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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뉴스] 백혈병 이겨내고 시집 세 권 낸 박남규 시인...다양한 봉사활동도

2022-12-07

"생을 다하는 날까지 이웃을 위해 나눔 실천하고 싶다"

[동네뉴스] 백혈병 이겨내고 시집 세 권 낸 박남규 시인...다양한 봉사활동도
2021년 논개 시 낭송대회에서 은상을 받은 박남규 시인.

시인 박남규씨(70, 대구 달서구 본동)는 아픔 속에서 세 송이 국화꽃(세 권의 시집)을 피웠다.
박 시인은 10남매 중 여섯째로 위로 누님 다섯, 아버지 나이 50세에 첫아들로 태어났다. 귀한 아들로 태어났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중학교를 졸업한 후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25세 되던 해에 건설회사에 취업해 15년간 건설업에 종사하였다.


배움이 짧아 건설회사에서 잡일부터 시작했다. 남다른 성실함으로 작업반장이 되고, 얼마 후 소장이 됐다. 더 열심히 일해 이사까지 되었다.


하지만 IMF 때 회사가 어려워져 정리해고되면서 택시 운전을 했다. 어느 날 손님과 IMF에 관해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손님이 내리면서 명함을 건네주며 같이 일할 마음이 있으면 명함 주소로 이력서를 내보라고 했다. 2~3일 후 이력서를 제출하고 그분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분은 재력가로 제주도에 10만 평 땅을 가지고 있었다. 건설회사에서 익힌 현장기술과 조경기술로 그분의 조경농장 일을 하게 되었다. 첫 월급 80만 원을 받았다. 성실함이 인정되어 3년 후 열 배가 넘는 연봉을 받게 되었다. 60대 초반까지 조경농장 월급 사장을 하다가 62세에 건강이 좋지 않아 대구로 왔다.


2015년 7월 30일 서울 S 병원에서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치료 약은 없습니다. 언제 어떤 병이 나타날지 모릅니다, 합병증을 치료하며 연장해가는 것이 최선입니다"고 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누나 따라 교회를 다녔는데 기도하던 중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남은 시간을 남을 위해 쓰기로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나와 가족을 위해 보냈다면 마지막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는 모르지만, 이웃을 위해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진단받고 3일 후 봉사단체를 찾아갔다. 어울림 무료급식소에서 허드렛일을 시작하여 한주에 2일 봉사를 했다. 죽음의 시간이 가까워진다는 조급한 생각이 들자 한주에 4일을 봉사했다. 장 보는 일, 밥 푸는 일을 하였다. 8개월 봉사를 하던 중 쓰러져서 응급실에 갔다. 의사는 골수 검사를 한 후 백혈병으로 6개월 정도 길면 1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했다. 항암치료는 거부했다.


다른 의사에게 협진하게 되었는데 골수이식을 권했다. 그 교수는 백혈병으로 골수이식을 받고 복직한 의사였다. 2017년 2월에 기증자를 찾았고, 그해 6월에 골수 기증자를 만났고, 6월 20일 골수이식을 받았다. 무균실에서 한 달 동안 투병 생활을 하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는 새벽이면 일어나 오늘도 아무 탈 없이 지나게 해 달라고 기도드린다. 이식 후 6개월쯤 되었을 때 몸은 살았지만 얼마를 더 살지 모르는 불안함이 따라다녔다. 뭔가 남기고 가야 할 것 같아 "책 한 권 내고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어릴 때부터 써 둔 글로 시집을 엮기로 맘을 먹었다.


아픔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것들을 담아서 2018년 3월에 '아프지 않아도 사랑하게 해 주세요'라는 첫 시집을 출간하고 보고 싶은 사람들을 모시고 출판 기념회를 했다. 2019년 10월에는 낮아지고 둥글어져 가고 있는 삶을 이야기한 두 번째 시집 '몽돌'을 출간했다.


올해 칠순을 맞아 '구들목' 세 번째 시집 출간을 했다. 아랫목과 위아래가 없어진 현대사회, 예절과 도덕이 뭉개지고 투박한 광목 이불이 필요 없는 요즘 '구들목'이 고향처럼 구수한 책으로 친구가 되고, 따뜻한 온기가 도는 '구들목'이 되기를 바라는 뜻으로 책을 펴냈다.


'구들목' 시가 인터넷으로 소개된 후 옛 향수에 젖게 하는 시로 미국 한인들한테 인기가 높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2016년 대한문학세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대구 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봉사하면서 느낀 소감을 적은 글이 '대구시 자원봉사 사례 수기 공모 최우수상'과 '전국 도동 시 낭송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건강을 추스르면서 봉사를 하다 보니 밥 푸는 일도 힘에 부쳐서 그만두고, 어울림 봉사단 홍보이사로 후원하고 있다. 시 낭송 재능기부로 교도소 재소자들에게 좋은 시를 낭송하며, 본동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글쓰기와 시화 그리기 봉사를 하고 있다. 그림은 코로나19로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그림 그리기 유튜브로 독학으로 배웠다. 3년 동안 연습한 그림 솜씨가 장난이 아니었다.


박 시인은 마지막 생을 다하는 날까지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면서 후회 없는 삶, 사랑을 나누며 아름다운 시처럼 열심히 살아가기를 소망하고 있다.


글=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사진=박남규 시인 제공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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