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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영남시론] 권영진 대구시장의 실책은 언론의 책임

202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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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작년 2월 대구에서 코로나가 집단발생 했을 때 권영진 대구시장은 과단성 있게 대응했다.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대책본부가 발생초기에 환자전담병원 지정을 건의하자, 권 시장은 지체 없이 체계를 밟아 관철시켰다. 대구동산병원과 국군대구병원이 전담병원으로 지정되고 군의관, 간호장교, 공중보건의가 차출되어 왔다. 기적같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러했던 권 시장이 최근 실책(失策)을 두었다. 지난 1일자 일간지 첫 보도에 의하면 메디시티대구협의회와 대구시가 화이자백신 3천만명분(6천만회분) 도입을 추진 중에 있고, 3주안에 그만한 양의 화이자를 공급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권 시장도 지난 1일 "가시적 단계까지 왔다"고 밝혔다. "최종단계에선 대구시가 직접 구매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정부에 토스해줬다"고 말했다. "누구라도 노력해서 백신수급이 잘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년 12월부터 독일 유통업체와 접촉, 추진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화이자 본사도 모르는 일이고, 화이자는 "사기이거나 불법"이라고 단언했다.

대구시 발(發)로 '3천만명분 도입추진' 기사가 나가자마자, 이내 수포(水泡)처럼 현실성도 없고 있을 수도 없는 해프닝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의료전문인들의 모임인 메디시티대구협의회는 사전에 왜 점검하지 못했을까. 대구시는 무슨 근거로 가시단계로 보았을까. 어마어마한 양의 도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을까. 전문가·프로·행정의 달인들이 세상물정을 모르는 것인가. 현 정부 불신 기관·단체의 무지와 비상식의 결합이었는가. 대구시장이 관여된 사건이기에 문제는 크지만 표면에 드러난 것뿐이었다면 잠잠해 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권영진 시장은 이 기사가 나오기 일주일 전(5월23일)에 그만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끄러운 우리의 백신 자화상'이란 제목으로 현 정부를 '무능한 정부, 비겁한 전문가'라고 맹비난하고 말았다. 대통령이 미국까지 가서 겨우 55만명분의 백신 '원조'를 받고도 자화자찬하고, 감읍해 하는가 하고, 자신있게 질타했다. 이 같은 말은, 권 시장 자신은 이미 화이자 3천만명분의 물량을 3주안에 도입하는 큰일을 성사시키고 있는데 겨우 그것뿐인가 하는 현 정부를 조소하는 듯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었다. 보란 듯이 그로부터 일주일 뒤 '3천만명분 추진' 기사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 '철저한 계산에서 나왔나?' '나도 문재인을 싫어하지만 이건 아니다' '창피하다'는 빈축도 일었다. 만약 성사됐더라도 권 시장의 말은 경솔하다. 겸손하지 못하다. 시장의 말은 아니다. 한번 나온 말은 주워 담지 못한다. 나온 시점에서 시간을 초월하여 불변한다.

권 시장의 더 큰 실책은 이후 이건희미술관 유치에 나서면서 건립비용 2천500억원인가를 대구시가 시예산과 시민모금으로 부담하겠다고 말해버린 것이다. 누구에게 물어보고 상의했는지는 몰라도 건립비용까지 내겠다고 할 필요가 있는가. 삼성에 채무독촉은 왜 하지 않는가. 삼성이 24년 전 제일모직 자리를 개발하면서 막대한 특혜를 받았는지 모르는가. 미술관 건립 등 약속이행을 압박했어야 했다.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시민모금 등으로 건립할 일은 못된다.

권 시장의 실책의 책임은 대구언론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 힘든 줄 안다. 그러나 본연의 언론이 대구시장이 하는 일 하나하나 의문을 갖고 점검하고 확인하고 해왔다면, 시장도 조심하고 신중하게 말했을 것이고 이런 일들은 없었을 것이다. 언론의 견제·감시·비판기능은 지자체장에게는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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