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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총선 예비후보 공약 들여다보니

20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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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끌고 보자” 실천없는 대기업유치, 현실성없는 트램설치…

20160229

“선거철이긴 한가보네, 저런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지난 22일 대구시 서구의 한 공원에서 열린 이 지역 총선 출마 예비후보자의 기자회견을 바라보던 김모씨(65)는 혀를 끌끌 차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한번 생각해보세요. 저 많은 공약이 다 실현되겠습니까”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20대 총선에 도전장을 낸 예비후보들이 경쟁적으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과감한 개발정책도 있지만, 일부는 유권자의 기분만 ‘혹하게’ 만드는 ‘선거용 공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심지어 다른 후보들의 공약을 간단히 베낀 사실상 한줄짜리 구호에 불과한 것도 있다. 실제로 대기업 유치 공약은 근 20년 동안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의 단골 메뉴 공약이 됐지만 전혀 실천되지 않고 있다. 대구시민들이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식상한 공약이 됐다. 이번 총선에서도 대기업 유치를 내세운 대구 지역 예비후보는 총 12명이나 됐다. 누가 심도 있게 공부한 끝에 공약을 내걸었는지 유권자들의 진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재탕삼탕 개발정책 쏟아져
다른 후보들 공약 배끼기도
유권자 꼼꼼하게 따져봐야

◆쏟아지는 제안들, 엇갈린 공약

‘신기술 산·학·연 클러스터’ ‘창조금융밸리’ ‘대구시청 본청 유치’ ‘주행 자동차 및 드론의 핵심 개발 단지’.

‘대구 북구갑’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이 경북도청 이전터의 향후 개발방향을 놓고 내세운 주요 공약이다. 이곳은 지난 20일 이사가 완료되면서 빈 공간이 됐다. 쏟아진 공약은 한편 그럴싸해 보이지만 어차피 다 실현될 수는 없다. 경북도청 이전터는 정부가 매입하기로 한 상태이며 부지 활용방안은 국토연구원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진행 중이다. 올해 말 연구 결과가 공표된다.

이에 대해 북구갑 지역 예비후보들은 도청 이전터 공약과 관련해 정부 주도의 일방적 개발을 막고 대구 시민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정태옥 전 대구시 행정부시장(54)은 “지금 정부가 경북도청 이전지에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은 신설 국가 연구기관이다. 이는 대구시민들의 기대를 채울 수 없을뿐더러 슬럼화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며 “국회의원이 직접 할 수는 없지만 이 같은 상황은 꼭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시청 이전 공약을 발표했다. 대구시청과 같은 핵심 기관이 들어서야 북구는 물론 대구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 선거철 단골 공약이 되어버린 ‘신공항’도 비슷한 상황이다. 남부권 신공항을 지역과 가까운 경남 밀양에 유치하겠다는 공약은 ‘대구 달서구병’ 예비후보인 현역 조원진 의원(57)과 정종섭 새누리당 ‘대구 동구갑’ 예비후보(58·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했다. 신공항은 지난해 대구, 경북과 부산, 경남, 울산이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기로 합의한 사안이다. 용역 결과는 20대 국회의원의 임기 시작 직후인 6월 중 공개될 예정이다. 신공항 공약은 따라서 현재로서는 국회의원 예비후보자들의 강한 의지표현 수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교통관련 공약 줄이어

대구지역 예비후보들은 표심을 겨냥해 서민과 밀접한 ‘대중교통’ 관련된 공략을 집중 제시하고 있다. 특히 2개 이상 지역에서 거론된 것은 ‘노면전차(트램)’였다. ‘대구 중구-남구’ 예비후보인 김희국 의원(57)은 최근 앞산순환길과 도시철도 1호선 대명역 사이 8㎞ 구간에 노면전차를 운행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기존도로에 레일만 설치하면 돼 50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앞산지구 관광객 유치, 카페거리 상가 활성화, 도심 차량감소 등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명규 새누리당 ‘대구 북구갑’ 예비후보(60·전 국회의원)도 도시철도 소외지역인 대구 북부지역의 트램 설치를 주장했다. 이 예비후보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북구발전포럼’을 통해 도시철도 3호선 어린이공원역에서 범어네거리~동대구역~경북대~엑스코를 연결하는 노선을 1차 사업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대구는 이미 트램의 전 단계인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도입에 실패한 경력이 있다. 수요가 적고 기존 도로 흐름을 방해해 교통혼잡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대구시는 이미 지난해 12월 도시철도 4개 노선(1호선 하양 연장선, 3호선 혁신도시 연장선, 순환선, 엑스코선)을 우선 추진하는 ‘도시철도 중장기 계획안’을 발표한 상태다. 이를 번복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대구경북연구원은 ‘간선 급행버스 체계 도입 타당성검토 연구’ 보고서에서 지역 교통여건 상 다른 교통수단보다는 기존 도시철도 활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대구는 시내버스 평균통행속도가 평균 시속 20㎞ 내외로, 도로 교통 여건이 양호하다. 극히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대부분 간선도로에서 BRT가 시급한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대구도시철도는 객차 내 혼잡도가 50% 이하로 이용수요가 많지 않다. 다른 교통수단 보다는 도시철도 활성화가 시급한 과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시 관계자는 “아주 불가능한 제안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유럽 등 트램이 발달한 곳과 달리 자가 운전 수요가 많은 대구에서는 적합한 모델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최근 트램에 대한 논의를 한 적이 없다. 도시철도 4개 노선 우선 추진 등으로 재정 여력을 판단했을 때도 어렵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종섭 예비후보는 ‘KTX 대구도심구간 지하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는 조원진 의원이 2014년 대구시장 선거 때와 지난해 국감에서 주장하기도 했던 공약이다. 이에 대해 해당 공무원들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은 아니지만 야심찬 공약으로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한다. KTX 대구도심통과 구간 지상화는 대구시가 결정한 것이고 이에 따라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수천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토지 매입과 도로 건설, 환경 개선을 완료했는데 다시 지하화하는 예산을 누가 감당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는 것.

‘대구 서구’ 예비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서대구KTX 복합환승센터’는 그나마 현실성 있는 공약에 꼽힌다. 올 상반기 설계를 마치고 2019년 말 완공 예정인 서대구 KTX역은 권영진 대구시장이 간부회의에서 언급한 적이 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대구역이나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의 사례를 봤을 때 사업자의 의지가 있으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모든 후보들이 유치를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이미 대구시가 프로젝트의 대부분을 완성한 상태라 사실상 공약의 의미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윤두현 새누리당 ‘대구 서구’ 예비후보(54·전 청와대 홍보수석)는 대구권 광역철도 ‘평리역’ 신설을 내세우기도 했다. 관련 공무원들은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예산 확보에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에 대해 같은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진 새누리당 손창민 예비후보(49·새누리당 중앙연수원 교수)는 오히려 “도시철도 4호선의 조기 착공이 절실하고, 버스노선의 조정을 통해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상대방 후보에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색 공약도 난무

20대 총선에 도전하는 예비후보 중에서는 기존에 등장하지 않았던 ‘튀는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도 많다.

이철우 새누리당 ‘대구 달서병’ 예비후보(53·한국미국 변호사)는 경찰대학교를 폐지하는 대신 119구급대학교 설립을 주장했다. 손종익 새누리당 ‘대구 동구갑’ 예비후보(56·상생정치연구원장)는 ‘국회의원 세비 30% 삭감’을, 최성덕 새누리당 ‘대구 동구을’ 예비후보(60·전 대구대 외래교수)는 ‘KS제도와 각종 ISO제도의 획기적 변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구 남구에 위치한 대구교육대를 동구로 유치하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재만 새누리당 ‘대구 동구갑’ 예비후보(56·전 동구청장) 측은 “동구청장 시절부터 대구교육대 측과 의견을 교환했다. 시내에 위치해 있고 확장이 어려운 대구교육대를 혁신도시 등으로 이전하겠다고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된 상황으로 불가능한 공약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구교육대는 이에 대해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조금만 이해하더라도 거짓 공약을 분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입법, 국정감사, 예결산 심의 등이다. 이를 넘어서는 공약을 한다는 것은 지역개발을 위한 ‘로비스트’가 되겠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지난 19대 국회의원 중에는 자신이 공약한 사안에 얼마나 예산이 소요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주민들도 예비후보들의 공약에 소요되는 총 예산과 예산 확보과정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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