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유승민 전 의원. 영남일보DB |
'여성가족부 폐지론'이 최근 정치권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연이어 여가부 폐지 카드를 공약으로 꺼내들면서다. 사회 전반적으로 '젠더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더욱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범여권과 여성계에서는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야권 잠룡들 잇따라 '이대남 표심 공략'
여가부 폐지론을 처음 꺼내든 건 국민의힘 대권 잠룡인 유승민 전 의원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운을 뗐다. 그는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고, 정부의 모든 부처가 여성 이슈와 관계가 있다"면서 "여가부라는 별도의 부처를 만들고 장관, 차관, 국장들을 둘 이유가 없다. 여가부 장관은 정치인이나 대선캠프 인사에게 전리품으로 주는 자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여가부 대신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부처와의 조율을 통해 양성평등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겠다는 게 유 전 의원의 설명이다.
그는 이틀 후인 8일에도 "양성 간 평등과 공정은 우리나라 경제,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실현해야 할 가치인데, 이 많은 일을 무슨 수로 여가부 혼자 감당하겠나"라며 "여가부 폐지를 거듭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소속 현역 의원 중 처음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하태경 의원도 여가부 폐지와 대통령 직속 '젠더갈등해소위원회'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여가부가 '젠더갈등조장부'가 됐다"고 주장한 뒤 연일 여가부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여가부 폐지론, 오히려 젠더갈등 부추긴다" 비판도
![]() |
|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연합뉴스 |
야권이 여가부 폐지론을 내세우자 범여권과 여성계는 즉각 반발했다. 여가부 폐지론에 젠더 갈등 조장이라는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여권 대선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최근 SNS에 "여가부의 역할을 조정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부처 폐지를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며 "혹시라도 특정 성별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발상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전혜숙 최고위원도 지난 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2018년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후 환경이 많이 좋아졌으나, 최근까지도 성추행 등으로 (여성이) 괴롭힘 받는 문화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가부 폐지를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정의당도 국민의힘을 향해 비판 수위를 높였다. 여영국 대표는 SNS에 "차라리 당명을 '젠더갈등의 힘'으로 변경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여가부 폐지에 대한 반대 여론이 관측된다.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은 "여가부의 목적과 기능, 조직 등을 재검토한 뒤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해야 한다"며 "여성부를 폐지하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둔다고 해서 문제가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10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현 정부 출범 이후 여권 인사들의 성폭력 사건이 많이 발생하다 보니 야권이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여가부 폐지론을) 제시하는 것이라 본다"면서 "여성부 자체를 폐지하기보다는 정부 조직개편이나 업무 조정을 통해 여성부와 가족부를 분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성격이 다른 두 업무(여성, 가족)를 한 부처에서 담당하는 것 자체가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