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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칼럼] 한 번도 가지 않은 길 나선 민주당

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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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낯선' 풍경이라 했던가. 나경원 전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그랬다. "오늘 이 정치 현실은 무척 낯설다." 안철수 의원이 말을 이었다. "낯선 당의 모습에 저도 당황스럽다." 무얼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이번처럼 대놓고 대통령실의 개입 논란이 불거진 적은 당 대표를 지명하던 시절, 그러니까 3김 시대 이후 없었다. '낯설다'는 표현은 상궤를 벗어난 정치에 대한 '나경원식(式)' 불만 표출이었으리라. 나름 절제된 수사(修辭)였다. 권력하고 부딪히려면 배짱도 있어야 하고 강단도 있어야 하는데,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은 그러지 못했던 듯하다. 나경원은 대권 주자로 직행할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반면 안철수가 '나심(羅心)'을 업고 유승민 지지층도 싹쓸이한 듯하다. '윤심 역풍(逆風)'은 예상 밖이다.

또 하나의 낯선 풍경이 있다. 민주당의 길이다. 인생길이 죄다 그러하고 똑같은 삶이 어디 하나라도 있겠냐마는 민주당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 역시 낯설다. 유동규가 말문을 연 게 지난해 가을쯤이던가. "(이재명을)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다." 소위 'hot air killing(말려 죽임)', 조살(燥殺)의 섬뜩한 방식 아닌가. 이건 유동규의 엄포에 그치지 않는다. 검찰과 정부 여당 사이 이심전심 교감한 '이재명 고사(枯死)' 전략이란 소문이 돈 지 오래다. 총선은 물론, 4년 뒤 대선까지 아주 천천히 우려먹을 것이란 풍설이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재명과 민주당은 그 늪에 완벽히 빠졌다. '깡팬가 검산가' '수사냐 정치냐'는 항변이 부질없음을 아는가. 논쟁을 벌일수록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이 빠지는 늪의 법칙, 사막의 모래지옥과 같은 이치다. 검찰의 '영장 청구'에 맞서 '이상민 탄핵' '김건희 특검' '장외 투쟁' 등 투쟁의 3중 대오를 겹겹이 쳤다. 당장 내일 대규모 거리 집회를 연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전면전 선포다. 절대 다수당의 장외투쟁? 익숙지 않은 풍경이다. 이제 '정치'가 발붙일 틈은 없다. 승패는 '거리'에서? 이러다가 양측이 "싹 다 쓸어버리겠다"는 사기(邪氣)에 젖을까 두렵다. 파시즘, 나치즘도 그렇게 잉태했다. '친구는 조언을, 적은 경고를 해준다'(소크라테스)는 격담은 힘을 잃었다.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선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수심이 곧 우리의 근심이다. "한국 사회는 지금 정서적 내전 상태다." 검찰이든, 정부 여당이든, 다수 야당이든 '힘이 세다고 내 마음대로 하는 건 자유가 아니다.'(이준석 전 대표)

구속영장은 청구될 것이고 기소 또한 피할 수 없다. 당 대표가 내일 세 번째 검찰 포토라인에 선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줄소환, 줄기소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모든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는 어림잡아 3~5년. 야당 대표가 법의 족쇄에 묶여 미동조차 힘든 상황이 오랜 시간 이어진다. 그 사이 서너 번의 주요 선거가 지나간다. '조살'은 이재명이 아니라 민주당이 당할 판이다. 이런 국면을 수용할 것인가, 돌파할 것인가, 끊을 것인가. 동지애? 헛헛한 얘기다. '(이재명) 지키기'와 '지우기'의 기로(岐路)에 선 민주당. 생로(生路)로 안내할 사람은 이재명 대표 자신뿐이다. 무지를 아는 것이 앎의 시작이듯 버리는 것이 채움의 출발이다. 한 번도 가지 않은 길 가려면 한 번도 안 해본 도전에 나서야 한다. 민주당의 운명, 이재명 선택에 달렸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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