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삶이어 언택트 사회 가세
車에서 숙식하며 여행, 매력 더해
자가용 캠핑카 개조 전면 합법화
분위기 연출하는 소품대여도 인기
차에서 머무르고 잠을 자는 여행인 '차박'(車泊)이 최근 인기 몰이를 하면서 다양한 차박 소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차박 소품 대여업체인 '우디 캠프닉'(Woody Campnic)이 차박 명소로 추천한 대구 동구 금강동 금호강변. |
1970년대 후반 국민학교(초등학교) 시절 고모부 트럭을 타고 사촌들과 강릉 경포대로 피서를 간 적이 있다. 여름 휴가철이라 해수욕장 백사장엔 텐트가 빼곡했지만, 우린 트럭 짐칸에 텐트를 치고 숙식을 해결했다. 화장실이 있는 해수욕장 주차장이어서 불편함은 없었다.
코로나19로 언택트(Untact·비접촉) 사회가 현실화되면서 최근 '차박'(車泊)이 인기를 끌고 있다. 차박은 차에서 머무르고 잠을 자는 여행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주5일 근무 정착에 따라 개인 삶의 만족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워라밸'( Work-life balance)이 급부상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져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숙박시설이 아닌 가족이나 연인들만이 머무르는 차를 이용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국내 차박의 유래는 낚시꾼들이 한밤에 승합차나 트럭 짐칸에 텐트를 치고 쪽잠을 자면서 시작됐다. 그러다 오토캠핑(차량 바로 옆에 텐트를 치는 야영)으로 진화된 뒤 최근의 차박이 탄생한 것이다.
캠핑카 및 트레일러 카라반도 아직 인기가 여전하지만, 캠핑카 차종별로 운전면허(트레일러 카라반의 경우 별도 견인차면허 필요)가 다른 점과 만만찮은 구입 및 대여 비용, 주차 문제 등이 다소 걸림돌이 되면서 소형차도 가능한 차박이 대세를 이루는 추세다.
올해부터 차량의 구조변경이 용이하도록 법이 바뀐 점 또한 한몫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일반 차량의 캠핑카 개조를 전면 합법화했다. 자가용을 튜닝해 캠핑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자가용을 개조하지 않고도 캠핑카로 변신 시킬수 있는 제품도 등장했다. 연인들에게 딱 맞는 아기자기한 차박 소품을 대여하는 전문업체까지 등장했다. 차박 마니아들이 늘어나면서 차박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도 크게 늘었다. 네이버 카페 '차박캠핑클럽' 회원 수는 13만명이 넘는다.
지난해 10월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캠핑 트렌드 분석 결과, 캠핑 관련 검색어 중 '차박'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2017년 조사보다 71%나 뛰었다.
현충일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여름 휴가지로 유명한 의성 빙계계곡에서 만난 김경준씨(62)는 아내·후배와 함께 차박을 하며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6년 전 포터 트럭 짐칸에서 시작된 김씨의 차박은 작년 스타렉스로 차종이 바뀐 뒤 올 4월 SUV 차량인 스포티지로 진화했다. 스포티지 위에 루프톱텐트를 치고 계곡 쪽으로 어닝(Awning·차양)을 설치한 김씨의 차박은 여유로움마저 느껴졌다.
차박을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김씨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차박을 하기 전에는 텐트를 차에 싣고 다니더라도 야영을 하고 싶은 장소에 바로 텐트를 칠 수 없는 상황이 많은 데다 설치도 번거로워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차박을 시작하면서 차에 바로 텐트를 칠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출발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요즘같이 코로나19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가 좀 두려운 상황에서는 가족끼리 차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차박이 딱 맞는 여행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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