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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피플] 오둥이 낳은 군인부부 "2년간 임신 노력 끝에 만난 아이들, 행복"

2022-02-09

'국내 34년만의 다섯 쌍둥이 탄생 경사'
김진수·서혜정 대위 부부
"국방부 장관께서 격려 영광
한 명은 임신 도중 잃었지만
배 속에서 형제들 지킨 천사
난임이라도 포기하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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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34년 만에 다섯 쌍둥이를 낳은 김진수·서혜정 대위 부부는 "아기들이 주는 기쁨 속에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출산을 축하해준 여러분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아이들을 건강하게 잘 키우겠다"고 말했다. 출산 전 만삭일 때의 모습. <김진수·서혜정 대위 부부 제공>

지난해 11월 코로나19로 모든 국민이 힘든 시기를 보내는 와중에 다섯 쌍둥이 출산이라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다섯 쌍둥이 출산은 1987년 이후 34년 만이다. 한국에서 저출산 문제는 화급히 풀어야 할 난제다. 2020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기 수)은 0.84명이다. 세계 최저다. 수십 년간 정부에서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지만 백약이 무효했다. 김진수(31)·서혜정(31) 대위 부부는 저출산 늪에 빠진 한국에 새로운 희망을 쏘아 올렸다. 특히 맞벌이 군인 부부가 인공수정을 통해 5명이나 되는 아기를 낳았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맞벌이 부부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섯 쌍둥이를 낳은 소감은.

△김진수 대위= "많은 분의 관심 속에서 다섯 쌍둥이가 무사히 태어났다. 감사하다.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희망을 줬다고 하니 더 기쁘다. 출산을 축하해준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고 아이들을 건강하게 잘 키우겠다."

▶다태아라는 것을 언제쯤 알았는가.

△서혜정 대위= "인공수정을 했는데 임신 5주쯤 아기집이 5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혼자 병원 진료를 본 후 이 사실을 남편에게 전화로 말했더니 남편이 정말 반가워했다. 다태아 임신의 경우 조산 위험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컸지만, 내심 쌍둥이 임신을 바라고 있어서 아기집이 5개라는 사실이 기뻤다. 우리 부부에게 찾아와준 아기들을 반갑게 맞기로 마음먹었다. 결혼 후 2년6개월 만의 임신인 데다 다섯 쌍둥이라는 소식에 가족도 많은 응원을 해줬다."

▶인공수정을 하면 선택적 유산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

△김·서 대위= "처음 다태아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병원에서 조산 위험성과 선택적 유산에 관해 설명해줬다. 처음에는 선택적 유산을 당연히 해야 하는 줄 알았다. 서울대병원에 다태아 출산 전문의(전종관 교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기를 다 낳기로 했다. 병원에서 선택적 유산을 하려면 8주 정도에 할 것을 권유했으나 6주쯤 작은 아기집에서 우렁찬 심장 소리를 듣고 나니 선택적 유산을 할 수 없었다."

▶주위 분들의 조언도 다태아 출산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했는데.

△서 대위= "전종관 교수께서 '어떤 애가 얼마나 훌륭하게 클지 알 수 없으니 애들한테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냐'라고 하신 말씀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게 했다. '세 쌍둥이 예비맘 방'이라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세 쌍둥이 출산을 앞둔 엄마들이 해준 응원도 큰 힘이 됐다. 지금 하루가 다르게 잘 커가고 있는 아기들을 보면 그때 선택적 유산을 하지 않은 것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여섯 쌍둥이를 임신했다가 한 아기가 자연 유산된 것으로 아는데 그때 가슴이 매우 아팠을 듯하다.

△김·서 대위= "배 속에서는 둘째였고 지금은 천사가 된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성장이 더뎠다. 17주쯤 되자 무게가 절반 정도밖에 안 됐다. 24주쯤 진료를 볼 때 교수님께서 2주 뒤에 오면 사산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셨다. 27주쯤 출산을 앞두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동안 잘 버텨왔던 둘째가 하늘나라로 먼저 간 것을 알게 됐다. 지금은 함께 있지 않지만, 엄마 배 속에서 형제들이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게 지켜준 천사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임신 중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서 대위= "임신 중에 입덧이 없는 편이어서 가리는 음식 없이 잘 먹었다. 몸 상태도 좋아서 20주까지는 무리 없이 출근하며 순탄하게 지냈다. 다만 21주 정밀 초음파를 볼 때 경부 길이가 짧아진 것이 확인돼 쉬로드카(자궁경부봉축술)수술을 했다. 이때가 가장 힘들었다. 다태아라서 28주간을 잘 버티는 것이 목표였다. 하루라도 더 품어서 아기들을 건강하게 출산해야 하는데 경부가 열리면 아기들이 훨씬 일찍 태어난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조산에 대한 두려움이 컸을 때 남편이 큰 힘이 됐다고 했는데.

△서 대위= "쉬로드카 수술을 한 뒤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돼 집에서 거의 누워 지냈다. 남편이 한 달 동안 매일 점심시간에 집에 와서 식사를 챙겨줬다. 남편의 따뜻한 보살핌이 있었기에 힘든 시기를 잘 버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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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에서 최근 퇴원한 첫째 딸 김소현양.

▶제왕절개로 여아 4명, 남아 1명을 낳았다. 현재 아이의 상태는 어떤가.

△김 대위= "출산 당시 아기 1명은 몸무게 850g 정도로 작았지만, 나머지 4명은 모두 1㎏ 이상이 됐다. 많은 분의 축하와 응원 덕분에 현재 다섯 쌍둥이 모두 2㎏이 넘었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며칠 전 첫째 아이는 퇴원했고 다른 아이들도 곧 퇴원할 예정이다."

▶분만할 때 어려움은 없었는가.

△서 대위= "수술예정일 일주일 전 갑자기 진통이 와서 응급수술로 진행했다. 분만 당시 의사와 간호사 30여 명이 동원됐다. 수술실에 의료진이 많아서 아주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분만할 때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섯 쌍둥이의 탄생을 축하해주는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서 수술이 이뤄졌다."

▶요즘 한 아이도 키우기 쉽지 않다. 앞으로 육아계획은.

△서 대위= "우선 1년 육아휴직을 할 예정이다.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며 남편과 교대로 육아휴직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다섯 쌍둥이 육아를 위해 시어머니께서 창원에서 올라오셔서 도와주기로 하셨다. 그 외에 산후도우미와 아이돌봄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계획이다."

▶출산 당시 전 사회적으로 축하 및 육아 지원 물결이 이어졌다.

△김 대위= "여러 기업에서 다섯 쌍둥이 육아에 관심을 갖고 많은 도움을 줬다. KB국민은행, 포스코, 한미글로벌 등에서 양육비, 장학금, 다인승 차량과 카시트, 영유아식과 이유식 등을 지원했다."

▶군에서도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아는데.

△김·서 대위= "서욱 국방부 장관께서 직접 격려해주셔서 영광이었다. 군인으로서 자부심을 느꼈고 앞으로 더 열심히 복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단에서는 다섯 쌍둥이 육아를 위해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출산 전 이사를 해 육아에 대한 고민을 한결 덜 수 있었다. 사단장께서도 출산 전 직접 집 앞까지 오셔서 미역과 꽃바구니를 선물로 주셨다. 각계각층에서 활약 중인 ROTC 선배 등 군의 여러 선배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기를 가지려는 부부나 난임 부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김·서 대위= "2년 동안 여러 노력 끝에 아기들을 얻게 됐다. 아기들이 주는 기쁨에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우리 부부가 그랬듯이 아이를 낳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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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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