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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한국문학] 한국어의 보물창고인 방언

2021-12-02

지역의 삶·문화가 담긴 방언
독특한 정서와 사고를 표현
공동체 유대감·정체성 유지
정밀한 의미와 쓰임을 바탕
방언사전 만들고 보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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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호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방언은 일정한 지역이나 사회 계층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방언은 공통어가 분화되면서 음운, 형태, 의미 변화를 거쳐 생성되었거나 일정한 지역의 오랜 언어 문화적 특징을 기반으로 생성된 언어다. 그러므로 방언에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전해오는 다양한 문화·전통·역사가 무늬처럼 새겨져 있고, 지역민들의 독특한 정서와 사고가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래서 방언을 통하면 지역의 삶과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방언은 지역민들이 서로 동질감을 느끼면서 가족과 동네 사람과 유대감을 갖게 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하게 해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보통 지역 출신의 작가들은 자기가 경험한 문화와 전통과 의미를 정밀하게 묘사하기 위하여 방언을 사용한다. 작가는 방언을 사용함으로써 어휘가 품고 있는 사전적인 개념을 뛰어넘어 자신이 겪은 정서적 경험을 아주 다양하게 표현하면서 심미적 효과를 얻고 있다. 우리 지역 출신 작가 중에는 작중 인물의 성격을 뚜렷이 드러내고, 사실적 현장성을 얻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 지역 방언을 많이 사용한다. 하근찬의 '수난이대'에서 "니 우짜다가그래 댔노?' '전쟁하다가 이래 안 댔심니꾜. 수류탄 쪼가리에 맞았심더. 얼른 낫지 않고 막 썩어 들어가기 땜에 군의관이 짤라 버립디더, 병원에서예"라고 대구 지역의 방언으로 표현했다. 최근 국립국어원에서 개발한 '지역어 종합 정보'에서 '소꿉장난(소꿉놀이)'의 방언지도를 검색해 보면 남한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방언형이 80여 가지가 발견된다. 이들을 어휘나 음운 차이로 크게 분류해 보아도 크게 10개 이상의 방언형들로 나눌 수 있다. 만약 표준어 '소꿉장난'만을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려 사용하도록 한다면, 이 어휘의 대표 방언형인 '빠끔살이, 반두깨미, 살림살이, 도꿉장난, 통고발이, 동두깨미, 흑밥, 밥펄락, 새끔살이, 땅깽이, 송구팔이, 동갑살이, 헛밥놀이…' 등은 조만간 잊혀버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어는 지역의 방언이 바탕에 있으며, 편의상 한국어의 표준을 설정하기 위해 교양있는 서울말을 중심으로 표준어를 정한 것이다. 말하자면 표준어란 국가의 언어를 대신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설정한 언어인 것이다. 그러므로 방언은 표준어의 존재를 유지시키는 중요한 언어문화 자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표준어에는 한국어를 대표한다는 공통어의 개념이 포함돼 있어야 바람직하다. 이처럼 공통어 개념을 충실하게 반영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방언이 표준어에 충분히 반영될 때 비로소 공통어의 개념을 가진 표준어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 방언에 대한 정밀하고 종합적 연구가 충분하지 못하고 방언 어휘의 역사나 방언의 생성 규칙 및 표준어와의 상관성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아서 표준어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를 위해 방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구를 통해 방언에서 공통어적인 특질을 찾아내 표준어에 넣고, 지역의 독특한 방언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방언은 민족의 역사와 전통이 새겨져 있고 지역민의 정서가 녹아 있는 문화재와도 같다. 유무형의 문화재를 보존하고 새롭게 가꾸는 것처럼, 방언도 잘 보존하려면 지역어가 갖는 정밀한 의미와 쓰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방언사전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방언사전을 바탕으로 공통어적 표준어를 선정해야만 교양있는 서울말로 정하는 일방적인 표준어가 아니라 한국어를 대표하는 공통어로서의 표준어를 확립할 수 있다고 본다. 방언은 한국어의 보물창고다. 한국어를 잘 보존하기 위해서는 이제 아름다운 지역 방언을 찾아 골라 쓰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다.
김덕호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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