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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성급한 '범행 합리화·범인 감싸기' 안된다

2022-06-16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성급한 범행 합리화·범인 감싸기 안된다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조문객이 고인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영남일보 DB

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으로 7명(방화범 포함)이 사망해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경찰 수사 등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다수의 무고한 시민이 희생 당한 이번 사건을 두고 성급한 '범행 합리화'와 '범인 감싸기'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다.

◆유력한 범행 동기 추정은 된다지만…
14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재개발 사업에 투자한 거액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지자 사업시행사 등에 불만을 품어왔고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대구 수성구 일원에 주상복합아파트를 신축하는 신천시장도시환경정비사업과 관련해 시행대행계약을 체결한 주식회사 B사와 지난 2013년 투자약정을 체결한 이후 2015년까지 총 6억8천500만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정작 분양 저조 등으로 바랐던 수익은커녕 투자금을 회수하기조차 힘들어지자 A씨는 본격 소송전에 돌입했다.

2016년 그는 B사와 대표 C씨를 상대로 일부 변제받은 돈을 뺀 나머지 투자금 5억3천여 만원과 지연손해금 등을 달라는 약정금 소송을 냈다. 당시 법원은 B사에 대한 청구만 받아들이는 '일부 인용' 판단을 내렸으며, "B사가 A씨에게 5억3천여 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법원 판결에도 돈을 돌려받지 못한 A씨는 지난해엔 C씨만을 상대로 같은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이밖에 현재까지 확인된 추심금 소송만 2건이다. A씨는 투자 신탁사와 신천시장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도 채무를 이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모조리 기각했다. 줄소송을 두고, 사건이 벌어진 이후 법조계에선 승소 가능성이 없는 소송 남발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A씨는 외부적으로 감정 표출을 하기도 했다. 그가 최근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위반 등으로 벌금 200만 원의 유죄 판결을 받은 판결문에 따르면, 평소 C씨 등에게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C씨를 경찰에 고소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고, 2017년에는 허위사실 또는 사실임을 뒷받침하기 부족한 내용의 글들을 인터넷 상에 게시하기도 했다.

◆무고한 시민이 희생…"합리화될 수 없는 범죄"
일각에선 A씨가 평소 느껴온 심정이 얼핏 짐작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사건 당일이었던 지난 9일 오후 대구 한 정비사업 조합원 등 10여 명은 경찰서를 찾아 B사와 C씨를 면밀히 조사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한 조합원은 취재진에게 "A씨가 마음의 압박을 느끼는 상황에서 화를 품지 않았겠나"면서 "투자자인 A씨 말고도 억울한 조합원들이 많다. 재개발 과정에서 조합원 등을 상대로 한 시행사의 횡포가 있었고 이로 인해 재산을 날리거나 거액의 부채를 떠안게 된 나이 든 조합원들이 적지 않다. A씨와 C씨 사이 단순한 금전적 다툼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하며 목소리 높였다.

또 온라인 상에선 마치 방화범인 A씨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듯한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2일 이번 사건 피해자들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대구 법조계 한 관계자는 "아직 장례도 다 치르지 않았는데, 사건 관련 기사에 달린 이상한 악플이나 추측성 댓글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A씨가 자행한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의 범행으로 다수의 시민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게 됐다는 것.

윤우석 계명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방화살인의 한 형태다. 범인이 이미 사망해 분석에는 한계가 있지만, A씨가 직접 이해당사자가 아닌 이들을 타깃으로 한 것은 그저 '화풀이할 대상'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라며 "일반인들은 '왜 A씨 본인과 직접 원한 관계가 있는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하지 않았나'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범행 전 A씨의 심리상태는 이성적으로 설명이 힘든 상태였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A씨 본인 입장에선 개인적인 사유(투자 실패, 소송 패소 등)가 자신의 동기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죄 없는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정당화될 수 없는 짓"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구 한 대학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정황상 A씨가 범행 당시 흉기까지 휘둘렀을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그만큼 보복심리와 범죄의지가 강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갈등 구조 속에 놓여 있지만, 저런 식으로 무고한 남의 목숨까지 빼앗을 생각을 하진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0일 방화사건 피해자들의 빈소를 찾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 사건은 법질서를 훼손한 반문명적 테러"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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