덕장은 가자미가 말라가는 구수한 냄새로 그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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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리의 골목할아버지. 마을의 수호신으로 4년에 한 번씩 풍어제를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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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리 바다. 장기천이 바다로 흘러드는 곳에 육당 최남선이 조선 십경으로 꼽은 일출암이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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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바다로 쏟아지지 않으려 등줄기를 곧추세우고 버티고 있는 듯하다. 마을은 그 산자락을 꽉 붙잡고 바짝 기대어 있다. 산은 뇌성산, 마을은 모포리(牟浦里)다.


◇ 모포∼대진리
뇌성산 자락 붙잡고 기대있는 모포리
크고 깨끗한 대진리 모래해변 눈부셔

◇ 영암∼신창리
마을길 솔가지 더미는 영암리 수호신
신창리 해변덕장 구수한 가자미 냄새

◇ 양포∼두원리
이언적이 노래한 양포만 절경 소봉대
포항의 남쪽끝 두원리는 또다른 시작


방파제에 서면, 납작하게 엎드린 마을 위로 솟은 산 덩어리가 보인다. 산은 듬직한 소의 등처럼 흐르다가, 풀 뜯는 말의 목덜미처럼 남쪽으로 흘러내린다. 산이 내려앉은 자리는 모포2리, 칠전마을이 있다. 뇌성산에서 뇌록(磊錄), 인삼(人蔘), 오합(蜈蛤), 유뢰(維瀨), 봉청(蜂淸), 자지(紫芝), 동철(銅鐵) 등 7가지 보물이 난다고 칠전(七田), 또는 옻나무가 많다고 칠전(漆田)이라고도 한다.

해안선을 따라 조성되어 있는 방풍림을 지나 마을 안길로 들어선다. 마을은 길고 좁은 띠처럼 이어지고 왼쪽에는 바다가, 오른쪽에는 산자락이 손 뻗으면 닿을 듯 따라온다. 사람들의 손길이 느껴지는 길이다. 집과 마을과 생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다사로운 길이다. 작은 텃밭에는 방풍나물의 흰 꽃들이 가득하다.

“모포줄? 저기 산속에 있어. 잠겨 있을 건데.”

모포리 사람들은 아주 오래된 줄다리기 줄을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신다. 칡덩굴과 굴피로 엮은 줄 한 쌍으로 백 년이 넘은 것이라 한다. 뇌성산 아래 31번 도로 가까이에 우물 하나와 줄이 보관되어 있는 당집이 서있다. 옛날 장기 현감이 꿈을 꾸었는데, 뇌성산에서 한 장군이 용마를 타고 내려와 우물물을 마신 후 ‘이곳은 만인이 밟아주면 마을이 번창하고 태평하며 재앙이 없을 것’이라 했다 한다. 이후 현감은 줄을 만들어 줄다리기를 통해 땅을 밟게 했다. 마을에서는 매년 정월과 한가위 때 제를 지내고 모포 줄다리기는 포항의 여러 축제에서 재연되고 있다.

칠전마을 입구에 펼쳐져 있는 멸치 덕장을 지나 길은 잠시 도로로 이어져 대진리(大津里) 백사장에 닿는다. ‘강도 높은 군 작전지역’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린 건물과 자그마한 솔숲 사이를 통과해 해변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크고 깨끗한 모래사장에 놀란다. 한가로이 해수욕을 즐기는 청년들의 정오가 눈부시다.


#2. 영암리에서 신창리까지

대진리 해안 길은 영암리(靈岩里)로 이어진다. “여긴 3리, 남쪽으로 2리, 1리.” 물질하고 나온 아주머니의 젖은 얼굴이 환하게 응답한다. 길 한가운데에 금줄을 두른 마른 솔가지 더미가 서있다. “골목 할아버지시지. 옛날에 큰 나무가 떠밀려 왔어. 그 자리에 모신 마을의 신이지.” 오수를 즐기던 할아버지의 찬찬한 말씀이다. “저기 방파제 옆 바다에는 동그란 바위가 있었거든. 그 위에 부처님이 계셨는데 파도에 떠내려 갔다고도 해. 옛날 일이지.” 바다가 삼킨 옛 이야기들은 그래도, 아직은 어르신들에 의해 전해진다.

영암리 마을 한가운데에는 갓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 옛날 과거를 보러 가던 한 선비가 잠시 쉬면서 벗어두고 간 갓이라고도 하고, 조그맣던 바위가 해가 뜰 때마다 삿갓 모양으로 자랐다고도 한다. 그래서 마을은 갓바위 혹은 관암(冠岩)으로 불리다가 이 바위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지는 영험이 있어 영암(靈巖)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한다. 영암리의 남쪽 가장자리는 장기면의 대표적인 암석해안이다. 해안 절벽으로 감싸여 안온한 소항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일을 하고 있다. “얼마 나왔드노? 전기세 받으러 온 거 아이가?” “아이고, 내가 귀가 어둡다.” “갓바우? 여가 갓바우여.” 다정한 말과 미소가 많은 마을이다.

절벽으로 끊어진 해안 길은 다시 국도로 이어져 신창리(新倉里)로 향한다. 멸치 찌는 냄새, 멸치 마르는 냄새로 그득한 신창1리 포구를 지나 금곡교를 건넌다.

“다리 북쪽이 죽하, 남쪽이 대양, 내륙 쪽이 신양, 합해서 신창1리라요.” 금곡교 아래에는 장기천이 바다로 흘러가고 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일출암이 솟아 있다. 옛날부터 생수가 솟는다 하여 날물치 혹은 생수암이라 불렀던 바위다. 육당 최남선은 이곳에서의 일출을 조선 10경 중 하나로 꼽았다. 일출암 남쪽으로 모래밭이 길다. 구수한 생선 냄새가 압도적이다. 해변은 가자미 덕장, 줄줄이 매달리거나 가지런히 누운 가자미들이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다. 생선 냄새가 희미해질 즈음 어촌체험마을인 신창2리 갑바우를 지나면 커다란 양포만이 열린다.


#3. 양포리에서 두원리까지

큰 만에 큰 항구, 양포리(良浦里)다. 주변에는 다방도 많다. 다방 수는 항구의 크기를 가늠하는 가장 쉬운 척도다. 양포항은 국토해양부가 개발한 어촌어항 복합 공간으로 해상 공연장과 산책로, 요트 계류장 등이 갖춰져 있다. 항구에는 뱃일하는 어부들, 공원에는 텐트를 치고 앉은 캠핑족들, 방파제 산책로 아래에는 낚시꾼들이 있다. 양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문어와 아귀다. 다방보다 많은 것이 아구탕 간판이 아닐까.

양포만 남쪽에 툭 튀어나온 곶인 니바우끝이 만을 닫으면 길은 지나온 번잡함을 감쪽같이 지우며 계원리(溪院里)에 닿는다. 마을 앞 작은 바위섬 하나가 멀리서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옛날 작은 봉수대가 있었다는 소봉대(小峰臺)다. 섬은 방파제로 이어져 있고 봉수는 무너져 흔적이 없다. 지금은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한산한 마을이지만 옛날에는 이 풍광에 반해 찾아드는 문인들이 많았다 한다. 소봉대에 올라 노래한 회재 이언적의 칠언절구가 시비에 새겨져 있다.

‘대지 뻗어나 동해에 닿았는데/ 천지 어디에 삼신산이 있느뇨/ 비속한 티끌세상 벗어나려니/ 추풍에 배 띄워 선계를 찾고 싶구나.’

푸른 풀들이 돋아있는 자갈 많은 계원리 해변에는 이름을 얻지 못한 바위들이 고적한 아름다움으로 솟아 있다.

도롯가 절벽 아래로 또 얼마나 많은 이름 없는 바위들이 멀어지는가. 그렇게 바위와 바다와 마을을 보내고 보내어, 이제 포항의 남쪽 끝 두원리(斗院里)에 들어선다. 투명한 버스정류장 안에는 바다가 넘치는데, 간잔지런한 집들은 층층이 바다로 간다. 부드러운 고개를 넘었나 싶을 때, 지경(地境)을 알리는 커다란 표지석을 만난다. 포항시 남구 장기면 두원리, 이곳이 포항 해안선의 남쪽 끝이다. 또한 시작이기도 하다.

글·사진=류혜숙 <영남일보 여행칼럼니스트·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초빙연구원>
▨ 참고=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 영일군사, 장기향토사
공동기획:포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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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포생아구집의 아구탕.

☞ 여행정보= 장기면 모포리에서 두원리까지는 마을 앞 해안 길과 31번 국도를 넘나든다. 양포 방파제와 신창2리를 잇는 해안 길에는 출입금지 안내가 붙어 있다. 신창2리는 어촌체험마을로 갯바위 낚시, 투명 카누, 후릿그물, 통발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며 펜션형 숙소와 세미나실도 갖추고 있다.

☞ 먹거리= 양포의 문어와 아귀가 유명하다. 양포 삼거리회식당의 아구수육, 신창리 금곡교 앞 양포생아구집의 탕과 찜이 이름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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