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정착률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기러기 생활’
정착하더라도 혁신도시보다는 수성구 등 주요 도심에
같은 ‘광역형’이지만 부산과 정주환경·만족도 큰 격차
전문가들 “교통망·생활인프라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대구혁신도시 이주율, 지역인재 채용률, 정주환경 만족도. 자료=국토교통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홈페이지. 그래픽=염정빈 기자
2014년 10월부터 2018년 2월(준공공고 기준)까지 대구, 경북, 부산, 광주·전남, 울산, 강원, 충북, 전북, 경남, 제주 등 전국 10개 지역에는 혁신도시가 만들어졌다. 혁신도시는 참여정부가 추진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이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해 산·학·연·관이 협력하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 이를 통해 산업, 교육, 문화가 함께 성장하는 도시를 만들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가지 않더라도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얻고 가족과 함께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혁신도시는 미완으로 남았다. 공공기관은 지방으로 내려왔지만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서울로 향하고 있다. 대구에 정착하더라도 정작 거주지는 수성구와 같은 도심을 선호하고 있다.
◆ 대형마트만 벗어나면 한산한 거리
지난 주말 오후, 대구 동구 신서동 코스트코 대구혁신점 앞 혁신대로에는 매장으로 들어가는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20여 분을 기다린 끝에 혁신도시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형마트 입구를 지나자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차량과 사람으로 붐비던 매장 주변과 달리 한산했다. 공공기관 건물이 곳곳에 들어서 있었지만 기존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활기찬 상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근 상점가 건물 곳곳에는 '임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1층 전체가 비어있는 건물도 보였다. 주거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새론초등학교 주변에서는 오가는 주민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중교통 접근성도 떨어졌다. 새론초등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철도역인 1호선 각산역까지 걸어서 약 42분이 걸렸다. 또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인 새론초등학교건너를 지나는 노선은 동구4번 한 대뿐이었다.
조성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대구혁신도시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변두리 도시'로 남았다. 상권은 몰락하고 생활 인프라는 나아지지 않았다. 일부 공공기관 직원들은 여전히 '기러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가족과 함께 대구로 이주했더라도 혁신도시에 정착하지 않고, 생활 인프라를 갖춘 수성구 등 도심에 거주지를 마련한 경우가 허다하다.
대구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는 이광수씨(가명)는 "가족들이 오랫동안 서울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함께 내려오기가 쉽지 않다"면서 "아무래도 혁신도시 안에서 교육, 문화 등 제약이 있다 보니 혼자 생활 중이다"고 했다.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박영수(가명)씨는 7년 전 가족과 함께 대구로 이주했지만 혁신도시가 아닌 수성구 범어동에 정착했다. 자녀 교육, 교통, 소비·문화생활 등 가족의 일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기존 도심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서울을 떠나 대구로 이사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서울보다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이 적고 실제로 살아보니 대구만의 장점도 많았다"면서 "다만 자녀 교육과 가족생활을 고려했을 때 혁신도시 주변의 생활환경이 충분히 갖춰졌다고 보기 어려워 범어동을 택했다"고 말했다.
◆ 대구혁신도시 정주 만족도 '전국 7위'
대구혁신도시의 가족 동반 이주율과 지역인재 채용률은 전국에서 중간 수준을 기록했다. 정주환경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대구혁신도시는 동구 신서동 등 9개 동 일원에 조성됐다. 사업은 2007년 4월13일부터 2015년 12월31일까지 추진됐다. 준공공고는 2016년 2월11일이다. 한국가스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부동산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등 10개 공공기관이 이전해 있다.
대구혁신도시와 부산혁신도시의 생활편의시설, 대중교통, 정주환경 만족도 비교. 자료=국토교통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홈페이지. 그래픽=염정빈 기자
7일 국토교통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대구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직원의 가족 동반 이주율(미혼·독신 포함)은 75.7%다. 초기보다 높아졌지만 여전히 전국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다섯 번째 수준이다. 가장 높은 곳은 부산(86%)이다. 이어 제주(83.2%), 전북(77.6%) 등의 순이다.
지역인재 채용률도 대구는 중간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대구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률은 37.54%다. 전국 혁신도시 가운데 강원(47.05%)이 지역인재를 가장 많이 채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충북(45.45%), 전북(43.01%) 순이었다.
정주환경 만족도는 낮았다. 대구혁신도시의 정주환경 만족도는 67.5점으로 전국 혁신도시 가운데 7위였다. 부산이 75.2점으로 가장 높았고 경남 72.5점, 강원 71.5점 순이었다.
◆ 같은 광역시형 혁신도시
대구와 부산은 모두 '광역시형 혁신도시'다. 그러나 정주환경과 주민 만족도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가장 큰 차이는 혁신도시의 입지와 기존 도심과의 연결성이다.
대구혁신도시는 도심 동쪽 끝인 동구 신서동 등에 자리 잡고 있다. 수성구와 동대구역 등 기존 중심 생활권과 거리가 있다. 주요 교통편인 도시철도도 혁신도시 내부까지 연결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주거·상업·문화 기능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부산혁신도시는 영도구 동삼동, 남구 문현동, 해운대구 센텀시티 등 기존 도심의 여러 지역에 기능별로 분산돼 있다. 일부 공공기관은 기존 도시철도와 상권을 이용하기 편리하다. 또 주거·상업·문화시설이 형성된 생활권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생활편의시설에서도 격차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기준 대구혁신도시에는 병(의)원 16개소, 약국 5개소, 마트 및 편의점 27개소, 학원 147개소, 음식점 488개소, 문화시설 1개소, 은행 21개소 등 705개소가 입점해 있다. 부산은 병(의)원 65개소, 약국 12개소, 마트 및 편의점 45개소, 학원 122개소, 음식점 985개소, 문화시설 29개소, 은행 14개소 등 1천271개소 등이 입점해 있다.
전체 시설 수는 부산이 대구보다 566개 많았다. 특히 일상적인 여가와 문화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시설은 부산이 29곳인 데 비해 대구는 1곳에 불과했다. 병·의원도 부산이 대구의 4배를 넘었다.
대중교통 여건에서도 차이가 컸다. 대구혁신도시에는 시내버스 9개 노선이 하루 584회 운행하고 있다. 부산혁신도시에서는 32개 노선이 하루 2천667회 운행 중이다. 부산의 운행 노선은 대구의 3.6배, 운행 횟수는 4.6배 수준이다.
대구는 정주환경 모든 항목에서 부산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대구의 전반적인 정주환경 만족도는 67.5점이었다. 세부적으로는 주거환경 72.8점, 편의·의료 서비스 환경 67.4점, 교통환경 63.0점, 보육·교육환경 61.6점, 여가활동환경 62.4점이었다. 부산은 주거환경 77.7점, 편의·의료 서비스 환경 75.1점, 교통환경 72.1점, 보육·교육환경 71.7점, 여가활동환경 72.0점으로 모든 분야에서 대구를 앞섰다.
이러한 가운데 대구시는 점차적으로 혁신도시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있다. 대구시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혁신동 행정복지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또 신서혁신도시 DRT 차량을 9대에서 13대로 늘리는 등 정주여건 개선에 나서고 있다.
◆ "교통망, 생활 인프라 지속적 확충 필요"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직원들이 혁신도시 내에 정착하지 않는 이유로는 자녀 교육, 직장, 부동산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도시공학과)는 "수도권은 직장 선택의 폭이 넓지만 지방은 배우자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쉽지 않다. 교육 여건, 부동산 등 자산 가치 측면에서도 수도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혁신도시보다 수성구 등 중심을 택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학군' '생활 인프라'를 꼽았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주거 입지를 결정하는 데 학군의 영향이 매우 크다"면서 "교통과 생활 인프라까지 고려하면 수성구 등 기존 도심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 교수는 제2차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서는 획일적인 배치보다 기관의 기능과 성격에 맞는 입지 선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도시와 연관성이 높은 기관이라면 기존 혁신도시에 집적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기업은행처럼 기업이나 시민들의 접근성이 중요한 기관은 동대구권 등 수요가 많은 곳이 더 적합할 수 있다"면서 "어디가 맞다고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보다 기관의 기능과 이용자를 고려해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대구혁신도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교통망' '생활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서울 성수동은 공원을 조성하고 교통망을 확충하면서 기업과 인재가 모인 사례다. 상권도 함께 성장했다. 대구혁신도시 역시 교통과 생활환경이 꾸준히 개선돼야 정주 여건과 학군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면서 "배우자의 일자리 지원 등 지역 정착을 돕는 정책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정지윤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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