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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開소리] 일본에마저 패배한 K-방역

2021-12-14

K-방역 세계표준 호언한 정부
더딘 백신 수급과 임의적 접종
수도권 병상 가동률 90% 넘겨
역대 최다 코로나 사망자 발생
확진·사망자 급감 일본과 대비
K-방역 실패 대국민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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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 교수)

"다른 나라의 일시적 상황 악화에 대해 '대실패'니 '완패'니 하며 섣부른 결론을 내리고, 다른 나라의 방역 정책 배후에 어떤 고민과 계산이 있는지 깊이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피상적 관찰만으로 K-방역이 마치 '세계 최고'라는 식의 지나친 자부심에 빠져들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곧 출간될 'K-방역은 없다'의 공저자인 장부승 교수의 K-방역 평가다.

정부 통제에 잘 따르고 마스크 착용률 세계 1위인 국민 덕에 확진자가 적었을 뿐 우리 정부는 코로나 방역에 시종일관 무능했다. 백신을 늦게 구한 것도 그렇지만, 자영업자만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도 서민을 위한다는 정권이 해선 안 되는 일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정치적 입장이 다른 이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한 것도 문제였다. 8·15 집회 참가자들을 '살인자'라 부르고, 차벽을 설치해 집회를 원천봉쇄한 정권이 민노총에 한없이 너그러웠지 않은가? '위드코로나'에 대비해 병실을 확보하지 못한 건 더 한심하다. 엊그제 기사를 보자. 서울·인천 등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90%를 넘길 정도로 꽉 차 있고,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입원 대기 중인 사람도 2천명을 눈앞에 두고 있단다. 대기자 중 사망자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귀결, 12월11일 하루에만 역대 최다인 80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현 정권은 지난 2년간 귀가 따갑게 K-방역을 홍보했는데, 'K-방역이 세계의 표준이 될 것'이라는 호언장담은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온다.

그래도 한 줄기 위안거리는 있었다. 일본보다 우리가 방역을 더 잘하고 있다는 것 말이다.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다짐도 있었지만, 35년간 식민지였던 아픈 과거 때문에 일본에는 뒤지고 싶지 않았던 게 국민감정이지 않은가? 다행히 확진자 수에서 우리는 늘 일본에 앞섰다. 8월14일부터 일본에서 하루 2만명씩 확진자가 나왔을 때 우리 언론은 '통제불능' '도시봉쇄 검토' '의료붕괴' 등의 단어를 써가며 일본의 상황을 조롱했다. 심지어 백신 접종률도 일본이 우리보다 나을 게 없었다. 올해 4월 기사를 보자. "도쿄올림픽 100일 앞둔 日, 접종률 1%도 안 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먼저 전 국민이 다 맞고도 남을 백신을 구한 나라, 그런데 왜 저리도 접종률이 낮은 것일까? 인터넷이 아닌 우편으로 접종 신청을 해야 하는 느린 행정이 발목을 잡았다는 게 당시 우리 언론의 분석이었다. 한 언론은 '이런 식이면 일본이 백신접종을 다 마치려면 126년이 걸릴 것'이라는 제목으로 일본의 느린 접종을 비웃기도 했다. 과연 이게 이유였을까? 속사정은 전혀 달랐다. 다른 나라들처럼 일본도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이하 아제) 이렇게 3종의 백신을 구매했다. 하지만 그 이후 행보는 전혀 달랐다. 대부분의 국가가 사들인 백신을 바로 접종에 활용한 것과 달리 일본은 백신 3종에 대해 자국민을 대상으로 따로 임상시험을 한다. 속성으로 하긴 했지만 이 백신들이 임상시험을 다 마친 뒤 출시된 것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행보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백신을 쌓아두고 접종을 왜 안 하냐는 언론의 질타가 이어졌지만 일본 정부는 흔들림이 없었다. 임상시험이 끝난 5월20일 일본은 화이자와 모더나만으로 백신접종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어차피 쓰지 않을 아제는 백신을 못 구한 개도국에 나눠줬다. 우리나라 네티즌은 접종률이 1%도 안 되는 나라가 백신을 나눠준다고 이를 비웃었음에도.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났을 무렵 우리 언론은 다음과 같은 기사를 쓴다. "일본에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감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기준 일본의 신규 확진자 수는 391명이다. 이는 불과 두 달 전인 8월21일 (2만5천485명)에 비해 무려 98%나 떨어진 수치다." 우리 언론은 이를 미스터리라 부르며 코로나 검사 숫자를 줄인 탓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실제 확진자는 많은데 검사 수를 줄인다면 양성률이 올라가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일본의 양성 판정률은 확진자 감소와 함께 감소하고 있으니 이건 이유가 될 수 없다. 반일감정에 사로잡힌 네티즌들은 '일본이 확진자 수를 조작하는 게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하루 2만명이 나올 때는 그 숫자를 믿다가, 확진자가 감소하니 조작이라고 하는 건 너무 속이 보인다. 그보다는 일본이 화이자와 모더나로만, 그것도 간격을 지켜가며 백신접종을 한 덕분이라는 게 훨씬 그럴 듯한 분석이 아닐까?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자. 올 2월 말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백신은 아제, 그 백신은 고령자들에게 우선 투입됐다. 정상회담에서 5천만명분의 화이자를 구한 일본과 달리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얀센백신 100만개를 받아와 놓고 '정상회담 성과가 컸다'고 자화자찬했다. 백신수급이 안 되자 백신회사가 임상시험 후 권고한 매뉴얼을 지키는 대신 임의로 접종간격을 늘렸다. 그러면서 한 말은 '다른 나라 사례를 보니 이게 더 효과적이었다'였다. 2차접종에 써야 할 아제를 1차접종으로 돌리는 바람에 2차 물량이 부족해지자 소위 교차접종, 그러니까 1차에서 아제를 맞은 이에게 2차로 화이자를 접종했다. 그러면서 한 말은 '다른 나라 사례를 보니 이게 더 효과적이었다'였다. 어이없는 건 화이자 물량이 충분해지자 더 효과적이라는 교차접종을 포기하고 미리 사들인 아제를 개도국에 나눠줬다는 것이다. 아제 접종자에서 만들어진 항체 수치가 화이자에 비해 5분의 1이라는 연구결과를 보면, 아제가 초기 주력백신이었던 건 아쉬운 대목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먼저 아제를 맞은 고령자들에게 우선적으로 화이자나 모더나로 부스터샷을 접종했어야 했다. 하지만 접종률 세계 1위에 눈이 먼 우리 정부는 이를 고려조차 하지 않았는데, 하루 사망자 80명은 그 쓰라린 대가다. 최근 7일 확진자 수 평균 일본 113명, 대한민국 6천97명. 여기에 더해 일본은 코로나 사망자가 0명인 날도 여러 번이니,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습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최소한 코로나 방역에서만큼은 틀렸다. 이제라도 현 정부가 K-방역이 허상이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길 바란다. 사과 안 하는 게 현 정권의 특징이라 해도, 국민생명과 직결되는 방역을 망쳐놓고 미안해하지도 않는 건 해도 너무한 짓이잖은가?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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