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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경북 김천 자산동 벽화마을과 중앙시장

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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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의 어려웠던 시절 고스란히 담은 '성내동 달동네'

꼬불꼬불 미로 같은 골목길 따라 개성 가득한 벽화 보는 재미 쏠쏠

걷다 보면 곳곳이 포토존…꼭대기 오르면 오밀조밀 정겨운 벽화마을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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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자산동 벽화마을의 벽화는 깔끔하면서 더러는 웃음 짓게 한다. 마을은 지역과 생활여건 개조프로젝트인 '자산동 새뜰마을사업'을 통해 새롭게 바뀌었다.

"저 산이 무슨 산인지 아시오? 자산이오, 자산. 옛날에는 사이렌산이라고 했었어. 저기 꼭대기에 사이렌이 있었지. 시간 같은 걸 알려주는. 산동네는 가 보셨소? 카페도 생겼다오."

김천 중앙시장에서 남북 방향으로 난 골목의 북단에는 자산의 가파른 벼랑이 걸려 있었다. 텅 비어있던 시장통에서 갑자기 나타난 상인은 내가 저 산을 보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자산은 모암산(帽岩山)의 남동 구릉이다. 원래는 상서로운 자고새를 뜻하는 '자산(자山)'이었는데 해질 무렵이면 산에 있는 바위가 신비로운 자줏빛을 띠어 자산(紫山)이라 부른다. 그 자줏빛 나던 바위는 1905년 경부선 철도 부설 공사 때 폭파돼 석재로 쓰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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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자산과 자산동 커뮤니티센터는 일제강점기 김천읍장의 관사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지난해 6월에 준공했다. 준공한 그해 경북도 건축문화상을 수상했고 최근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제1회 빈집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에서도 최우수상을 받았다.

#1. 자산동 벽화마을

자산과 모암산을 통칭해 보통 모암산이라 한다. 형세가 청룡을 닮았다고 청룡산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에게 더 뿌리 깊은 이름은 아무래도 자산인 듯하다. 지금은 자산과 모암산을 중심으로 한 감호동, 모암동, 성내동, 용두동을 관할하는 행정동의 이름이 자산동이다.

옛날에는 자산의 서쪽, 현재의 김천교육청과 자산 사이에 작은 자산마을이 있었다. 조선 시대 역참인 김천역 안쪽에 위치한 마을이라 성안 혹은 성내(城內)라 했는데 자연마을로는 자산마을이 유일했다고 전한다. 경부선 철도가 부설되면서 많은 민가가 헐렸고 자산마을 사람들은 자산자락에 집을 지어 이주했다. 또 김천역의 직원이나 관련 업자들이 산자락에 터를 잡았고 용두동 일대에 살다가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도 비탈진 땅을 일궈 살았다. 6·25전쟁 후에는 김천으로 몰려든 피란민들이 자산과 모암산 일대를 개간하고 층층이 판잣집을 지어 살았다. 그렇게 이어져 온 것이 현재의 성내동과 모암동이다. 마을은 '성내동 달동네'라 불리며 김천의 어려웠던 시절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2015년 새뜰사업으로 새단장
일제강점기 김천읍장 관사 리모델링
작년 마을기업 '카페자산' 조성
카페·주민 커뮤니티센터로 활용



지금 '성내동 달동네'는 '자산동 벽화마을'로 알려져 있다. 환하고 깨끗하고 조용하다. 벽화는 깔끔하고 더러 웃음짓게 한다. 꽃이 만발한 집에서 나온 할머니가 비탈길을 오르고 몇몇 젊은 이방인들은 손짓을 하며 골목길을 총총 누빈다.

마을은 2015년부터 지역과 생활여건 개조 프로젝트인 '자산동 새뜰마을 사업'을 통해 변신했다. 낡은 축대를 보수하고, 소방도로를 열고, 포켓 공원을 꾸미고, 다양한 테마의 벽화길을 조성했다. 동시에 주민 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 커뮤니티센터도 만들었다. 그리고 마을기업인 '카페자산'이 탄생했다. 카페 건물은 일제강점기 김천읍장의 관사였다. 6·25전쟁을 거치면서 민간인의 손에 넘어갔지만 낡은 건물에 주인이 살지 않으면서 골칫거리 빈집으로 전락했다. 2018년 김천시에서 이 건물을 매입했고 리모델링과 증축을 거쳐 지난해 6월 준공했다. 이 건물은 2020년 경북도 건축문화상을 수상했고 최근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제1회 빈집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금은 베이커리 카페와 '자산골 커뮤니터센터'로 활용된다.

마을 안길을 오르면 왼쪽에 모암산, 오른쪽에 자산이 보인다. 두 산을 가르는 고갯길에 자산쉼터가 있다. 휑한 정수리만 남은 모암산 정상에는 충혼탑과 반공호국영령추모비가 서있다. 자산은 낙엽수가 멋지게 우거진 공원으로 입구에는 무공수훈자전공비가 자리한다. 숲 속에는 '시가 있는 오솔길'과 '최민호 산책길'이 있다. 최민호는 베이징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로 모암동 출신이다. 산책길을 따라 오르면 팔각정이 나타나고 그 뒤로 '사모할배바위'가 조성돼 있다. 모암산은 사모바위를 한자화한 것으로 옛날 자산에는 관리들이 쓰던 사모를 닮은 바위가 있었다고 한다. 그 바위의 정기를 받아 많은 과거급제자를 배출했다고 믿고 있다. 현대의 사모바위 뒤 자산의 꼭대기에는 지금도 사이렌 탑이 조용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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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남쪽의 중앙시장. 지금도 상가의 대부분은 직물류를 취급한다.

#2. 아랫장터와 중앙시장

자산동의 북쪽에는 직지천이 동서로 흐르고 동쪽에는 감천이 남북으로 흐른다. 두 천은 자산동의 북동 모서리에서 만난다. 자산공원에서 동쪽을 내려다보면 경부고속도로 감천교가 가깝게 보이고, 영남대로의 김천대교와 자산로의 김천교가 희미하게 인지된다. 저 다리 아래로 감천이 흐른다. 자산과 감천 사이 격자형의 조밀한 동네가 용두동(龍頭洞)과 감호동(甘湖洞)이다.

두 마을의 감천변 모래사장은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 말까지 전국 5대 시장으로 번성기를 누렸던 김천장터였다. 용두동의 남쪽 끝에 모래가 언덕을 이뤘는데 그 모양이 용이 머리를 들고 있는 형상이라 해서 '용우머리'라 한다. 용우머리는 김천장의 중심이었다. 경부선 철도 건설과 함께 일본인 상인들이 김천장을 장악했다. 그들은 일본식 주택을 짓고 도로를 바둑판처럼 만들어 중심이라는 뜻으로 본정(本町)이라 이름 지었다. 기존의 상인들이 밀려난 곳이 감호동이다. 감호동은 늪지대였고 장마철마다 물에 잠겼다. 일본인들은 1919년부터 1922년까지 용두동 본정을 보호하기 위해 감천변에 제방을 쌓았다. 제방은 오늘날 김천 시내의 우회도로 일대가 되었다. 김천장은 서서히 쇠퇴했다. 지금 감호동은 '아랫장터'라는 옛 기억과 함께 '감호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자산 남쪽에 자리한 중앙시장
감호시장에 밀려 어깨 못 펴고 있다
70년대 중반 직물류 전문상가 변모
난전은 없지만 정겹고 푸근한 분위기


중앙시장은 자산의 남쪽에 위치해 있다. 자산의 동남 모서리인 용암사거리에서 용머리길을 따라 들어가면 중앙시장의 동쪽 입구가 나타난다. '좋은 상품 제일 싸게 파는 시장'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서쪽 입구는 자산로 삼각로터리 분수대롤 향해 열려 있다.

중앙시장은 1953년에 개설되었다. 감호시장에 밀려 어깨를 못 펴고 있다가 1970년대 중반 직물류 전문상가로 변모해 가장 특색 있는 시장으로 발돋움했다고 한다. 상가의 물리적인 형태는 대구 교동시장과 방천시장을 조금씩 연상케 한다. 가로로 긴 2층 규모의 콘크리트 건물, 벽체의 타일 마감, 전면에 유리창을 낸 작은 거주 겸용 점포들의 나열, 너비가 50㎝도 안 되는 골목들, 단층 점포 옥상에 포복하고 있는 천장 낮은 가건물들 같은 것. 이따금 가느다란 기둥과 보로 창문을 장식한 일본식 벽체도 보인다. 여성복 전문점 엘레강스, 동아양복점, 이불집, 학생복 전문점, 작업복집, 한복집, 포목점 등 지금도 상가의 대부분은 직물류를 취급한다. 시장통에 사람은 없다. 난전도 없다. 그러나 어쩐지 정겹고 푸근한 마음이 드는 것은 내가 조금쯤 옛날 사람이어서 일까.

용머리길은 '기계·공구 거리'다. 강철이 불꽃을 일으키는 소리, 전기톱의 날카로운 치잉 소리가 불쑥불쑥 들린다. 북쪽으로는 자산의 작은 조각이 살짝 보이고 남쪽으로는 경부선 철도의 굴다리 위로 솟아오른 한신아파트가 보인다. 아파트 앞이 용우머리다. 모암산과 자산의 청룡이 용머리길을 따라 스르르 내려와 용우머리에서 머리를 치켜드는 거다. 경부선 철도와 제방은 용의 모가지를 누르고 있었고 굴다리는 지난 8월에 뚫렸다. 숙원사업이었다고 한다. 굴다리를 통과하면 제방 우회도로와 함께 황금시장이 나타난다. 중앙시장과 공구거리와 황금시장은 옛 김천장 윗장터의 명맥을 잇고 있다. 굴다리 앞에서 철길의 옹벽을 본다. 저기 어딘가에 자산의 자줏빛 바위가 뿌리 깊이 박혀 있을 것이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Tip

경부고속도로 동김천IC에서 내려 514번 아포대로를 따라가다 무실삼거리에서 우회전해 계속 직진하면 김천교 건너 자산로로 들어선다. 김천IC에서 내리면 영남대로를 따라 가다 직지교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자산로다. 자산 3길로 올라가면 '카페자산'을 거쳐 '자산쉼터'까지 빠르게 오를 수 있다. 카페 근처, 자산쉼터 앞, 자산공원 앞 등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카페자산'의 운영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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