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은 수심·너울파도·바람' 3박자 갖춘 국내 3대 서핑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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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용한리 해변은 서퍼들의 성지로 유명하다. 2010년부터 서퍼들 사이에서 최고의 파도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소문이 나면서 강원 양양, 부산 송정과 함께 국내 3대 서핑 성지로 꼽힌다. 포항시는 서핑 마니아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용한 서퍼비치'를 다음 달 완공할 예정이다. |
기다린다. 보드에 엎드려 파도가 부서지는 라인을 따라 바다를 밀어내면서 온몸으로 수평선 너머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기다린다. 운명의 파도를 만나게 되면, 파도가 보드를 들어 올리는 순간 무게 중심을 앞발에 모으고 일어선다. 이제 파도의 경사진 면을 오르내리며 파도의 높이와 속도를 즐긴다. 서핑은 정확한 타이밍과 고도의 평형 감각이 요구되는 해양 스포츠다. 자연 그대로의 파도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장소는 한정되어 있다. 서퍼들은 파도의 질(質)에 따라 움직인다. 거품이 적고 파도가 깔끔하고 높게 이는 곳이 서핑하기 좋은 포인트다. 포항 용한리 바다는 최고의 파도를 만날 수 있는 서퍼들의 성지다.
용한리 바다 '최고의 파도' 입소문
한해 3만명 이상 찾아와 서핑 즐겨
실내교육장·편의시설 등 내달 준공
영일대해수욕장도 해양레저 낙원
딩기요트·윈드서핑 즐기기에 최적
내달 12~15일 전국해양스포츠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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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대해수욕장에 자리한 해양스포츠아카데미에서는 요트와 서핑 교육을 받을 수 있다. |
#1. 용한리 해변과 용한 서퍼비치
파도가 먼저 마중 나오는 새파란 바다다. 해변은 하염없이 몰아치는 파도로 가득 메워져 있다. 바람이 없는 고요한 날에도 파도는 아주 시원스럽게 겹겹이 주름져 밀려온다. 저 많은 파도는 어디서 오는 걸까. 용한리 바다를 알리는 입간판이 서핑 보드 모양이다. 포항 신항만 방파제를 끼고 있는 해변으로 모래밭이 200m도 채 되지 않는 간이해수욕장이다. 모래가 아주 곱다. 수심은 얕아 몇 십 미터를 들어가도 바다는 허리에 걸려 있다. 수심이 급격하게 깊어지는 동해안에서 축복받은 곳이다. 바람이 분다. 너울이 일어 파도의 산이 높고 넓게 일어난다. 서퍼들이 일제히 환성을 터뜨리며 파도 속에 몸을 던진다.
서핑은 파도만 있으면 언제나 할 수 있는 스포츠다. 동해안은 북동 계절풍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봄, 가을, 겨울이 시즌이고 그중에서 겨울에 가장 좋은 파도가 온다. 서퍼들은 '완벽하고 아름다운 파도'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파도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조건은 얕은 수심과 수시로 몰아치는 너울파도 그리고 알맞게 불어주는 바람이다. 용한리 바다는 이러한 모든 조건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갖추고 있다. 겨울뿐만이 아니라 사시사철 그렇다. 용한리 해변은 2010년부터 서퍼들 사이에서 최고의 파도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해 이제는 강원 양양, 부산 송정과 함께 국내 3대 서핑 성지로 꼽힌다. 해변이 고속도로와 바로 연결돼 있어 접근성이 좋고 또 주차장이 백사장에 붙어 있어 이동성도 좋다.
해변마다 로컬 룰이 있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용한리 바다는 충돌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숏보드와 롱보드를 타는 구역이 나뉘어 있다. 중상급자들이 파도를 즐기기에 좋은 리프 구역도 있다. 신항만 방파제 쪽은 해안으로 밀려오던 파도가 갑자기 먼 바다 쪽으로 빠르게 되돌아가는 이안류가 발생하는 구역이다. 갑자기 수많은 사람을 바다로 끌고 들어가는 파도여서 주의해야 한다. 해수욕장 인근에는 서핑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스티프, 서프홀릭, 서퍼시티, 빈땅서퍼 등 서핑 숍도 몇 군데 있다. 강습도 되고 장비 대여도 된다. 백사장에는 야자수 등으로 꾸민 서핑 포토존이 조성돼 있어 서퍼들과 피서객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파도를 탈것 또는 맨몸으로 잡는다는 개념은 여러 지역에서 존재했지만 일반적으로 현대 서핑은 하와이를 비롯한 폴리네시아 문화에서 유래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당시의 서핑은 문화적 의식의 일부로, 서프보드를 만들고 서핑을 하는 과정을 통해 바다의 신에게 보호를 요청하는 종교적 제의였다. 오늘날 서핑은 스릴과 재미뿐만 아니라 균형감각과 온몸의 근력을 골고루 기를 수 있는 전신운동이다. 또한 운동량이 많아 유산소운동만큼 칼로리 소모가 커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대한서핑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서핑 인구는 2014년 4만명 수준에서 2016년 10만명, 2017년 20만명, 지난해 40만명으로 5년 동안 10배가량 늘었다. 전문가 수준의 서핑 마니아뿐 아니라 서핑을 단순히 즐기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서핑 인구는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연간 3만명 이상이 용한리 바다에서 서핑을 즐겼다. 지난해 12월에는 서핑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려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 모았다.
포항시는 오는 10월 '포항 메이어스컵 서핑 챔피언십'을 개최한다. 현재 전국 서핑 마니아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용한 서퍼비치' 조성 작업이 한창이다. 연면적 569.35㎡에 지상 2층 규모다. 1층에는 서핑 장비 보관실과 화장실·샤워장이, 2층에는 해양레저 실내 교육장과 카페테리아·회의실 등이 들어선다. 쉼터와 포토존도 만든다. 다음 달 준공이 목표다.
전국 해양스포츠 제전 기간에 플리마켓, 해양레포츠 체험행사 등 다양한 볼거리·즐길거리·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민간단체와 위탁 운영 협약을 체결했다. 매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핑 교실을 열 예정이다. 시설 이용료 등 회비는 유소년 3만원, 어른 6만원으로 계획하고 있다.
#2. 영일대해수욕장 해양스포츠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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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레저 낙원으로 꼽히는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에 벌써부터 요트를 즐기는 이들로 가득하다. |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은 해양 레저인에게 낙원과 같은 곳이다. 만이기 때문에 잔잔한 해수면을 가지고 있고 사계절 적당한 바람이 분다. 겨울철 북서풍이 강하게 불어도 병풍처럼 길게 뻗어나간 호미곶이 먼 바다로 밀려나가지 않게 보호해 준다. 영일만항 방파제는 먼 바다에서 오는 거친 파도를 막아줘 방파제의 안쪽은 호수처럼 잔잔하다.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해 안전사고 위험도 적다. 이는 해양스포츠 초보자와 중·상급자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이다. 이곳에서 2009 세계모터보트 그랑프리 대회, 2010 제5회 전국해양스포츠체전이 개최되기도 했다.
벌써부터 요트며 패러 세일링을 즐기는 이들이 보인다. 수상 오토바이가 수면을 가르며 달린다. 특히 영일대 바다는 작은 돛과 바람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딩기요트, 요트의 돛과 서핑보드가 결합된 윈드서핑 등이 특화돼 있다.
두호동 영일대해수욕장 제2주차장 안에는 포항시가 운영하는 해양스포츠아카데미가 있다. 딩기요트 60대와 서핑보드 30개, 수상스키와 카약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딩기요트와 윈드서핑 교육을 중점적으로 운영한다. 아카데미에는 매년 1천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는 지난 3월에 개강했다. 프로그램은 주 1회 2시간 교육을 기준으로 딩기요트는 입문(12회) 및 초급(12회) 과정, 윈드서핑은 초급(12회)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이 과정을 수강하면 개인 활동이 가능하다. 이외에 서핑 강습과 10인승 레이싱 요트인 크루저요트 체험행사도 진행 중이다. 해양스포츠아카데미에서는 미래의 해양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청년층을 대상으로 수상인명구조요원, 윈드서핑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등 해양레저산업 육성 기반을 조성할 예정이다.
다음 달 12일부터 15일까지 경북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일원에서는 제15회 전국해양스포츠제전이 열린다. 해양스포츠제전은 해양수산부가 해양스포츠에 대한 국민 관심을 높이고 해양스포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2006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양스포츠 종합대회다. 제전은 요트, 카누, 수중핀수영, 트라이애슬론 등 정식 4개, 바다수영·비치발리볼 등 번외 4개, 수상오토바이·서핑 등 체험 7개 종목으로 펼쳐진다.
글=류혜숙<여행칼럼니스트·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

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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