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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2개 色 바꾸는데 3억5천만원…‘컬러풀 대구’로고 교체 혈세낭비

2019-06-11

[이슈분석] 市 “정체성 더 명확” 궁색한 변명

20190611
‘컬러풀 대구’ 슬로건의 변경 전(위)과 변경 후 디자인. 3년간 3억5천2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개선한 디자인이 검정색 원을 빨강색으로, 분홍색 원을 보라색으로 바꾼 것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구시 제공>

2015년 10월 대구시는 도시브랜드 슬로건인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의 교체작업에 들어갔다. 2004년부터 대구를 알리는 브랜드 슬로건으로 11년 동안 사용해 왔지만 ‘대구의 정체성이 부족해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라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시는 10일 시청기자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컬러풀 대구를 그대로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신 슬로건 디자인의 원 모양 색상 5개 중 2개를 바꾸는 개선안을 내놨다.

앞서 시는 수차례에 걸친 개발 회의를 통해 ‘핫플레이스 대구(Hotplace DAEGU)’라는 새로운 슬로건 후보안(案)을 도출하고 지난해 10~11월 간부 공무원 및 시민들을 대상으로 선호도 설문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결과는 시의 의중을 비껴나갔다. 컬러풀 대구가 더 낫다는 여론이 우세했던 것. 김범일 시장에서 권영진 시장으로 바뀐 민선 6기 출범 이후 국내외 도시 간 경쟁에 대응하고 효율적인 도시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라며 야심차게 달려든 대구 슬로건 교체작업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그러나 시는 이날 브리핑에서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 모양을 ‘검정→빨강’으로 색상을 바꿔 ‘젊음과 열정이 가득한 역동적인 도시’를 표현했고, ‘분홍→보라’로 변경해 채도와 명도를 개선했다고 자평했다. 이에 더해 ‘국채보상운동’ ‘2·28민주운동’ 등 대구에서 최초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부각시켜 ‘젊은 도시, 열린 도시, 열정의 도시’라는 대구의 정체성을 더욱 명확하게 표현하게 됐다는 의미(?)까지 애써 부여했다.


세계 도시경쟁·효율적 마케팅 활용
정체성 부족 내세워 교체 착수 3년
‘핫플레이스 대구’案 선호도서 밀려
일부 변경하고선 의미만 잔뜩 부여

사실상 교체 실패 애써 외면하는 市
내일 여는 ‘실패박람회’ 아이러니



컬러풀 대구 교체작업에 착수한 이후 작년 11월까지 새 도시브랜드 개발 용역 및 사업비 명목으로 투입된 예산은 3억5천200만원이다. 결과론적으로 3년 동안 색상 2개 교체에 3억5천200만원을 썼다는 얘기다. 빨강·보라로 색상 2개를 교체하는 데 든 비용을 개당 환산하면 1억7천600만원이다.

이 부분에 대해 시도 겸연쩍은지 자료를 내고 “결과물로 보면 그동안 투입된 시간과 비용에 비해 현재의 컬러풀 대구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브랜드 개발에 미치지 못한다는 일부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개발과정에서 시민과 함께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우리 대구의 정신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으며, 많은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깊이 고민하고 노력한 열정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시는 이번 컬러풀 대구 개선안을 다음달 열리는 대구시의회 심사를 거쳐 확정·시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시의회에서 ‘대구시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면 각종 공문서에 개선안(빨강·보라 변경)을 사용하고 향후 설치되는 각종 시설물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마침 이날 기자실에선 컬러풀 대구에 대한 브리핑 직후 ‘실패 박람회’에 대한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시와 행정안전부는 12~14일 사흘간 중구 동성로 일원(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 등)에서 ‘2019 실패박람회 in 대구’를 개최한다. 시민의 다양한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재도전을 응원하자는 취지다. ‘가치있는 실패, 같이하는 내일’이란 슬로건 아래 ‘실패를 소중한 자산이라 여기고 실패에 대한 가치를 존중하며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축제의 장’을 만들겠다는 게 시의 생각이다.

컬러풀 대구 교체작업에 실패하고도 애써 외면하는 시가 시민에겐 실패 고해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주문하겠다는 심산이다. 시민은 이를 어떻게 바라볼까.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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