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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칼럼] 성탄의 비극…"아이 울음소리 끊겼다"

2022-12-23

[이재윤 칼럼] 성탄의 비극…아이 울음소리 끊겼다
논설실장

성탄절 밑이다. AD(Anno Domini·주후) 칭호와 달리 예수 탄생 연도는 AD 1년이 아니다. 이를 공포한 525년 로마 수도원장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의 계산에 착오가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성서학자들은 헤롯 왕 사망 기록을 근거로 대게 BC 4년 이전 어느 해로 본다. 일부 천문학자는 목성과 토성이 겹치는 천문 현상이 BC 7~4년 사이에 일어났고, 성서에 등장하는 동방박사(magus·점성술사)들이 '이상한 별'을 따라 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으로 향했다고도 한다. '12월25일'도 정확한 예수 탄생일이 아니다. 율리우스력, 그레고리력이 다르고, 나라마다 다르고, 유대교·그리스정교·기독교가 같지 않다. 우리는 1949년 감리교 신자였던 이승만 전 대통령에 의해 '기독탄생일'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휴일로 지정됐다. '12월25일'은 '크리스마스 셀레브레이션(celebration·기념)' 정도로 이해하는 게 적절하겠다.

'아기 울음소리'에서 2천여 년 전 그때와 지금의 기이한 공통점을 찾는 건 분명 비약이다. X-마스를 앞둔 뒤숭숭한 단상(斷想)쯤으로 받아들이면 족하겠다. 이야기는 비극적이다. '유대 왕 탄생'은 유대민족에게 분명 '굿 뉴스'였지만, 결코 기쁨만을 주지 않았다. 어쩌면 공포의 도가니였는지 모른다. 구유에서 아기 예수를 알현한 동방박사들은 예루살렘을 지나면서 헤롯에게 '새 유대의 왕이 태어났다'고 알렸다. 헤롯의 광기가 폭발했다. 왕위를 위협할지도 모를 두 살 이하의 모든 아이를 살해했다. '영아 대학살'은 괴이하고 잔혹했다. 유대 마을에 아이의 울음소리가 뚝 끊겼다. 성탄의 기쁨엔 그런 슬픔이 함께한다.

다시 아이 울음소리가 끊겼다. 전혀 다른 이유로 2천여 년이 지난 지금, 눈에 익은 뉴스 헤드라인으로 등장했다. 근자 가장 충격적 소식은 이재명 소환도, 여당 전대 룰 개정도, 대통령 지지율 상승도 아니다. 골드만삭스 보고서다. 제목은 '2075년 글로벌 경제 전망'. 한국과 관련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20여 년 후 인도네시아와 이집트·나이지리아, 50년 뒤에는 파키스탄·필리핀 등 인구 대국의 경제 규모가 한국을 추월한다. 저출산·고령화 국가인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5위권 밖으로 밀려난다. 2050년대부터 GDP 성장률은 일본보다 떨어질 것'이라 했다. 2050년까지 기다릴 것도 없게 됐다. 그저께 정부가 발표한 내년 GDP 성장률은 1.6%. 2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OECD 내년 전망치 1.8%)에 역전당하게 된다.

저출산·고령화. 세계 10대 선진국 진입, 국민소득 4만달러의 꿈에 취해 있을 때 골드만삭스가 한국의 장밋빛 미래를 직격한 딱 하나의 이유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1명. 30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0.7명대로 떨어질 것 같다. 이런 추세라면 2085년쯤 우리 인구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블룸버그는 '한국, 인구 루비콘강을 넘어…'라고 경고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한술 더 떴다. "3세대 안에 한국 인구는 현재의 6%(330만명)에 불과할 것이다."

그동안 수백조 원을 쓰고도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저출산·고령화' 대책 순위는 어디쯤 자리 잡고 있는가. 기존 정책을 접고 완전 새판 짜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올인하라. 허튼 데 정신 팔고 있을 겨를 없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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