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야당에 주더라도 체계·자구심사 수정권한, 이빨은 다 뺄 듯"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세상이 바뀌면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며 단결하고 변화해서 예전의 웅도 경북, 3대 도시 위상을 되찾자고 호소했다. |
대구권 5선인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대구 수성구갑)가 오는 8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다. 그동안 21대 국회 제1야당의 첫 원내대표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당대표 권한대행으로서 지도부를 구성하는 등의 굵직한 과제를 수행했다. 그야말로 가보지 못한 강을 건너는 과정에서 상당한 지도력을 보여주었다는 의견이 많다. 그런 가운데 중도 확장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의 합리적이고 온건한 성향이 '영남당'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는 언론의 평가도 나온다. 주 원내대표를 2일 국회 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만났다.
◆주호영 의원
△울진(59) △능인고·영남대 법학과 △대구지법 부장판사 △17·18·19·20·21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 △이명박정부 특임장관 △여의도연구소장 △박근혜 대통령비서실 정무특보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바른정당 원내대표 및 당 대표 권한대행
정부 견제 핵심은 법사·예결위
의석 적지만 통합당도 42% 득표
일방적 상임위장 배분 동의못해
▶미래통합당이 선거 참패 이후 한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순식간에 벗어났다. 지난 한 달간의 소회를 밝히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다. 원내대표는 사실 원 구성 협상을 하고 상임위를 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저는 과외로 비대위를 출범시켜야 하고, 미래한국당과의 통합도 성사시켜야 하는 두 가지 과제가 더 있었다. 비대위를 그냥 출범시키기도 어려운데 위원장으로는 김종인 위원장을 모셔놓고 임기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문제를 이어받았다. 당내에서 찬반이 갈라져 있었다. 당선자 총회 등 많은 의원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가닥이 잡혀 비대위를 출범할 수 있었다. 한국당과의 통합은 애초에는 당연히 합당이 예상되었으나 상황이 바뀌면서 사실상 통합이 물 건너갔구나 하는 상황까지 갔다. 한국당 의원 결단과 우리 노력으로 합당하게 됐다. 보수의 분열 소지를 없앤 것이 큰 다행이다. 개인적으로는 취임 직후 부친상을 치렀고, 지역구가 바뀌어 사무실과 집을 이사해야 했다."
▶원 구성 협상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4년간 국회 운영의 룰을 정하는 것이어서 쉽지 않다. 민주당이 177석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정할 터니 따라오라는 것에 우리는 동의하기 어렵다. 다 달라는 것도 아니다. 의석에 맞는 상임위원장은 줘야 한다. 30년간 계속되어 왔는데 국회의 행정부 견제에 가장 중요한 게 법사위와 예결위다. 18대 국회 때 우리 당이 여당이었는데, 그때 범여권이 215석이었다. (야당인 민주당에) 법사위·예결위 나눠 주었다. 소선거구제 때문에 의석 수가 크게 차이 났지만, 득표 비율은 우리도 42% 얻었다."
▶법사위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
"법사위도 가져가겠다고 뚜렷하게 말하지 않고 있다. 제가 읽기로는 법사위는 야당에 줄 수밖에 없다고는 판단하는 것 같다. 다만 체계·자구심사 수정 권한을 뺏으려는 것 같다. 그것은 이빨은 빼고 주겠다는 말이다. 국회 통과 법안을 보면 58%가 다듬어진다. 그렇게 다듬고도 위헌법률이 1년에 10개 넘게 나온다."
보수가치만으론 시대 못따라가
국민·국가에 꼭 필요한 정책을
'좌클릭'으로 규정하지 말아야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가 공식 출범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확연히 엇갈리고 있다.
"김 위원장과 일을 같이 해본 사람은 기대가 크다. 능력이 탁월하고, 방대한 독서량과 세계 각국의 정치 상황을 꿰고 있다. 병서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하는데 김 위원장만큼 민주당을 잘 아는 사람도 없다. 우리 당에 김 위원장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 우려하는 쪽은 우선 모시고 오기 전에는 연세가 80이나 되는 분, 이당 저당 왔다갔다 한 사람이다 하는 비판이 당 밖에서 많았다. 모셔온 이후에는 '보수의 가치를 버리고 너무 좌클릭하는 것 아니냐'하는 우려가 나온다. 그런데 본인도 말씀했지만 좌다, 우다 이런 가치보다는 무엇이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 도움이 되느냐를 봐야 된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정책으로 꼽히는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는 박정희 전 대통령 때 도입한 것이다. 진짜 좋은 정책은 그 시대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앞을 내다보는 정책이다. 필요하다면 해야 하는데 그것을 '좌클릭'이다 이렇게 규정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용어의 사용이라든가, 말씀 가운데 보수의 가치를 소홀히 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겠다. 보수의 가치는 중시하되 그것만 가지고 시대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으니 시대의 변화에 맞는 정책은 필요하다."
당분간 TK인물 대권 어려울 듯
TK가 국민에 섬처럼 고립돼있고
과거집착으로 보여선 도움 안돼
세상이 바뀌면 생각도 바뀌어야
▶보수재건 문제와 함께 많은 통합당 지지자의 관심은 총선의 부정 가능성에 쏠려 있다.
"투표함 보전 신청이 되어 있고, 선거재판이 걸려 있어서 그 결과를 보면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본다. 선거관리 과정에서 실수가 엄청나게 많아서 선거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많았다. 그런 문제 제기에 선관위가 입장을 명쾌하게 밝혀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자칫 선거에 지고 승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좋지 않다. 우리 당에서 치열하게 선거운동 했던 분들의 주장을 외면하지 않고 정확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차제에 사전선거제도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사전투표는 무조건 정비되어야 한다. 20%나 되는 유권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갖지 않고 5일이나 빨리 투표에 나서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크다. 헌법상 비밀투표가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심각하다. 전자적으로 QR코드 나가기 때문에 사전선거는 선거관리 기관이나 국가기관이 알려고 하면 누가 누구를 찍었는지 알 수 있다."
▶보수 우파의 몰락을 가져온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친박·친이 갈등은 해소되었다고 보나.
"못을 뺀 자국은 남아 있을지 몰라도 이젠 못은 없다. 총선 이후 정치인들 사이에는 친이·친박이 사라졌다. 그런데 지지자들 사이는 화합 안 되는 측면이 여전히 있다. 보수 지지자들이 갈라져서 서로 공격하는 것이 상대방 공격보다 더한 경우도 많다. 재집권하려면 보수 지지자들의 단결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주 원내대표는 왜 정치를 하는가.
"판사할 때 보면 조문 하나 가지고 교과서가 몇 페이지 쓰이고 원고·피고를 다툰다. 그것은 물건으로 말하면 소매다. 그런데 그 법을 합리적으로 만들면 수백 수천의 사람이 혜택을 본다. 입법은 도매다. 이 일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정치에 나왔다. 거창하게 말하지 않고 좀 더 많은 국민이 합리적인 법에 따라 불편을 겪지 않게 하고 싶다. 꾸준히 그것에 관심을 두고 정치를 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
"법 만드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겠지만, 이제는 대한민국 전체의 방향, 국가가 어디로 가야 하나 하는 것을 보고 있다. 외교적으로는 4강의 각축 속에 우리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되고, 우리 자식들이 잘사는 나라가 될 것인가 하는 국가 전체의 경영이나 방향에 관심을 더 갖고 있다."
▶두 아들이 변호사인 것으로 안다. 정치를 권할 생각이 있나.
"지금식의 정치라면 말리겠다. 그런데 앞으로 정치가 투명해지고 밝아지지 않겠나. 공적봉사 생각이 있을 때 해라, 감투나 자리로는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두 아들이 지금 절대 하지 않겠다 고 한다. 아버지 하는 것 보니 너무 힘들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공적인 일에 관심은 많다. 제가 (정치를) 권할 생각은 없고, 다만 어느 시점이 되면 공적봉사를 소홀히 하지 말라고 한다."
▶지역민에게 당부의 말이 있다면.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세상이 바뀌면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대구경북 밖에 있는 국민에게 섬처럼 고립돼 있고 과거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우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시대의 흐름, 국민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당분간 TK를 기반으로 한 사람이 대권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람을 키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 지역의 문제는 우리끼리 치열한 토론을 통해 갈등을 풀고 해야 한다. 신공항, 취수원 이전처럼 우리끼리 갈등을 해소 못하고 중앙정부에 떠넘기는 것은 안 된다. 단결하고 변화해야 예전의 웅도 경북, 3대 도시 위상을 되찾을 것이다. 그냥 정치인들에게 예산만 가져오라 해서 안 된다. 같이 손잡고 화합해서 나아가야 한다."
이영란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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