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가장 귀한 것일수록 계절마다 가장 많이 생산해 주고 있다. |
들판 가득한 쑥·질경이·씀바귀 꾸준히 섭취하는게 그 어느 약초보다 보약
고귀한 다이아몬드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공기·물·흙이 없으면 생존 불가
인류 생명과 건강 지키는 것일수록 자연이 계절마다 아낌없이 공급해줘
흔하지 않은 것을 생산하기 위한 유전자 조작·산림 훼손…지구의 경고 시작
"약도 필요 없고 치료도 필요 없으니 그냥 마차를 타고 집으로 내려가시오." "아니, 날 더러 이대로 내려가서 죽으란 말이오?" 땅이 무너질 듯 실망한 영감에게 명의가 이런 말을 덧붙인다.
"집에 내려가자마자 곧바로 마차를 타고 들판으로 나가시오. 마차에서 내려서 수건으로 눈을 가린 뒤 들판으로 무작정 걸어가시오. 가다가 나자빠 넘어지거들랑 손에 잡히는 풀이 무엇이든지 잡아당겨 뜯으시오. 그리고 수건을 푼 뒤 그 풀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 풀을 뜯어 오시오. 맛있는 고기 다 치우고 밥과 나물 한두 가지만 먹고 그 풀을 끓여서 아침저녁으로 한 달만 잡수시오."
영감은 돌아오는 길에 '뭔 개떡 같은 소리냐'면서 투덜댔다. 귀가하자마자 방에 드러누우려고 하자 지혜로운 하인이 한마디 거든다. "영감님, 이판사판인데 그러지 마시고 속는 셈 치고 그냥 명의가 시킨 대로 한번 해보시지요. 지금 곧바로 제가 모실 테니 들판으로 가시지요." 영감도 속으로 '에라 모르겠다. 이판사판'이라면서 그길로 바로 들판으로 가서 명의가 일러준 대로 했다. 엎어진 영감의 손아귀에는 들판에서 가장 흔한 쑥, 질경이, 민들레, 소루쟁이, 클로버, 잔디 등이 들어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그 손안에는 국내 유명 TV홈쇼핑에서 해마다 흥행품목을 바꿔가면서 몸에 기가 막히게 좋다고 광고하는 외국산 OOO 등은 없었을 것이다. 영감은 "산삼도 효과가 없는데 이까짓 것 먹고 났겠냐"면서 반신반의하면서 속는 셈 치고 명의가 시킨 그대로 한 달간 풀을 끓여 먹었다. 이게 어찌 된 셈인가! 영감은 씻은 듯이 병이 다 나았다고 한다.
◆ 자연의 단순명료한 생산법칙
산삼과 녹용보다도 발에 밟히는 흔하디흔한 쑥, 질경이 등 일반 잡초가 더 귀한 보약이라는 걸 암시하는 이야기였다. '흔한 것이야말로 오히려 귀한 것'이라는 생태계의 법칙을 암시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자연의 법칙은 언제나 단순하다. 즉, 사람에게 가장 중요하고 요긴하고 귀한 것일수록 부자들만 먹을 수 있게 조금만 생산해 내는 것이 아니다. 빈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접근해서 먹을 수 있도록 아주 흔하게 생산하여 공급한다는 원칙이다. 인류에게 더 요긴하고 귀중한 의식(醫食)재료는 더 흔하게 공급한다. 산삼처럼 극소수의 사람에게 간혹 필요하거나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은 조금씩만 생산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대대로 상속받은 경제적 고정관념은 그렇지 않다. '흔하지 않고 희귀한 것이 고귀한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왜인가? 사람들의 가치개념은 수요와 공급의 함수관계에서 시장의 환금가치가 높게 평가될수록 그 물질 자체의 가치를 높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이아몬드, 금 등은 고귀하고 공기, 물, 흙, 나무 따위는 그야말로 하찮은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이 인류의 최적 건강을 고려하여 어떤 품목은 흔하게 많이 생산하고 또 어떤 품목은 적게 생산하기도 하는 목적은 뭘까? 오로지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고려하여 중요하고 요긴한 것일수록 넉넉하게 공급한다는 생산원칙을 지키기 때문이다.
만약 자연이 공기, 물, 흙 등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에 너무나 중요하고 고귀한 것들은 조금만 공급하면서 있어도 없어도 생존과 건강에 별 상관이 없는 것들을 산과 들에 지천으로 깔려있게 했더라면 인류는 어떻게 되었을 것인가? 힘세고 돈 많은 사람만 물과 공기, 흙 등을 독차지해 버릴 것이고 가난한 서민들은 흔해 빠진 산삼 등만 먹을 수밖에 없었다면 우린 어떻게 되었을까? 현재의 귀한 게 흔한 게 되고 현재 흔한 게 너무나 귀한 게 돼 버렸다면 인류의 생존시스템에 치명적 문제가 일어났을 것이다.
무와 산삼을 놓고 설명해 보자. 무는 성분상 자주 먹어도 별 탈이 없지만 산삼은 특별한 상황의 극소수 사람에게만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심산유곡에서 자라나게 배려했을 것이다. 조물주 입장에서 본다면 무의 성분과 산삼의 성분에는 별반 다를 게 없다. 어쩜 산삼보다 무가 인간에겐 더 보편적인 성분일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무는 3개월 만에 장딴지만 하게 엄청 많이 생산되도록 해주고 덜 요긴한 산삼은 10년이 지나도 극소량만 생산되게 하는 원칙을 지금까지 고수해 온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 그리고 수요공급이 불러온 '황금욕'이 산삼은 최고로 귀한 것으로 보고 무는 너무나 흔한 것으로 보게 만든 것이다.
가장 귀한 것일수록 철철이 가장 흔하게 많이 생산해 주고 있다. 그런 자연의 지혜와 배려에 우리 인간은 정말 감사하고 고마워해야 한다. 그러나 자연은 너무나 겸손하고 관대하다. 제철 시스템에 맞게 잘 알고 먹어주기만 해도 더 바랄 것이 없이 고마워한다. 그렇게만 먹어주면 자연은 거의 훼손되지 않으면서 정상적인 생존과 번식과 성장을 지속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환경파괴가 없다'는 말이다. 인위적인 활동이 최소화되는 자연적인 농업생산시스템은 탄소배출보다는 오히려 탄소흡수원의 역할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환경파괴 & 건강파괴
흔하지 않은 것을 과도하게 인위적으로 흔하게 생산하여 먹으려 하면 필연코 환경파괴와 건강파괴로 이어진다. 세계의 경제활동은 인류 건강을 위한 최적의 자연 활용과 공생이라기보다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환금가치가 큰 것, 즉 흔하지 않은 것을 흔하게 함으로써 경제적 수익성을 제고하려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그래서 흔한 것, 즉 환금가치는 적지만 사실은 고귀한 것을 무참히 파괴하고 희생시키면서 흔하지 않은 것, 즉 환금가치는 크지만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더 많이 생산해 내려는 것에 전 세계가 경쟁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그것은 곧 경쟁적인 환경파괴와 경쟁적인 건강파괴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개발 경쟁으로 인해 1990년대에 세계 열대 처녀림은 대기로부터 대략 460억곘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했으나 2010년대에는 열대 처녀림 면적이 19% 줄어든 반면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약 250억곘으로 줄어들었다. '지구의 허파'라고 하는 아마존 밀림은 '흔하지 않은 것을 흔하게 얻기 위하여 흔하고 귀한 것을 무참히 파괴하는' 산림 훼손을 지금까지 계속 확장해왔다. 지구 열대우림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마존 우림은 지구의 산소공급량의 20%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아마존 우림은 10년 사이에 약 622만㏊가 벌목과 화전으로 인하여 사라졌다. 참고로 한국의 전체 경작면적은 160만㏊도 되지 못한다. 이러한 산림파괴로 인하여 매년 20억곘의 탄소를 흡수하던 아마존 우림은 이제 12억곘의 흡수 능력으로 줄었다. 한국의 2018년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이 6억9천760만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가 있다.
아마존 파괴 목적은 분명했다. 일부는 금·다이아몬드 등 광산개발, 그리고 나머지 대부분은 고기 생산을 위한 축산업이 목적이었다. 흔하지 않은 금과 다이아몬드를 더 흔하게 생산하고 산림을 목초지로 만들거나 콩을 심고, 수확한 그 콩을 가축의 사료로 먹여서 흔하지 않은 고기를 더 흔하게 많이 팔아보겠다는 목적 때문이었다. 그 결과 전 세계 콩 생산량의 37%를 생산하는 브라질은 전 세계 수출량의 55%를 차지하는데 대부분이 사료용으로 수출된다. 물론 90% 이상이 유전자를 변형한 'GMO 콩'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세계 두번째 콩 생산국인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의 80% 이상이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하여 지구의 환경은 극도로 파괴되기 시작했다. 흔하면서도 몸에 좋은 식물성 식품 소비는 줄고 흔하지 않았던 육식의 과다섭취로 인하여 인류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말았다.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흔한 것이 귀한 것인가' 아니면 '흔하지 않은 것이 귀한 것인가'에 대한 이해와 소비적 판단이 지구환경을 살릴 수도 있고 파괴할 수도 있다. 인류와 자신의 건강을 살릴 수도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기송 (SC농업발전연구소장·경제학 박사) |
흔하게 많이 나올 때 많이 먹어두고, 흔하지 않게 되면 적게 먹고, 다른 것이 흔하게 많이 나올 때는 그것을 또 흔하게 많이 먹으면 된다. 그게 건강한 몸을 위한 근본적인 원리가 아닐까 싶다. 그것은 생산비를 최소화하고 지구의 탄소배출을 최소화한다. 식품 소비지출까지 최소화하면서도 인류와 나의 건강지수는 최고화할 수 있는 최적의 생태시스템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SC농업발전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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