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맞은 김광석길
전국구 골목문화특구로 성장
신천과 대봉1동 융복합하고
초기 참여작가 동참시키는
거버넌스 컨트롤타워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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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춘호 주말섹션부 차장 |
1996년 1월6일 김광석이 죽었다. 그 무렵 그가 대구 태생인 걸 아는 이는 극소수였다. 그의 노래는 자기 고향인 대구보다 한 수 위였다. 그 옆에 가장 어울리는 건 김광석밖에 없었다.
김광석을 맨처음 그리기 시작한 건 대구가 아니라 서울이었다. 극단 학전 대표이자 뮤지컬 제작자로 변신한 한국 포크리더 김민기가 총대를 멨다. 조각가 안규철은 2008년 1월6일 학전 블루소극장 입구에 김광석 브론즈 부조를 세운다. 2012년 시작된 ‘김광석 노래부르기’는 ‘김광석 다시부르기’(10회) 전국투어콘서트와 시너지효과를 올렸다. 이 흐름은 대구와 전혀 무관했다.
그런데 어느 날 ‘김광석 특수’가 느닷없이 중구 대봉1동 방천시장에 집중된다. 사실 서울에서는 ‘대구가 웬 김광석’이라면서 시큰둥하게 반응한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첫 단추는 이랬다. 광주시 대인동 ‘대인예술시장’의 성공적 프레임을 방천시장에 그대로 대입시킨다. 그게 2009년 2월부터 시작된 중구청 주도의 ‘별의별 별시장 프로젝트’. 말기암환자 같았던 시장에 예술의 광채 한 톨이 파종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광석은 방천시장과 무관했다.
드디어 방천예술시장 2막이 개막된다. 2009년에 발족된 ‘문전성시프로젝트’. 그 성공적 지류가 바로 ‘김광석다시그리기’, 일명 ‘김광석벽화길’ 사업이다. 2013년, JTBC ‘히든싱어’ 김광석편 덕분에 이 길은 졸지에 전국구 관광존으로 우뚝선다. 2014년 가을, 350m 전구간이 벽화로 넘실댄다. ‘김광석 카드’를 맨처음 생각한 건 총괄기획자 이창원씨(인디 053 대표). 그와 짝이었던 예술감독 손영복씨는 골목의 심벌이 된 김광석 조각상을 세운다. 40여명 작가의 상상력이 김광석길에 올인됐다. 이 과정에 태어난 게 바로 ‘김광석다시그리기길운영위원회’.
하지만 문전성시 직후 참여작가는 다들 방향감각을 잃고 지리멸렬했다. 행정은 작가와도 엇박자였다. 작가끼리도 갈등했다. 그 사이 그 골목은 상인들의 세상이 된다. 김광석길의 평당 가격은 날마다 치솟았다. 자본이 점차 예술을 압도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급습했다. 관(官)의 욕망이 주민과 작가를 압도하는 ‘관트리피케이션’도 횡행했다. 상당수 작가가 떠났다. 홀로 남은 김광석길은 관광객과 상인만을 위한 ‘피에로’ 같았다. 자꾸 꿈보다는 욕심·야심의 바이러스에 감염돼가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급기야 2017년 9월, 중구청 주도의 ‘김광석다시그리기길 관광인프라 개선사업’을 비판하는 시민들의 성명서가 발표됐다.
다행히 대봉1동 이해 관계자를 하나로 묶어주는 ‘BACA(방천문화예술협회)’가 창립됐다. 그들이 2014년 ‘방천아트페스티벌’을 터트린다. ‘대봉동이야기’란 골목스토리북, 지난해는 제1회 ‘레드코페어’까지 깔았다. 십시일반, 민간주도 축제였다. 그 어름에 대봉문화마을협의회가 ‘대봉문화마을축제’까지 론칭한다. 2017년에는 골목주민이 동참하는 전국 첫 ‘골목오페라축제’도 열린다. 웨딩거리상점가상인회에 이어 김광석길상인회까지 발족했다. 김광석을 넘어서려는 몸짓이었다. 조만간 신천과 연결되는 구름다리도 가설될 모양이다. 이제 서로 다른 그림을 조각보처럼 편집해줄 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김광석에 갇히면 안된다. 김광석을 무한하게 확장시킬 수 있는 거버넌스(Governance) 버전의 ‘컨트롤타워’가 시급한 상황이다. 관계자는 여기를 통해 불만을 토로하고 이견을 조정하면 된다. 그럼 서로 다른 색깔의 축제와 이야기가 한 목표를 향할 것이다.
김광석길 출범 10주년이다. 신천~김광석길~방천시장~웨딩거리를 하나로 묶을 또 다른 10년을 준비해야 될 시점이다. 이제 여기는 모두의 골목이다. 쟁점 사안을 잘 융복합하면 불후의 ‘골목문화특구’로 웅비할 것이다. 이춘호 주말섹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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