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61230.010390842550001

18년째 혈액투석 ‘기적 같은 삶’…아픈 아이들의 희망 둥지를 만들다

2016-12-30

[이사람] 박종하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대구경북지회 사무국장

20161230
박종하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대구경북지회 사무국장이 희망다미웰니스 대구센터의 아이들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20161230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대구경북지회가 28일 ‘이유밴드’의 재능기부로 소아암 환자 가족 20여명과 자원봉사자 30여명이 함께 하는 송년음악회를 열었다.
20161230
28일 송년음악회에서 박종하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대구경북지회 사무국장이 참가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61230
박종하 <사>한국백혈병 소아암협회 대구경북지회 사무국장. 그는 협회를 통해 아픈 아이들이 사회로 나가는 징검다리가 되어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대학 4년 때 만성신부전…母 신장 이식
 부작용에 생사 넘나들며 내내 병원신세

“그때 입원한 아이들 보며 도울 방법 고민
 후배들과 동아리 ‘병아리학교’ 만들어
 공부 돌보고 기금 모아 간식·학용품 후원”

 졸업후 시민단체 활동 중 친구의 제안
“대구 백혈병소아암協 만드는데 도와달라”
 10월 대구경북지회 창립…후원회원 조직

 매주 3회 희망다미웰니스 대구센터 운영
 환아·가족들 교육·문화·복지시설役 톡톡


스물여섯 대학 4학년이던 해, 박종하 <사>한국백혈병 소아암협회 대구경북지회 사무국장(47)은 만성신부전에 걸렸다. 어머니의 신장을 이식했다. 면역억제제는 독했고 이식부작용은 심각했다. 이식만 하면 끝날 줄 알았던 질병은 끈질기게 그를 괴롭혔다. 1999년부터는 이틀에 한 번 꼴로 병원에서 혈액투석을 하고 있다. 18년째다. 주섬주섬 걷어올린 그의 팔은 혈관이 손가락 두세 개 정도의 굵기로 부풀어올라 있었다. 취재를 위해 전화를 걸 때마다 그는 병원에 있었다. 걷어올린 팔뚝을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스물과 서른, 그리고 마흔. 청춘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낸 그는 여러번 생사를 넘나들었다. 몇 번을 쓰러졌고 ‘하늘 나라 코앞까지’ 갔다 온 적도 많다.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라 했다. 그 기적 같은 삶을 그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살고 있다.

“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다보니 안타까운 사연이 한둘이 아니더라. 나이 든 사람은 그렇다 쳐도 어린 아이들은 정말 마음 아팠다. 마음껏 친구들과 뛰놀아야 할 나이에 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다보니 친구도 없고 학업은 학업대로 뒤처지고. 투병하다 죽어가는 아이들도 많이 봤다. 이 아이들을 좀 도와 줄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후배와 함께 ‘병아리학교’라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병아리학교는 장기 입원한 아이들의 공부를 돌봐주는 자원봉사 모임이었다.

“‘병을 앓는 아이’라는 의미로 병아리처럼 귀엽게 건강하게 자라라는 마음에서 붙여준 이름이다. 자원봉사자들은 병원을 찾아 아이들의 공부를 돌봐주고 후원 기금을 모아 간식을 사주고 학용품을 나눠줬다. 병아리학교를 시작하면서 캠퍼스에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붙였다. 별 기대 없이 시작했는데 예상외로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그때 함께 동아리 활동을 했던 후배는 진로를 바꿔 장애인 예술공부를 했다. 지금은 자폐아와 장애아들과 함께 연극 공연을 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학 때 동아리 활동으로 끝났지만, 병아리학교 같은 시설이나 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졸업 이후 대부분은 아팠고 남은 시간 가끔 시민단체 활동을 해 오던 그에게 뜻밖의 제안이 들어왔다. <사>한국백혈병 소아암협회에서 일하던 친구가 대구지역 조직을 구성하려 하는데 힘을 보태달라고 했다. 그는 흔쾌히 승낙했다.

소아암협회는 생긴 지 20년을 넘었고 인천, 울산, 부산, 제주 등 전국 6개 도시에 지회가 있지만 대구·경북지역에는 없었다. 대구에는 암 전문 병동이 있는 대학병원이 5곳이나 되고, 소아암 환자도 1천명에 이른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지역 환아들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못 받아온 셈이다. 병원을 들락거리면서 아픈 아이들이 항상 눈에 밟혔고 아이들을 위해 뭐라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했다. 소아암협회가 앞으로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소아암협회 대구경북지회는 지난 10월 창립했다. 150여명의 후원회원도 조직됐다. 소아암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의 완치와 삶의 질 향상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공익단체다. 항암 치료를 비롯하여 조혈모세포 구득비용, 수술비, 희귀의약품 비용을 지원하고 건강·문화·교육·자립 등 환아의 성장에 필요한 사회복지지원을 하고 있다.

소아암은 우리나라 아동 질병사망 1위의 질환이다. 연간 1만4천여명이 소아암으로 치료받고 있으며, 매일 5명의 아이들이 새롭게 소아암으로 진단받고 있다. 소아암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평균 3년간 장기 입원과 통원 치료를 반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업에 뒤처지고 또래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해 정상적인 사회복귀가 어려워질 수 있다. 박 국장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 부분이다. 특히 소아암협회가 운영하는 희망다미웰니스 센터는 박 국장이 활동했던 병아리 학교를 꼭 빼닮은 곳이다. 기꺼이 소아암협회 대구경북지회 창립에 힘을 보탠 것도 이 때문이다.

“소아암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은 장기 치료로 공백 기간이 길다. 병이 치료되고 나서도 학교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병은 완치되었으나 이후의 사회생활이 너무 힘들어 또 다른 고통을 겪는 아이들을 많이 봤다. 친구는 없고 공부는 따라가기 힘들고. 소아암 완치율은 지금 30%에서 80%까지 높아졌다. 이제 질병의 치료와 더불어 완치 이후 삶의 질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박 국장은 “소아암 협회가 운영하는 희망다미웰니스 대구센터는 환아와 가족들을 위한 교육·문화·복지 시설이다. 병아리 학교의 부활이라는 생각으로 기쁜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희망다미웰니스 대구센터는 매주 수·금·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된다. 현재 30여명의 아이들이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종이상자로 아지트를 만들고 미꾸라지를 풀어 손으로 잡아보고 온몸에 물감칠을 한 채 그림도 그리면서 한나절을 보낸다. 면역 기능이 떨어진 아이들을 위해 특별하게 계획된 신체프로그램과 몸과 함께 마음까지 약해진 아이들을 위한 정서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아이몸 튼튼’과 같은 맞춤형 건강프로그램과 힐링미술·집단미술상담·표현놀이·언어치료·음악치료 등의 치료 프로그램, 과학마술·악기수업·예비중등학교와 같은 학습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래 친구들은 진급을 해서 학년이 올라가고 학업은 뒤떨어지고. 병이 낫고 나서도 아이들이 겪어야 할 후유증은 적지 않다. 센터에서는 그런 아이들의 정상적인 사회복귀를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재미있고 교사는 헌신적이다.”

병을 앓고 있는 아이뿐만 아니라 형제, 부모도 교육의 대상이다. 아픈 아이를 돌보다보면 부모의 몸과 마음도 피폐해지기 마련이다. 홀로 외롭고 힘들게 아이를 지켜내고 있는 부모들에게도 센터는 춤테라피, 부모힐링토털공예, 가족캠프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아픈 아이에게 온 가족의 관심이 쏠리면 상대적으로 건강한 형제들은 또 다른 돌봄의 소외를 겪을 수 있다. 그 아이 역시 단지 아프지 않을 뿐 완전하지 않은 어린이다. 방치됐을 경우 정서적 결핍 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 센터는 그런 아이들을 위해 형제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병마에 몸과 마음이 찌들어 생기를 잃은 아이들이 이곳의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밝게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는 박 국장은 “현재는 주로 영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고학년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운영 시간도 주 3회에서 주중 오픈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더 많은 아이들이 더 오래, 더 자주 이곳에서 살아갈 힘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일곱살 현수(가명)는 할머니 손을 잡고 센터를 방문했다. 아픈 아이를 돌보느라 지쳐 버린 부모가 결국엔 이혼을 하고 현수를 할머니에게 맡겼다. 엄마 손을 잡고 응석을 부리며 센터에 오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할머니와 함께 온 현수는 유난히 신경질적이고 난폭해서 교사들을 힘들게 했다. 하지만 지금 현수는 누구보다 밝게 잘 생활하고 있다. 요즘은 수업이 끝나도 집에 가려 하지 않을 정도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내년에는 도서관을 만들까 한다. ‘희망다미 생명도서관’이다. 프로그램이 없을 땐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빈둥거리며 놀기도 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 것이 현실. 그래서 박 국장은 요즘 후원 회원 확보와 모금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행하는데 애를 쓰고 있다. 이제 막 단체가 결성돼 활동을 시작한지라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급선무. 지난달에는 경북대 칠곡병원에서 클래식 음악회를 가졌으며 지난 28일에는 ‘이유밴드’의 재능기부로 소아암 환자 가족 20여명과 자원봉사자 30여명이 함께하는 송년 음악회를 열었다. 이유밴드의 이주희씨는 머리를 길러 소아암 환자를 위한 가발을 만드는 데 쓰라고 후원한 인연도 있다. 다음 달에는 조카를 백혈병으로 잃은 배우 허성태씨를 초청해 힐링토크쇼를 열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매월 꾸준히 문화와 함께 하는 토크쇼나 공연을 펼쳐 지역 사회에 단체를 알리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해 나가려한다. 협회 사무실이 있는 골목의 가게 사장님들, 국수가게, 커피숍, 수제맥줏집 등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공간을 무료로 내주는 분도 있고 행사에 간식을 보내오는 분도 있다. 이들과 함께 골목에서 봄이 되면 축제를 벌여보려 한다. 버스킹도 하고 벼룩시장도 하고. 골목 상인들과 함께 재미있게 활동하고 싶다.”

“이제 대구지역에 지회가 생겼으니 더 많은 친구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박 국장은 “병을 치료하겠다고 아이들이 너무 많은 것을 잃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시간, 체력, 학력, 친구 등. “사회생활에는 단계가 있다. 치료가 끝이 아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야 한다. 친구도 공부도 포기하고 홀로 사각지대로 숨어버린 아이들을 찾아 당당하고 밝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아이들의 징검다리가 되어 동반자의 역할을 하고 싶다. 백혈병과 난치병은 물론 건강에 취약한 모든 청소년들을 위한 토털케어센터로 자리 잡아 나가겠다.” 그의 꿈을, 아픈 모든 아이들의 건강한 꿈을 응원한다.

▨후원계좌=국민은행 801301-01-639281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대구경북지회

글=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사진=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