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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은 대구의 공간 .2] 친수공간…달성습지·수성못

2020-11-13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인간 역시 물을 떠나 생존할 수 없다. 생명을 유지하는데 불가결적인 요소이자 모든 인간 활동의 근간이 된다. 때문에 수변 공간은 농업·물류·교역 거점으로 인간 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자연스레 인간은 수변 공간에서 생활하며 삶을 영위해 온 것이다. 과학의 발달과 산업화가 진행된 현대에도 수변 공간은 경제 활동의 중심 영역에 있고, 물은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수변공간은 보다 많은 의미를 갖는다. 단순히 물과 인접해 있는 위치적 가치를 넘어 휴식·레저·문화 공간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머물고 싶은 대구의 공간' 2편에서는 지역의 대표적인 친수공간인 달성습지와 수성못에 대해 다룬다.

#1. 대구 생태계의 보고 '달성습지'
수달·맹꽁이·삵 노니는 곳…은빛물결 억새밭은 가족나들이 '핫플레이스'


[머물고 싶은 대구의 공간 .2] 친수공간…달성습지·수성못
낙동강과 금호강, 진천천, 대명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형성된 달성습지는 총면적만 약 2㎢에 이른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맹꽁이와 희귀식물인 모감주나무 등 약 230종의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다.

대구의 수변공간 중 가장 자연의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달성습지다. 낙동강과 금호강, 진천천, 대명천이 합류하는 곳에 형성된 습지는 총 면적만 약 2㎢에 이른다. 개방형·폐쇄형·수로형 습지로 이뤄져 있으며,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맹꽁이와 희귀식물인 모감주나무, 쥐방울덩굴, 붉은배새매, 황조롱이 등을 비롯해 약 230종의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선 멸종위기야생생물 3종(수달, 삵, 참매), 기후변화생물지표종 6종(박새, 쇠백로, 중대백로, 청둥오리, 큰부리까마귀, 무당거미)도 관찰됐다.

대구의 허파이자 생태계의 보고인 셈이다.

달성습지는 천연기념물 흑두루미와 재두루미가 매년 찾아들던 곳이었으나 성서산단 조성, 하천정비사업 등 습지 주변의 지형적 변화와 함께 모래톱이 사라지면서 점차 훼손됐다. 이에 대구시는 생태복원사업을 시작했고, 2007년 이곳을 습지 및 야생동·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습지 생태복원의 핵심은 동식물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한정하고, 습지 대부분의 공간을 동식물에게 온전히 되돌려 주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습지 동·식물을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는 '달성습지 생태학습관'도 문을 열었다. 흑두루미가 날개를 접은 모습을 형상화한 생태학습관은 시청각실과 생태이야기실, 낙동강이야기실, 365오픈스튜디오 등을 갖추고 있다.

[머물고 싶은 대구의 공간 .2] 친수공간…달성습지·수성못
낙동강변에 위치한 사문진 역사공원.
[머물고 싶은 대구의 공간 .2] 친수공간…달성습지·수성못
대명유수지에 억새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달성습지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기려면 대명유수지부터 사문진 나루터까지 도보로 둘러보자. 달서구 대천동에 위치한 대명유수지는 대구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다. 만발한 억새밭 사이를 가로지르며 '인생샷'을 남길 수 있어 평일에도 나들이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강둑과 성서산단 사이의 폭 150곒, 길이 800곒 공간에 모인 수천만개의 억새꽃이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은 말그대로 장관이다. 이미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는 가을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정평이 났다.

특히 대명유수지는 멸종위기종 맹꽁이의 집단 서식지인 만큼 생태적으로도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이다.

억새의 은빛 물결은 달성습지 생태학습관으로 향하는 길에도 이어진다. 일부 구간은 정비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비교적 탐방로가 잘 갖춰져 있다. 남녀노소 부담없이 주변 풍광을 눈에 담으며 천천히 걷기좋다. 이름모를 꽃과 식물, 습지와 강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생태학습관에 다다르면 옥상으로 올라가 보자. 전망대에서 습지의 모습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생태학습관에선 습지 생물에 대한 정보도 얻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가족단위 나들이객의 필수 탐방코스다.

탐방로는 사문진나루터까지 계속된다. 데크길이 물 위에 떠 있어 공기가 한층 차고 신선한 기분이 든다. 낙동강을 벗 삼아 여유롭게 거닐다 보면 금세 나루터에 도착한다.

내친김에 유람선을 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과거 영남 물류의 중심지이자 한국 최초의 피아노 유입지인 사문진나루터에는 유람선 선착장이 있다. 달성보∼강정보에 이르는 약 22㎞구간을 유람선으로 둘러보며 낙동강변과 달성습지의 정취를 오롯이 만끽할 수 있다.

사문진 나루터 일원에는 역사공원과 전통 주막촌도 조성돼 있고, 인근에는 유원지인 화원동산도 위치해 있다.


#2. 시민에게 가장 친숙한 휴식처 '수성못'
수려한 풍광에 아름다운 야경…생태복원 성공이후 '전국구 관광지'


[머물고 싶은 대구의 공간 .2] 친수공간…달성습지·수성못
대구시민에게 가장 친숙한 수변 공간인 수성못.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산책로와 부대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다. 야간 경관도 빼어나 지난 4월 한국관광공사의 '2020 야간관광 100선'에 선정됐다.

대구의 대표 명소인 수성못은 시민에게 가장 친숙한 수변공간이다.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산책로와 부대시설 등도 잘 갖춰져 있다. 도시철도 3호선이 개통된 이후 다른 지역에서 방문하기도 한결 수월해져 방문객수가 더욱 늘었다. 총 면적 21만8천㎡로 부담없이 산책을 즐기기에 적당한 규모다.

풍광도 수려하다. 용지봉(634m)에서 북서부로 뻗어내린 완만한 산지와 못이 만들어내는 모습은 꽤 정취있다. 봄이면 장관을 이루는 왕벚나무 산책로와 보랏빛 꽃으로 수놓는 맥문동 군락지도 수성못의 운치를 더한다.

산책로 데크길과 다양한 수생식물은 수성못의 자랑이다. 또 매년 빛 예술제와 수성못 페스티벌, 뮤직수제맥주축제, 비치발리볼 월드투어 등 각종 축제가 열려 사계절 내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수성못을 배경으로 이뤄지는 버스킹 공연과 영상음악분수 공연도 이색 볼거리다.

주변 상권이 발달해 있는 점도 방문객을 끌어모으는 요소다. 수성못을 따라 식당과 카페가 늘어서 있어 다양한 먹거리와 함께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수성못은 낮보다 밤이 더욱 매력적이다. 산책로 데크길에 조명이 들어오고, 상화동산 입구와 동쪽 입구 조명도 불을 밝히면 방문객에게 또 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수성못의 야경은 지난 4월 한국관광공사의 '2020 야간관광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빼어나다.

수성못이 전국적인 명소로 각광받게 된 것은 불과 몇년 사이다. 2013년 수성못과 신천·범어천의 물길을 잇는 수성못생태복원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서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머물고 싶은 대구의 공간 .2] 친수공간…달성습지·수성못
수령 100년 정도로 추정되는 왕버들 나무.
[머물고 싶은 대구의 공간 .2] 친수공간…달성습지·수성못
가을 정취가 느껴지는 수성못 산책로.

2010년 생태복원사업에 착수한 수성구청은낡은 수로관을 교체하고 산책로·선착장·전망대 등을 설치했다. 또 기존 콘크리트 호안을 수변 식물로 단장하고, 연꽃·꽃창포 등 수생식물을 심었다. 산책로 주변 녹지에도 맥문동과 수호초 등 20여만 포기의 화초류를 식재했다. 특히 신천과 연결된 수로관 크기를 넓혀 수질을 크게 향상시켰다. 기존 400㎜에서 600㎜로 확장해 하루 신천물 유입량이 2천t에서 1만t으로 5배 늘어났다. 덕분에 수성못에 유입된 물이 못에 머무르는 시간이 1년에서 70일 정도로 줄었고, 물도 깨끗해졌다. 생태복원사업을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휴식공간으로 거듭난 셈이다.

특히 수성못은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탄생 배경에 일제강점기 민초들의 애환이 녹아있다. 당시 대구 농민들의 삶은 일제의 식량 수탈로 고단했는데 대구부청에서 신천의 물을 상수도로 이용하기로 하면서 시름이 더욱 커졌다. 신천의 물을 쓰지 못하면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농민들은 농사를 지을 물을 구해야 했고, 수리조합을 설립한 뒤 천신만고 끝에 못을 조성하기에 이른다. 지주를 모으고, 총독부와 경북도청, 대구부청의 지원을 받아내기까지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조성된 곳이 바로 수성못이다.

또한 수성못은 민족시인 이상화의 대표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배경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금도 그의 이름을 딴 상화공원에는 시비와 함께 시인의 삶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지원:대구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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