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룰 변경 표정관리 친윤
공개적 불만 표출하는 비윤
누구도 유불리 장담 어려워
전당대회, 이변 언제든 가능
살아 숨 쉬는 보수정당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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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호 서울 정치부장 |
'blessing'은 원래 '축복' 또는 그냥 '좋은 일'을 뜻한다. 그런데 앞에 'mixed'가 붙어 'mixed blessing'이 되면 '어떤 상황에 득과 실이 함께 존재한다'는 뜻이 된다. 필자는 지난 19일 국민의힘이 차기 전당대회 경선 룰을 당심 100%로 변경한 것을 보며 이 같은 생각을 했다.
현재로선 친윤계가 유리한 경선 룰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 때문일까. 친윤계는 표정 관리를 하며 경선 룰에 말을 아끼는 반면 중도 등 범비윤계는 반발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 의문을 갖고 있다. 친윤계에게만 유리할까. 당심=윤심(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이 가능할까. 이 같은 의문의 출발은 친윤계 당권주자 중 당심의 높은 지지를 받는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 윤심을 등에 업은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면 새로운 역학 구도가 나타날 수 있다. 또 친윤, 비윤 간 전략적 단일화를 통해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장담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범비윤계는 무조건 불리할까.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범비윤계에는 유승민, 안철수, 나경원 등 무게감 있고 콘크리트 지지층을 확보한 당권 도전자가 포진해 있다. 여기에 80만명에 육박하는 당원도 변수다. 지난 7월 당원권 정지를 당하기 직전까지 '당원 가입하기 좋은 날'을 부르짖던 이준석 전 대표로 인해 적지 않은 당원 가입이 이뤄졌다. 물론 국민의힘도 최근 당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과연 몇 명의 당원이 지역구 의원의 지시를 따를지 의구심이 든다. 많아 봐야 '30%'를 넘지 않을 것이다. 최근 급증한 수도권과 2030 세대의 당원 표심은 비윤계에 쏠려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후보 간 단일화는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여론기관 조사에서 유승민, 안철수, 나경원 등 비윤계 당권주자 3명이 꾸준히 10%를 넘고 있어 이들 간 단일화가 성공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친윤계 당권주자들은 낮은 지지율로 인해 단일화 효과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물론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해 결선투표제를 통해 친윤 대 비윤 양자 대결이라는 안전장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벌써부터 국민의힘 내에서는 비윤 후보 2명이 결선투표에 올라갈 경우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지난해 6월11일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찻잔 속 태풍으로 취급받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030 세대의 전폭적 지지 속에 당선되는 대이변을 목격했다. 이 같은 예상 밖 결과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필자는 친윤과 비윤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국민의힘의 실망스러운 모습에 국민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탄식했다. 하나하나 열거하지 않더라도, 우리 정당 역사에서 다시는 찾아보기 어려운 충격적 모습이었다. 이제라도 국민의힘이 더 이상 국민과 당원을 실망시키지 않는 정당, 언제나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위기의 대한민국에 구원투수로 남길 바랄 뿐이다.
임 호 서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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