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북자정책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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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주민들의 탈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에는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근무하던 여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통일부 제공>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제68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한 주민들을 향해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겠다. 북한 정권의 도발과 반인륜적 통치가 종식될 수 있도록 북한 주민 여러분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에게 탈북을 권유하는 언급을 했다. 대부분의 탈북자는 남한 생활에서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자유를 만끽하며 새로운 사회 적응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탈북자의 생활은 녹록지 않다. 이들은 정부의 무관심과 남한 내 차별에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이 때문에 재입북하거나 제3국으로 망명하는 등 이른바 탈남(脫南)하고 있는 탈북자들도 있다. 탈북자들의 힘든 삶은 지난 8월 있었던 한 탈북자의 죽음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은 바 있다.
자격증 따도 취업하기 힘들어
상대적 박탈감이 범죄 이어져
마약·폭력 등 혐의 수감자 급증
5년 사이 16명 재입북 하기도
◆생활고 겪는 탈북자들
지난 8월13일 의사 출신의 한 40대 탈북자가 건물 유리벽을 닦다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북한 산부인과 의사였던 그는 2006년에 입국한 뒤 공사판을 전전하다 2010년부터 청소부로 일해왔다. 현행법(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심사를 통해 북한 학력과 자격을 인정해 주도록 하고 있어 고인은 국내에서 학력 심사와 의사 면허 시험을 통과하면 다시 의사로 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돈이 없었던 그는 중병에 걸린 부인과 자녀를 돌보느라 학력 심사와 의사 면허 시험을 준비할 상황이 못 됐다.
실제 적잖은 탈북자가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탈북자들은 하나원(탈북자 사회정착 지원을 위한 통일부 소속 기관) 퇴소 후 정착지원금 명목으로 1인당 500만원 정도 받지만 생활을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국내 입국 시 도움을 준 탈북 브로커에게 사례금도 지급해야 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많지 않다.
통일부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을 통해 한 해 230억원 정도를 탈북자 지원에 쓰고 있지만, 이마저도 집행이 비효율적이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전체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112억원)만 탈북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갔을 뿐 30% 정도는 재단 운영을 위한 행정비로 사용됐다.
◆“빈부격차 가장 힘들어”
더민주 이석현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심화교육 취업실태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하나원의 자격증 과정을 수료한 83명 중 21명만이 유관 분야에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격증과 무관한 분야까지 포함한 전체 취업률의 경우 2013년 71.8%에서 2014년 48.8%로 줄어든 뒤 2015년에는 38.5%에 그쳤다. 2013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탈북자들은 ‘경제적 불평등’을 현재 한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평화재단(이사장 법륜 스님) 산하 평화연구원이 2015년 탈북자 51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살면서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빈부격차가 너무 심하다’(19.1%), ‘돈이 없으면 사람을 무시한다’(18.4%),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심하다’(15.2%)는 답이 많았다. 조사 결과를 분석해 발표한 고경빈 평화연구원 연구위원(전 통일부 정책홍보본부장)은 “심층면접에서도 ‘돈 없는 사람은 사람 취급도 안 한다’ ‘무조건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물질만능주의가 심하다’ ‘경쟁이 치열한데 너무 야비한 경쟁’이란 답이 공통적으로 나왔다”고 소개했다.
경제력 격차로 인한 패배 의식 때문에 자살하는 탈북민들도 있다. 2006~2015년 통일부에서 탈북민 사망자를 조사한 내용을 살펴보면 10~40대 사망원인 순위 중 5위 안에 자살이 포함돼 있다. 특히 10~20대 사망원인 중 24.3%가 자살로 조사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정책 전환 시급
이 같은 탈북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탈북민들은 남한 주민에 비해 5배 이상 범죄에 노출돼 있고, 특히 사기 피해 건수는 무려 4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민주 강창일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북한이탈주민 수감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 수감자는 2011년 51명에서 2016년 8월26일 기준 129명으로 153% 늘어났다. 범죄 유형별로는 2016년 8월 말 기준 △마약류(38명)가 가장 많았고 △폭력(15명) △사기횡령(13명) △살인(11명) △절도(5명) △강도(4명) 순이었다. 폭력 사범의 경우 지난 5년에 비해 400%나 증가해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탈북자가 급증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북한이탈주민 탈남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최근 5년간 공식 확인된 재입북자는 총 16명, 제3국에 위장망명 신청이 공식 확인돼 보호 중지된 경우가 총 53명이었다. 특히 국내 입국 후 보호기간(5년) 중 정부의 각종 정착지원을 받으면서 제3국 위장망명 신청으로 보호중지된 경우를 살펴보면 2012년 4명, 2013년 11명, 2014년 15명, 2015년 23명 등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태규 의원은 “정부의 정착지원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탈북민들이 우리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남한 사회의 탈북민에 대한 인식 개선, 탈북민 스스로 시혜대상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체성을 갖도록 하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 ■ 최근 5년간 탈북자들의 탈남 현황 (단위:명) | ||||||
| 구분 | 2012년 | 2013년 | 2014년 | 2015년 | 2016년 | 계 |
| 제3국 위장망명 신청으로 보호중지 | 4 | 11 | 15 | 23 | - | 53 |
| 재입북자 | 4 | 8 | - | 3 | 1 | 16 |
| <자료:통일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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