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똑닮은 디지털트윈 도시문제 해결사로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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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알고 있는 쌍둥이(트윈)와는 다른 의미의 디지털트윈이란 말이 있다. 현실세계의 쌍둥이는 각기 독립된 주체로 존재하지만, 디지털트윈은 물리적 객체와 실시간 동적으로 연동하는 소프트웨어 복제물이다. 디지털트윈은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 사이에 서로를 반사하는 거울을 둔 것처럼 동작한다. 예를 들어 실제 건물의 창문을 열면 디지털 세계에서도 창문이 열리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현실정보를 가상공간에 그대로 구현
도시문제 시뮬레이션해 해결책 도출
싱가포르·세종시 등서 이미 활용 중
코로나 확진자 동선 분석에도 적용
AI기술과 접목땐 정밀한 예측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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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윈과 메타버스, 가상현실
디지털트윈은 2003년 미국 미시간대에서 처음 언급됐고, 2016년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컴퓨터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을 부르는 말로 사용하면서 유명해졌다.
최근 디지털트윈은 메타버스 같은 용어와 함께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분명한 개념의 차이가 있다. 현실세계와 연동하는 디지털트윈과 달리 메타버스는 일부 현실 세계를 모사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실제 현실세계와 상호 연동이 안 되는 독자적인 가상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디지털트윈을 만드는 도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장 앞선 도시는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스마트시티 사업 일환으로 '버추얼 싱가포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에 약 700억 원을 투입해 2018년까지 추진했다. 대한민국 국토교통부는 2019년부터 스마트시티 시범 도시(세종 5-1 생활권과 부산 에코델타시티)를 대상으로 디지털 트윈에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서울시도 올해 '메타버스 서울 추진 기본계획(2022~2026)'을 수립, 발표했는데 계획만으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인다.
◆디지털 트윈 스마트시티가 되면 무엇이 좋은가
스마트시티가 디지털트윈을 주목하는 이유는 디지털트윈이 도시 운영의 효율성을 제공하고 물리적 도시를 복제하여 도시 미래에 관한 예측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공간이기 때문에 도시를 대상으로 한 여러 실험을 물리적 제약 없이 쉽게 진행할 수도 있다.
안전한 자율주행, 수요 응답형 버스, 이상행동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지능형 CCTV, 스마트 횡단보도, 10분안에 확진자 동선을 분석하는 스마트 역학조사시스템 등은 모두 디지털트윈기술로 가능하다.
디지털트윈 기반의 스마트시티가 되려면 사물인터넷과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하다. 사물인터넷은 센서 기술로 현실 정보를 디지털트윈의 가상공간정보로 바꾸어 준다. 그러나 정보만으로는 진단하고 예측하여 도시상태를 알려줄 수 없다. 그런 능력이 작동하려면 현실의 법칙을 가상의 공간에서도 구현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인공지능기술이다.
◆디지털 트윈기술 어디까지 왔나
이미 20년 전 '마이너리티 리포트' '매트릭스' 같은 영화나 소설가 이인화의 근작 '2061년'에도 디지털트윈을 보여주지만, 오늘날 디지털트윈 기술력은 아직 SF 영화나 소설 속에서 묘사하는 수준으로 보긴 어렵다.
도시 규모의 거시세계를 완벽하게 구현하기에는 지금으로선 기술적 한계가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가상화·동기화·모델링·시뮬레이션 기술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술 단계는 현실모사·관제·모델링·기술결합·자율 등 5단계가 있는데 현재 우리는 2단계(관제) 정도에 와 있다고 보면 된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쉽게 설명하면 가상 시뮬레이션 게임에 비유할 수 있다. 물론 게임은 디지털 트윈과 다르다.
게임은 사용자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가상 시뮬레이션이지만 디지털 트윈은 현실을 그대로 본뜬 가상 시뮬레이션이다. 그러나 게임과 디지털 트윈은 가상 시뮬레이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 회사에서는 디지털 트윈의 일부 기능을 수행하는 게임을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 (MS)는 '프로젝트 AIx'를 통해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의 배경을 현실과 유사하게 구현하여 해당 가상공간에서 인공지능 학습을 돕는다.
스마트시티에서 디지털 트윈 사업도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도시 공간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 이미 있기 때문이다. 심시티라는 게임은 사용자가 시장(市長)이 되어 도시를 운영하는 게임이다. 현실과 유사하게 도시를 운영해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디지털 트윈 시티를 위한 준비
대구도시철도는 '5G 디지털트윈 기반 시설물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한 경험이 있다. 대구가 디지털트윈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양질의 데이터를 빨리 확보해야 한다. 이미지를 모사하는 가상화가 아니라 실제 데이터 기반 가상화가 이루어지려면 공간과 도로의 정확한 고정밀지도, 지하시설물 전산화 등의 기반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데이터 확보수준에서 도시가 할 수 있는 트윈단계는 위험 지역에 지능형 CCTV나 스마트 횡단보도를 통한 관제단계 정도다.
그것도 일부 시범서비스 구간에 한정되어 있다. 선진국과의 1.4년이라는 기술격차를 추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질의 기반 데이터를 확보해 구축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무엇보다 염려되는 것이 증강 혹은 가상현실 기술과 게임의 세계관 콘텐츠에 불과한 메타버스 같은 유행어가 스마트시티 정책에 유입되면서 혼선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여러 기업이 메타버스에 희망을 품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우려가 많다.
업계에서 말하는 메타버스는 개념이 불분명하고,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인해 예산 편성에 관한 논의가 부족한 채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시티의 디지털트윈은 그 기본 철학에 충실했으면 한다.
오히려 디지털 트윈은 메타버스 같은 어설픈 용어를 채택하는 것보다 더 시급하게 보완할 점이 있다.
개인정보가 복제될 가능성이 높아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할지 논의가 필요하다. 또 뚜렷한 목적 없이 디지털 트윈을 도입한다면 사용성이 떨어지거나 불필요한 데이터와 트래픽 증가로 투자 및 처리 비용만 늘어날 수 있다. 윤리 문제도 있다.
디지털 트윈으로 생명체 복제나 생체 데이터를 사용했을 때 이를 악용할 소지도 있다. 디지털 트윈 기반 스마트시티로 시민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크게 변화시키려면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대구테크노파크 디지털융합센터장>
김희대 대구테크노파크 디지털융합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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