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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칼럼] 당원 투표하기로 했으면 당원에 맡겨라

20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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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국민의힘 당 대표를 뽑는 과정 곳곳에서 논리적 모순, 철학적 빈곤, 전략적 미숙이 발견된다. 급히 '룰'을 바꾼 것도 속이 빤한 일이었는 데 민심 1위 후보, 당심 선두 주자를 완력으로 주저앉히려는 건 상궤 이탈이다. '두려움'의 반영인가. 정당이 민심도 당심도 싫다면 어떤 용심(用心)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겠나. 오로지 용심(龍心)인가. '국민의힘'이란 칭호가 부끄럽다.

누구 편을 들어서가 아니다. 건국 이념의 근간을 세우고 번영의 초석을 다진 보수의 후예 국민의힘이 민주 정당의 일원으로서 제대로 앞가림하기를 바라서이다. 형식 없는 내용은 맹목적이고 내용 없는 형식은 공허하다.(이마누엘 칸트)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최소한의 민주적 외양도 외면한 채 맹목성을 부추기고 있다. '맹친윤(맹목적 친윤)'의 지나친 강요는 정당 민주주의에 반한다. '이끌든지, 따르든지, 비키든지'(테드 터너·CNN창립자) 결정할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 당원 투표하기로 했으면 당원에 맡겨라.

'룰 변경'은 머리를 거꾸로 쓴 것이다. '당심 70% 대 민심 30%'를 '80 대 20'으로 바꿨다면 민심 1위 유승민에겐 통했을지 모르지만, 당심 선두권 나경원·안철수 대응용으로는 부족했을 터이다. 그래서 나온 최종안이 '100 대 0'? 위인설칙(爲人設則)이다. 결정적 패착은 '결선투표제'. 유승민, 나경원 다 나오지 않으면 1차 투표에서 끝날 수 있다. 지지자 다수는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조직력 강한 후보가 유리하다. 다 나오면 무조건 결선 간다. 누구든 50%를 넘길 만큼 압도적이지 않다. 나경원, 유승민은 연동되는 대체재 같아서 둘 중 한 사람만 나올 경우의 수가 예상된다. 그때도 2차 투표 간다. 안철수까지 교통 정리할 요량이라면 꿈도 꾸지 마시라. 사고 난다. 이런 역학관계를 참작하면 유력 후보는 3~4명으로 압축된다. 결국 결선 가는 구도다. 1명의 친윤 후보 대 다수의 '멀윤' 후보? 이 구도가 강화되면 결선투표 결과는 예단하기 힘들다. 물과 기름 같은 멀윤 후보끼리의 악수는 어렵더라도 지지자 간의 자연스러운 연대는 말릴 수 없다. '김장연대'는 나와서는 안 될 메시지였다. 결선투표제가 '멀윤'을 위한 룰로 변질한 것은 아이러니다.

나경원의 욕구는 강하지만 결행은 미지수다. 풍찬노숙에 익숙지 않고, '양성주광성(陽性走光性·빛을 향해 나아가는 성향)' 때문이라고 수군댄다.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다시 장고 중이다. 사흘 전만 해도 "결심 거의 섰다"고 했다. 동료 의원들에게 전화해 "결심하려고 하는데 나 좀 도와줄 수 있나"고 한다지만, 짐작건대 흔쾌한 답을 얻지 못했을 듯하다. 설 연휴 카메라 앞에 설 것이다.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84만명의 선거인단. 30만명에 머물다 이준석 대표 때부터 급증했다. 이달 말 100만 돌파도 가능하다. 100만 모(母)집단의 성향을 어찌 짐작할까. 이준석도 "결선투표 가면 까무러칠 것"이라고 엄포 놓고 있다.

'개인의 욕망이 전체의 이익에 해가 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마키아벨리·장제원 의원 인용)는 격담은 누구에게도 예외 없다. "임기 5년이 뭐 대단하다고, 겁이 없다."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경고였다. 매사 두려워하고 삼가야 한다.

당원의 41%가 영남에 있다. 긍지를 갖되, 국민의힘 최대 주주로서 중심을 잡을 책무를 동시에 느껴야 한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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