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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식 열린연구소장 |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지 1년이 지난 시점, 지난해 3월 신천지를 중심으로 한 팬데믹 이후 대구시가 다시 한번 코로나 관련 이슈에 주연급으로 등장했다. 방역 혹은 백신접종이 다른 지역보다 잘 되고 있다는 굿 뉴스가 아닌, 백신 사기 의혹이라는 부정적인 뉴스가 주를 이룬다.
지난달 31일 권영진 대구시장은 화이자 백신 6천만회분 도입을 추진했고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앞서 23일 권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정부가 국군장병 55만명분의 백신을 미국으로부터 원조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할 일을 정부가 자화자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과 중앙정부보다 약 100배나 많은 양의 백신을 확보한 권 시장은, 자신과 대구시가 얼마나 자랑스러웠을까?
한국화이자와 보건복지부는 대구시의 백신 확보 발표에 곧장 대응했다. 한마디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 한국화이자는 공식 발표문을 통해 자신들은 오직 국제기구와 정부를 대상으로만 계약을 하고 있고, 한국 내 판권은 오직 한국화이자만이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러한 형태의 구매제안이 많이 있었으나 대부분 정품이 아니거나 구매가 불가능해 진행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덧붙여 정부는 대구시 제안에 대해 정품이 아닐 가능성을 의심해 화이자에 확인을 요청했고, 화이자는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상식적으로도 정상회담을 통해 받은 백신의 100배가 넘는 양을 잘 알지도 못하는 무역회사를 통해 산다는 것이 가능한가. 그것도 전 세계 국가들과 WHO 등 국제단체보다 우선해 대구시가 확보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후속 발표를 통해 밝혀지고 있는 내용을 보면 더욱 어이가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대구시의 백신 구매와 관련된 무역업체는 미국 플로리다에 위치하고 포르투갈 전화번호를 가진 회사라고 한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60~90℃에서 냉동보관 및 운반에 까다로운 조건을 가지고 있는데, 대구시는 이 어려운 조건을 잘 알지도 못하는 무역회사가 맞출 수 있는지에 대해 왜 의심하지 않았나.
이 사건에 대한 대구시와 권 시장의 대응을 보면 국민들이 왜 정치를 혐오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할 일'을 한 당사자들은 '자화자찬'만 했고, 어떠한 사과와 반성도 없다. 여전히 백신을 구하고자 한 '노력'에 대해 칭찬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일은 메디시티대구협의회가 주연이고, 대구시는 엑스트라이며, 예산이 집행되지 않아 잘못이 없다고도 주장한다. 권 시장의 행태는 일이 잘되면 자기 덕이고 잘못되면 남 탓하는, 전형적인 정치인의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국민안전을 정치인의 커리어를 위해 포기해도 되는 소품 정도로 생각하는 것인가?
코로나19는 바이러스이고 질병이다. 제발 질병을 '정치'로 고치려는 노력은 하지 말자. 지금 필요한 것은 질병 예방과 치료이지 '정치'가 아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스스로가 의료진이 된 것처럼 '정치'로 이 질병과 싸워 이기려고 한다. 코로나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고, 정치인들만 할 수 있는 일이 산적해 있다. 추가 재난지원금, 자영업자와 기업 지원, 코인시장 관리, 부동산 시장 안정 등 할 일이 많다. 하지만 정치권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로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는 일 혹은 권력을 잡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우리는 매일 대통령 후보 또는 당 대표 여론조사 결과와 여당과 야당의 난타전 관련 뉴스보다는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해 구체적으로 실행한 일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싶다.
김대식 열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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