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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러시안 룰렛

2020-04-15

영화 '디어 헌터(Deer Hunter)'에 나오는 '러시안 룰렛(Russian roulette)' 게임 장면은 압권이다. 이 영화는 사슴 사냥을 즐기며 미국의 한 시골도시 제철소에 다니던 세 젊은이의 이야기를 엮었다. 이들은 월남전에 참전하면서 변환점을 맞는다. 전투 중 적에게 포로가 된 두 명은 베트콩이 좋아하는 고문인 러시안 룰렛 게임을 틈타 탈출한다. 그러나 한 명은 머리에 댄 권총 방아쇠를 당기며 돈을 버는 이 악마의 게임에 빠져 버린다. 인간성의 파멸 과정을 보여주는 슬픈 영화다.

본 지 꽤 오래됐지만 러시안 룰렛 게임은 뇌리에 선명하다. 6연발 리볼버 권총에 실탄 한 발을 넣고 원형 탄창을 돌린 뒤 총구를 자신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확률 게임이다. 발사되지 않으면 한 발 더 넣고 방아쇠를 당긴다. 확률이 6분의 1에서 시작해 점차 올라간다. 여섯 구멍 모두에 실탄이 꽉 차면 죽게 된다. 그러니 확률 1이 되기 전에 한쪽이 꽁지를 내릴 수밖에 없다. 생사를 걸고 하는 무모한 게임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감염병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스웨덴의 이색 대처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스웨덴은 유일하게 '집단 면역'이라는 자연적 방식에 맡기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대다수 국가와는 달리 코로나19가 번지도록 그냥 놔두는 것이다. 한 집단의 60% 정도가 감염되면 집단 면역이 생겨서 더 이상 확산이 안 된다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 거리두기나 격리와 같은 방식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장기적 접근 방식이다. 하지만 리스크가 커 자국민 사이에서도 찬반 양론이 상존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고 정부의 대응방식을 비판한다. 유럽은 코로나 감염병 치사율이 10%가 넘는다. 면역력이 약한 누군가는 죽어야 감염병 종식을 기대할 수 있다. 옳은지 그른지 평가는 나중에 나올 테지만 국민을 러시안 룰렛 총구에 방치하는 조치는 최선의 방책이 아니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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