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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슈레버 박사의 작은 정원

2018-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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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슈레버 박사의 작은 정원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으로 기차여행을 하다보면 숲이 무성한 곳이나 기찻길을 따라 10평 남짓의 작은 정원들이 성냥갑 모양으로 앙증맞게 조성돼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자세히 보면 성인 허리보다 낮은 나무를 어슷어슷 연결해 만든 담장 안에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거나 책을 읽는 모습, 잔디를 정리하거나 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모습도 눈에 띈다. 바닥에 푸른 잔디가 깔려 있고 형형색색의 꽃들과 유실수들이 울창한 건 기본이다. 잘 꾸며진 곳에는 한편에 소박한 오두막과 작은 연못, 쉴 수 있는 벤치와 나무와 나무 사이에 걸린 보자기그네, 그리고 아이들의 놀이기구와 물놀이 튜브 등이 있는 놀이터도 있다. 이곳은 슈레버 가르텐(Schreber Garten·슈레버 박사의 작은 정원)이라고 하는 곳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유지를 시민들에게 빌려주면 시민들이 자신들의 계획대로 임의로 가꾸는 정원이다. 다니엘 고트롭 슈레버(Daniel Gottlob Moritz Schreber, 1808~1861)라는 외과의사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슈레버 박사는 자연의학과 어린이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의사였다. 산업화 초기였던 당시는 아이들조차 하루에 14시간 이상을 주말도 없이 일해야 하는 처참한 시절이었다. 아이들이 치명적 병치레로 건강과 생명을 잃는 일이 다반사였다. 슈레버 박사는 아이들의 병을 치료하면서 아이들에게 “햇볕을 쬐게 하고 식물을 가꾸게 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우선적으로 도시 인근 공유지를 빌려 아이들이 맑은 공기 속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하는데 발벗고 나섰다. 이후 공장들이 늘어서 있는 삭막한 환경의 빈민촌에 사는 가난한 노동자 계층에도 태양과 산소가 풍부한 녹지공간이 제공되어야 하고, 부족한 청정채소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사회운동으로 확장되면서 제도적으로 안착하게 된다.

아이들을 푸른 녹지공간에 뛰어놀게 함으로써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사회가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시작한 이 활동 덕분에 이미 1860년에 100여 개의 슈레버 가르텐 단지가 만들어졌다. 이후 독일 정부는 모든 지자체가 적정 규모 이상의 슈레버 가르텐을 보유하도록 법으로 정했다. 현재 슈레버 가르텐은 독일의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저렴하게 임대계약을 해 사용하고 있는 정원이다. 운영 원칙은 철저하다. 이곳에서 거주하면 안되며 정원을 절대로 방치하면 안된다. 화초와 나무를 임의로 심어 가꿀 수 있지만 유실수가 3분의 1을 차지해야 한다. 임대는 최대 25년까지 가능하다. 오두막 등의 시설 설치는 일정한 한도의 비용선에서 임의로 할 수 있으며, 설계계획 및 설치비용 등을 신고하면 설치 이후 연말에 환급받을 수 있다. 일단 설치한 것을 임의로 파손, 변경해서는 안된다. 이 모든 것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슈레버 가르텐 단지의 임차인 공동체가 구성돼 있다. 슈레버 가르텐은 누구든 취미생활공간과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거대한 녹지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생태환경을 지키고 아름다운 지역사회를 만드는 효과도 있다.

우리에게도 도시텃밭이 있다. 그러나 아직 초창기라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쉬려 해도 마땅한 공간이 없다. 씻을 데도 먹을 데도 적당치 않고 부대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제안한다. 가족과 이웃들이 모여 자연과의 교섭을 통해 맑은 공기도 호흡하고, 함께 농사도 지으며 쉴 수 있는 ‘좀 갖춰진’ 슈레버 가르텐 같은 텃밭을 더 많이 만들면 어떨까, 자연 속에서 어울리면서 삶의 여유를 찾게끔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게 그 어떤 사회정책보다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때마침 공공기관들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사회가치 실현 방법을 찾고 있다. 슈레버 가르텐의 취지에 동의하는 공공기관이 유휴지를 제공하는 등 주민들을 행복하게 할 기획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미 사회적기업인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 ‘LH율하나눔텃밭’을 관리 운영하면서 사회적가치 실현에 한 걸음을 내디뎠다.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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