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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박규완 칼럼] 문재인의 용인술

2020-09-17

오자병법 백미는 動機 고양
文정부 신상필벌·탕평 없어
정책 난맥, 코드인사의 폐해
국정 성패도 사람에 좌우돼
인재 등용 스펙트럼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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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이순신 장군이 인용한 '생즉사 사즉생'은 오자병법에 나오는 경구(警句)다. 손자와 함께 춘추전국시대 병가(兵家)를 이룬 오자는 위나라 장수 오기다. 손자가 병도와 전략 등 큰 그림을 그렸다면 오자는 전술에 방점을 찍었다. 더 구체적이고 실리적이었다. 오자병법이 군사 전문가들에게 높은 평점을 받는 이유다.

오자는 평생 76번을 싸워 64번을 이기고 12번은 비겼다. 압도적 승률의 비책은 용병술. 병법을 쓸 만큼 탁월한 전술적 역량에 '감동 리더십'이 더해진 게 오자 용병술의 본령이다. 부하 발에 난 종기의 고름을 입으로 빨아준 장수, 부하들과 똑같이 소박한 밥을 먹고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눠 든 장수가 오기다. 동기(動機) 고양은 오자병법의 백미다. 관직에서 쫓겨난 자, 전장에서 달아난 병사들로 부대를 편성해 공명(功名)할 기회를 줬다. 소위 패자 부활전을 만들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초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강조한 '법의 지배(rule of law)'의 원조는 한비자다. 전국시대 법가(法家)의 대표선수 한비자는 군주의 두 가지 덕목으로 용인술과 처세술을 지목했다. 용병술은 전략·전술을 아우르는 병법의 개념인데 비해 용인술은 사람 쓰는 기술과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용인술은 어떨까. 일단 드러난 흠결이 너무 많다.

첫째, 코드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청와대 참모나 각료들은 대부분 선거캠프, 시민단체, 운동권 출신들로 채워졌다. 정체성이 다른 인재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없다. 미국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는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we)'라는 공동체 의식 때문에 비판과 토론 기능이 위축된다고 분석했다. 문 정부의 잇단 정책 난맥상도 코드 인사의 폐해가 아닌가 싶다.

둘째, 신상필벌이 없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김영주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문 정부 첫해 최저임금 16.4% 인상을 주도한 인물이다. 최저임금 직격탄에 저소득층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상공인들이 벼랑 끝으로 몰렸다. 그걸 수습하느라 천문학적 재정이 투입됐다. 그런데도 장 실장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주중대사로 중용했다. 부동산 실패의 중심에 있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 대한 무작정 신뢰도 아집에 가깝다.

셋째, 사람 보는 안목이 부족하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신입사원 면접 때 관상가까지 동원했다. '경영의 신'으로 추앙 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 마쓰시타전기 창업주는 낙천적이고 유머감각이 뛰어난 인물을 채용했다. 나름 사람됨을 판단하는 요결이 있었던 거다. 문 대통령의 인재 판별 기준과 인사 강령은 뭔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 강남 아파트 매각 시늉으로 국민을 기망한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 다 용인(用人)의 실패다.

넷째, 탕평이 없다. 검찰 빅4의 호남 싹쓸이는 문 정부 편중 인사의 한 단면이다. '촛불정부'라면서 이러면 곤란하다. 고위관료의 지역 안배와 이념적 균형이 필요하다. 촛불시위는 중도와 합리적 보수까지 참여한 사회적 대연합이다. 촛불정신에 부합하려면 인재 등용의 스펙트럼을 보수 쪽으로 확 넓혀야 한다.

아파트 가격은 폭등했고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었으며 소득주도성장은 실패했고 서민의 삶은 피폐해졌다. 오자의 전적은 64승 12무인데 비해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정책은 연전연패다. 한비자의 말마따나 국정의 성패도 사람에 달렸다. 문 대통령의 용인술, 반추할수록 아쉽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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