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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능력주의와 불평등'의 부제는 '능력에 따른 차별은 공정하다는 믿음에 대하여'이다. 능력이 우월할수록 더 많은 기회와 보상을 누리는 것이 당연할까. 그 능력은 누가 정의하고, 요구하는 걸까. 책은 이 질문들을 따라 한국 사회와 교육 제도에서 능력주의가 어떻게 힘을 발휘하는지, 사회적 소수자·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생산하는지 분석한다.
'능력에 따른 차별이 공정하다'고 믿는 사회는 불행의 책임을 개인에게 묻는다. 때문에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저항하고 평등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늘 '감히'가 따라붙는다.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가진 집단으로부터 '정당한 몫'을 요구할 자격을 의심받고, 증명을 강요받는다. 책은 능력주의가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가리고, 고통의 책임을 개인과 사회적 소수자에 전가하는 강력한 차별 기제임을 드러낸다.
책을 읽고, A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세상이 온통 '프랙탈'(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반복되는 형상) 같다며, 이 구조에 빗대어 작든 크든 불평등한 권력 관계는 어디에나 있다고 했다. A의 말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나 역시 위아래의 경계를 오가며 불평등한 구조를 질문하기보다 권력의 위계에 순응하는 쪽을 택했던 기억 때문이다.
사람과 노동을 위계화하는 사회는 존엄에도 자격을 부여하고,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을 구분한다. 그러나 사람은 각자 존엄하고, 또 조금씩 부족하다. 그래서 서로 기대어 살고, 우리는 이걸 '공동체'라 부른다. 사회와 일상 곳곳에 녹아있는 능력주의를 들여다보며, 이 책은 오늘 우리 공동체의 모습이 어떤지 묻고 있다.
☞박재희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북 릴레이' 다음 편에 아리 420장애인차별철폐경산공동투쟁단 활동가를 추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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