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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기고] 슬기로운 여성 슬기로운 질 건강생활

2020-06-09

아이부터 노인까지 흔히 걸리는 질염
다양한 증상만큼 인식도 '천차만별'
질분비물은 몸이 보내주는 건강신호
양 늘거나 악취나면 즉시 병원가봐야

구수정
구수정 <산부인과원장〉

마스크에 모자까지 눌러 쓴 답답함만큼 벌써 수년째 같은 증상으로 발병과 치료를 반복하고 있는 직장인 A씨. 평상시 본인은 늘 '냉'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남자친구가 생긴 이후 좀 더 심해진 것 같아 성병이 걱정된다는 대학생 B씨. 겁먹은 얼굴의 어린 딸 손을 꼭 잡고 내원해 속옷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5세 아이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얼굴 가득 의심과 걱정을 보여준 주부 C씨. 폐경이 된 이후로는 세상 깨끗했는데 갑자기 찝찝하게 속옷이 젖는다며 죽을병이라도 걸린 게 아니냐는 할머니 D씨.

개인 산부인과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걱정 어린 환자들의 모습이다. 특히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하고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계절, 더워지기 시작하는 때에는 더욱 흔하게 볼 수 있다.

어린아이부터 노년기 여성까지 흔히 말하는 질염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고 또 빈번하다. 실제로 정밀 검사와 치료를 요하는 경우와 정상적인 여성의 생리적 현상임에도 잘못된 상식 탓에 병으로 오인하고 있는 경우까지 다양한 빈도만큼이나 인식의 정도도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냉'이라고 부르는 질 분비물은 기본적으로 모든 여성에게 나타나는 정상적인 생리적인 현상이다. 그 양이나 성상, 동반 증상 등의 변화가 있을 시 질환의 유무를 가리게 된다. 질 분비물은 질 내 분비샘에서 나오는 분비액, 질벽의 상피세포, 자궁경관의 점액, 나팔관과 자궁내막의 분비물, 질 안의 세균분비물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질벽이나 외음부 피부가 외부 마찰로 인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고 산성도를 조정해 균형 있는 질 내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자극으로 분비가 되어 가임기 여성뿐 아니라 아직 성적 성숙이 미숙한 어린아이, 노년기 폐경으로 인한 결핍으로 질 분비물의 변화가 올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상적인 질 분비물은 투명하거나 희뿌연 색으로 대개 특별한 냄새가 없다. 다만 질 분비물의 색깔이나 냄새, 탁함 정도의 정확한 판단은 질경 검사를 통한 질 안 분비물을 보고 하는 것이지, 땀이나 체액 등과 구분이 안 되는 하루 종일 입고 있던 속옷에 남아 있는 것으로 자칫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평상시와 다르게 냉의 양이 과도하게 증가하거나 가려움이나 작열감 등의 증상, 생선비린내 같은 불쾌한 냄새 등이 동반된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요즘은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환자 증상 정도의 심함에 비춰 성매개감염성질환검사(STI·sexually-transmitted infection) PCR 12종 검사를 의료급여화 적용할 수 있어 환자 부담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비정상적인 질 분비물의 원인은 다양하다. 임신과 같은 호르몬 변화로 인한 것,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인한 질염, 자궁경부염, 골반염과 같은 염증성 질환, 폐경기 위축성 질염, 자궁경부암에 이르기까지 가벼운 치료에서부터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치료를 해야 병을 더 키우지 않게 되는 질환까지 다양하다.

감기와 같이 가벼운 질염은 특성상 재발이 흔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일부 증상이 완화되기도 하는 탓에 따로 진료를 받지 않고 임의로 질정이나 세정제 등을 이용해 오랜 기간 자가로 잘못 치료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본다.

그러나 잦은 질염의 재발 원인이 자궁경부염이나 자궁암 등 놓치지 않아야 할 질환으로 인한 것일 수 있고, 가임기 여성의 경우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해 자칫 난관염이나 골반염으로 발전하는 경우 난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만큼 본인의 증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활발한 여성은 주기적으로 내 몸이 건강함을 질 분비물을 통해 나에게 신호를 보내온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여성은 이러한 자신의 몸이 주는, 날마다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지척에 있는 동네 산부인과 의사는 더불어 자기 관리와 자가 진단을 혼돈하지 않는 슬기로운 질 건강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약간의 전문지식을 더해주기 위해 오늘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구수정 <산부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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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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