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속 스마트시티 생존전략…대체 불가능 첨단기술이 열쇠
영화 '아이언맨' 자비스처럼 자연스러운 인공지능 출시 코앞
여러 테스트 거쳐 스마트시티와 결합할 대표적 기술로 급부상
캄테크·홀로체인·디지털트윈 등 코로나 이후 전 세계적 주목
기존 스마트시티 표준에 맞추기보단 개별 도시에 맞게 적용을
![]() |
2023년 새해가 밝았지만 희망의 소식보다 경제적 불안, 전쟁, 에너지와 식량 조달의 어려움에 관한 소식이 더 많이 전파되고 있다. 2022년은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격한 한 해였다. 미국 연준의 4번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인한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그리고 팬데믹의 재림으로 인한 공급망의 붕괴 등 말 그대로 파괴(Disruption)의 해였다. 불안한 경기 상황에서 기업과 도시는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 불가피하다. 소비가 얼어붙는 수요 종말의 시대에는 소비자들이 거부할 수 없는 니즈를 창출하는 '뉴디맨드(New Demand)' 전략이 요구된다. 뉴디맨드 전략은 수요는 감소하고 공급비용은 증가하는 진퇴양난의 경영환경에서도 불가항력적으로 매력적인 수요를 창출하는 상품·서비스 개발전략으로, 기존에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는 대체 불가능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뉴디맨드 전략의 필요성은 스마트시티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판의 흐름을 바꾸는 영리한 플레이를 기획하는 도시 디자인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도시들이 추구하던 도시기능 첨단화가 아니라, 도시 구성원의 창조성과 자율의지를 바탕으로 자기 도시에 최적화된 수요를 발견하고 창출하는 스마트시티를 추진해야 한다. 기존 글로벌한 도시들이 만들어 놓은 표준을 무조건 따라갈 것이 아니라 개별 도시의 목적, 속도, 방향에 맞는 스마트시티로 디자인해야 한다.
![]() |
김희대 (대구TP 기획평가팀장) |
◆캄테크, 인공지능 그리고 홀로체인
코로나19 이후 세계 스마트시티는 미래 모빌리티, 지속가능성을 위한 탄소중립, 시민중심 문제해결, 긴급한 도시위기대응 등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는 중심 기술로 캄테크(Calm Tech), 인공지능, 홀로체인(Holochain), 디지털트윈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가전전시회(CES·2023년 1월5~8일)에서도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혁신적인 교통·물류 솔루션과 그린테크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캄테크는 다양한 기기의 직관적이고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각종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센서에 기반한 캄테크 기술은 인간중심의 기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우리를 매번 놀라게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오픈AI에서 GPT 시리즈의 4세대 출시를 예고한 해이다. 차세대 AI 모델인 GPT-4가 튜링테스트를 통과했다고 이미 떠들썩하다. 튜링테스트는 AI가 얼마나 사람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느냐를 측정하는 테스트다. GPT-4는 사용자와 기업이 저렴하고 편리하게 인공지능 엔진을 사용하도록 돕는다. 마치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와 말을 주고받는 인공지능비서 '자비스'처럼 인간과 흡사한 인공지능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홀로체인(Holochain)은 블록체인의 비효율성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모든 변동 사항을 하나의 거대한 원장에 기록하는 전체적인 합의를 관리하면서 엄청난 전기를 낭비한다. 탄소배출의 대표 기술로 항상 꼽히는 분야다. 홀로체인은 블록체인의 에너지 낭비와 높은 데이터 저장 요구, 프로세싱 병목을 제거한다. 홀로체인은 데이터 소유를 제어하는 도시솔루션, 무형의 도시자산 관리, 분산형 공급망 관리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스마트시티 뉴디맨드 디자인을 위한 원칙
급변하는 도시의 외부상황과 끊임없이 등장하는 혁신기술을 고려해 대체 불가능한 수요를 만드는 스마트시티의 뉴디맨드 설계를 위해서 우리는 스마트시티의 새로운 원칙들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먼저, 스마트시티는 도시혁신의 플랫폼으로 구축돼야 한다. 새로운 스마트시티는 도시기능을 스마트하게 만드는 차원을 넘어 도시에 다양한 실험이 창의적으로 일어나는 도시혁신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혁신플랫폼은 도시에 창조성, 개방성, 포용성을 만드는 토대이다. 스마트시티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줄탁하는 다양한 실험으로 도시혁신이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파리의 '15분 도시'나 걸어서 5분 안에 직주락교(職住樂敎)가 집적된 소위 '하이퍼클러스터'는 이러한 혁신플랫폼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둘째, 스마트시티는 '살기 좋은 도시'라는 목적에 헌신한다. 지금까지 스마트시티는 도시기능의 정보화 단계에서 첨단기술을 적용하여 도시의 편의성을 높이는 단계로 진화해왔다.
하지만 개인 데이터 사용 문제로 중단된 토론토 사이드워크랩이나 항저우 시티랩의 AI기반 교통관제시스템 실패사례처럼 첨단 기술 중심의 스마트시티의 문제점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스마트시티는 도시를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수단이자 절차, 기술, 기능 그리고 목적의 종합세트이다. 살기 좋은 도시란 생명 안전성, 경제적 번영, 기회와 선택의 다양성, 도시문제의 주도적 개입과 해결의 효능감이 높은 분산 민주성을 제공하는 도시다. 이러한 다차원적인 도시의 목적을 성취하는 데 스마트시티는 헌신해야 한다.
셋째, 성숙한 스마트시티는 균형적인 거버넌스를 가지고 있다. 행정과 전문가가 주도하는 하향식 도시디자인에 대한 반성이 많다. 이는 근본적으로 도시기능과 기술 그리고 시민들에 대한 관점의 전환을 요구한다. 성숙한 도시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도시 서비스를 기획하고 시민들이 분명한 주체로써 참여하는 다양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디자인싱킹, 리빙랩 등 당사자인 시민을 도시설계과정에 참여시키는 다양한 기법들이 진화하고 있다.
넷째, 스마트시티는 도시문제은행에서 출발한다. 스마트시티는 기술로 해결할 문제를 찾는 것이 아니라 해결할 문제에 맞는 기술을 찾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시에서 도시문제를 발굴·정의·공유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이 과정은 톱다운(Top-down)과 보텀업(Bottom-up)이 융합된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효능감을 높이는 동시에 일반인이 보지 못하는 숨겨진 도시 어젠다 도출이 가능하다.
다섯째, 스마트시티는 지구적 연결이다. 현대 도시들 사이에는 상호 견제와 협력이 엄격하게 작동하며, 글로벌 어젠다에 서로 영향을 받는다. 한 도시의 탄소중립 스마트시티 솔루션은 다른 도시와 빠르게 공유되고 전파된다. 당연히 한 도시의 스마트시티 어젠다는 도시 자체적인 문제이면서 동시에 글로벌한 어젠다가 되어야 한다. 대구가 추진하는 미래 모빌리티 중심도시, 태양광 발전단지 등은 이런 글로벌 어젠다에 조응한 수준 높은 정책이다.
격랑의 대항해가 노정된 2023년! 미래로 전환하는 도시는 새로운 판의 흐름을 만드는 뉴디맨드 디자인이 필요하다. 혁신적 기술은 빠르게 흡수하고, 새로운 원칙에 입각한 스마트시티 설계를 통해 위기에 강한 도시로 변모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대구TP 기획평가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