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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이재용 역할론' 세 개의 미션

2021-10-14

'반도체 초격차' '백신 백기사'
가석방에 덧댄 암묵적 요구
삼성가 핑계 댄 문체부 장관
李, 이건희미술관 건립 장소
"유족은 介意 않는다" 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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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대한 국민여론은 우호적이었다. '70% 찬성'이란 여론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파격'과는 거리가 먼 문재인 대통령이 결코 가석방 결단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민단체와 정의당은 가석방마저 강력히 반대했다. 그때 문 대통령이 언급한 게 반도체와 백신이다. 은근히 '이재용 역할론'을 압박했던 셈이다. 필자도 '이재용 사면의 효용성'(영남일보 4월29일자)이란 칼럼을 통해 이 부회장을 구치소에 계속 유폐하기엔 한국경제가 치러야 할 기회비용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슬슬 기지개를 켜는 걸까. 이재용 부회장이 대외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달 14일 김부겸 총리를 만나 삼성소프트웨어아카데미의 디지털 인력 양성 등을 통해 3년간 3만개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8월 발표한 삼성그룹의 직접 고용 4만개를 포함해 모두 7만개의 일자리를 책임진다는 의미다.

대미 투자도 탄력이 붙었다.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건립지가 조만간 확정된다. 텍사스주 오스틴 또는 테일러가 유력하다. 글로벌 맹주 TSMC의 점유율 확대에도 불구하고 '2030년 파운드리 세계 1위 달성'도 계획대로 밀어붙인다. 메모리 분야에선 초격차를 더 벌린다는 복안이다. 확정된 투자액만 240조원. 웅비하는 삼성의 야심이 야무지다.

가석방에 덧대 이재용에게 주어진 미션이 '반도체 초격차'와 '백신 백기사' 역할이다. 정부의 암묵적 요구였다. '보릿고개'를 넘겼지만 백신 수급 상황은 아직 빠듯하다. 이재용인들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으랴. 하지만 길이 없진 않다. 마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에 돌입했다. 국내에서 생산하니 우리나라에 우선 배정하면 되지 않느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모더나 동의 없이 빼돌리면 그게 탈취고 착복이고 횡령이다. 코로나19가 들불처럼 번질 때 다급해진 인도가 그 짓을 했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라면 대응방식이 달라야 한다. 고차 방정식으로 풀어야 한다.

경제 세상에서 불변의 원칙이 시장 논리다. 삼성이 생산 효율을 확 높이면 모더나와의 협상력이 높아진다. 증산분의 우선 공급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 반도체·가전 제조로 연마하고 숙지한 삼성의 생산공정 노하우는 세계 최고봉이다. 지난해 마스크 대란을 겪을 때 삼성 생산관리팀이 마스크 공장의 제조공정을 개선해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린 경험도 있다. 반도체와 백신 말고도 이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묵직한 과제가 하나 더 있다. 이건희미술관 건이다. 대구로선 중요하고 민감한 현안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미 이건희미술관 건립 부지를 서울 송현동 또는 용산으로 결정했다. 공모 방식이 아니었다. 전국 40여개 지자체의 여망을 뭉갠 문체부의 일방적 폭거였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삼성가의 의중을 반영했다"며 슬쩍 책임을 떠넘겼다. 이건희 유족이 이건희미술관 부지를 서울로 요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유족이 미술관 건립 장소를 특정했다면 '이건희 컬렉션'의 국가 기증이란 취지는 흐려진다. 유족 의사와 관계없이 삼성가 핑계를 댔다면 황희 장관의 망발이자 횡포다.

이대로라면 이건희미술관 부지는 올 12월쯤 서울로 최종 확정된다. 여기에 제동을 걸 인물은 이재용뿐이다. "삼성가는 이건희미술관 건립 장소에 개의치 않는다. 공모 방식이면 더 좋겠다." 이 말이면 족하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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