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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대결] 헝거·이니시에이션 러브

2016-03-18

헝거
신념을 위해 목숨까지 내던진 한 남자의 옥중 저항 66일

20160318

보비 샌즈는 북아일랜드 독립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적 인물이다.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IRA(아일랜드 공화국군)의 핵심 인물이기도 한 그는 1977년 테러리스트 혐의로 14년형을 선고받고 벨파스트에 있는 메이즈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후 그는 함께 복역하고 있는 IRA 조직원들의 정치범 대우를 요구하며 죄수복 입기를 거부하는 등 투쟁을 벌이지만 영국 수상 마가렛 대처는 이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했고 대화를 거부했다. 이에 항거하며 옥중 단식을 시작한 그는 신념과 저항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북아일랜드 독립 투쟁 실존 ‘보비 샌즈’의 삶
14㎏ 감량 ‘올누드’ 마이클 패스벤더 최고 연기
스티브 매퀸 감독표 16분 롱테이크 면담신 백미


‘헝거’는 정치적 전쟁의 장이 되어가는 몸을 통해 신념과 자유가 목숨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그 길은 그들에게 가장 순수한 행동이자 유일한 선택이었고, 결과적으로 역사적 순간을 마련하는 계기가 된다. 영화는 북아일랜드의 독립을 다룬 기존 영화들의 감상주의를 철저히 제거한 채 알몸으로 옥중생활을 견디고 씻기를 거부하며 똥과 오줌으로 배설물 투쟁을 벌이는 그들의 육체적 항거에만 온전히 집중한다.

‘셰임’(2011) ‘노예 12년’(2013)의 스티브 매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저항하는 인물의 의연함과 인도주의적인 주제를 자신만의 문법으로 예리하게 포착했던 그가 대사가 아닌 이미지에 승부를 건 방식은 주효했다. 이는 ‘단식투쟁’을 뜻하는 ‘헝거’(Hunger Strike의 준말)에 가장 어울리는 접근법이기도 하다.

특히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해가며 가해자의 위치에 놓인 교도관들이 사적 영역에선 연약하고 평범한 인간일 뿐이라는 점을 드러낸 점은 좋았다. 출근할 때마다 늘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교도관(교도관 18명이 IRA에게 살해 당했다), 수감자들에게 가혹한 폭력을 행사한 젊은 경찰이 한쪽 벽에 숨어 눈물을 훔치는 장면들은 단순한 선악구분을 경계하겠다는 감독의 의지로 읽힌다.

‘헝거’는 백마디 말이 아닌 상황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그 이면에 깔린 감정과 심리를 파악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날 것 그대로의 감정과 본능이 그대로 느껴지는 순간으로 말이다. 묵언수행처럼 진행되던 ‘헝거’가 예외적으로 말을 쏟아낸 건 단 한 번, 단식투쟁에 들어가기 전 보비(마이클 패스벤더)가 도미니크 신부(리암 커닝햄)와 나눈 면담 장면에서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사람의 고정된 앵글은 16분간 롱테이크로 담긴다.

죽음을 각오한 이 결단에 대해 두 사람은 어리석은 짓인지, 위대한 행위인지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인다. 신념과 폭력, 자살과 타살, 순응과 저항, 생명과 윤리의 경계를 흥미롭게 오가는 이 영화의 백미다. 독창적인 영화문법을 펼친 감독의 연출력에 더해 마이클 패스벤더의 연기는 이번에도 보비 역을 통해 완벽히 승화됐다. 10주 만에 이뤄낸 14㎏ 감량과 올 누드 출연으로 거대 권력에 저항하는 보비를 생생하게 표출해냈고, 덕분에 스티브 매퀸은 자신의 의도대로 영화를 완성해낼 수 있었다. 보비는 단식 66일째 되던 날 2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장르:드라마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이니시에이션 러브
‘이 작품엔 큰 비밀이 있다’…뻔한 줄 알았던 멜로의 반전

20160318

1987년 7월 모태솔로 대학생 스즈키(마쓰다 쇼타)는 우연히 나간 미팅자리에서 치과 간호사로 근무하는 마유(마에다 아츠코)에게 첫눈에 반한다. 마유 역시 스즈키의 순수함에 끌려 마음을 연다. 그렇게 연인으로 발전한 두 사람. 하지만 스즈키가 도쿄로 발령을 받으면서 두 사람의 애정전선에 이상이 생긴다. 무엇보다 스즈키는 직장 동료 미야코(키무라 후미노)의 적극적인 대시에 마음이 흔들리는 중이다.

‘이 작품 속엔 큰 비밀이 있다.’ ‘이니시에이션 러브’는 관객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같은 자막으로 호기롭게 출발한다. 이야기를 사이드 A와 사이드 B로 나눔으로써 관객들에게 뭔가 대단한 반전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불러 일으킨다. 일단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당시를 그대로 재현한 음악과 유행하던 소품, 패션 등은 비슷한 문화권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적 향수로 주인공들이 펼치는 풋풋하고 순수한 로맨스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1980년대 배경 모태솔로 男 잔잔한 첫사랑
日 동명소설 원작…마지막 5분 충격적 엔딩
남·여 이야기 Side A·B로 나눠 재미 더해


이야기의 흐름만을 본다면 ‘이니시에이션 러브’는 첫사랑의 떨림에서 이별의 아픔까지를 아우른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스즈키와 마유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사이드 A는 80년대를 경험했던 중장년 세대의 추억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하다. 다소 어색했던 미팅, 첫사랑의 설렘, 사랑고백을 위해 수화기를 들었다 놨다 하는 떨림의 순간 등은 많은 공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앞서 보여준 자막은 관객으로 하여금 이를 액면 그대로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든다. 바로 이 영화가 지닌 신선한 매력이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평범해 보이는 이들의 모습과 행동 속에 숨어있는 반전에 대해 나름의 추리를 펼치게 된다. 스즈키를 중심으로 한 삼각관계로 얽혀 있지만 관객이 정작 궁금해하는 건 마유의 속내다. 왜 촌스럽고 뚱뚱한 스즈키를 사랑했는지, 왜 스즈키를 만나기 위해 한 번도 도쿄를 방문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하지만 이 과정이 물 흐르듯 너무나 자연스러워 그 의도를 쉽게 포착하기 어렵다. 오히려 사이드 B로 바뀌면서 좀더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다.

“마치 카세트 테이프가 B면으로 바뀌듯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라는 극중 대사처럼 영화의 분위기는 사이드 A와 확연히 구분된다. 사이드 B는 도쿄로 전근 간 스즈키가 시즈오카와 도쿄를 오가며 벌이는 삼각관계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사이드 A가 풋풋한 첫사랑을 다뤘다면, 사이드 B는 그야말로 통속 멜로의 전형적 형태를 보여준다. 능력을 인정 받은 소도시 출신의 남자와 미와 지를 겸비한 재력가 집안의 딸과의 만남, 게다가 마유가 스즈키의 아이를 지우는 상황까지 왔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모두가 결말에서 밝혀질 5분의 반전을 위한 장치이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니시에이션 러브’는 어른들이 사랑을 하기 위해 겪는 ‘통과의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나름의 반전을 내포하고 있는 이 영화에서 어떤 의미로 작용했는지 판단하는 건 각자의 몫이다.(장르:멜로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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