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고시 출신' '행정 달인'이라며 힘 못써
일각선 "안 하나 못 하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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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신청사 건립사업이 중단된 가운데 최근 대구 동구 일대에는 K-2 공군기지 후적지에 신청사 건립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눈길을 끌었다. <영남일보 DB> |
'이슬람 사원 건축'(대구 북구) '동물화장장 건립'(서구) '대구시청 신청사 이전'(달서구). 최근 대구에서 골머리를 앓는 민원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3선 구청장이 버티는 지역에서 발생한 민원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해당 지역 구청장은 나란히 행정고시 출신으로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는데,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3선 구청장들이 '안 하나' '못 하나' 논란도 나온다.
서구에선 대구 최초 동물화장장 건립이 무산됐다.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이 늘면서 큰 관심을 끌었으나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대구시 행정국장까지 지낸 류한국 구청장이 이끄는 서구청은 지난 2017년부터 동물화장장 건립 문제를 놓고 개인 사업자와 갈등을 빚어 소송까지 간 끝에 최근 대법원을 통해 교통정리를 했다. 주민 반대를 의식한 류 구청장이 동물화장장 건립을 '안 한 것'으로 해석됐다.
북구에서는 이슬람 사원 건축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주민 반발에 북구청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해 9월 북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 중지 처분 취소소송'에서 이슬람사원 건축주의 손을 들어 줬지만, 주민들은 요지부동이다. 급기야 주민들은 사원 건축 현장에서 이슬람에서 금기시하는 돼지고기를 구워 먹기도 했다.
대구시 국장과 북구 부구청장을 거친 배광식 북구청장은 사원 건립 예정지 인근의 반대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을 구청 차원에서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주민들이 거부하면서 평행선을 걷고 있다. 최근엔 상가건물을 매입해 사원이 들어갈 공간을 마련하는 대안도 고려했지만, 예산이 소요되는 일이어서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 구청장은 현재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달서구에서는 대구시청 신청사 이전 문제가 화두다. 신청사 이전지는 지난 2019년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부지로 정해졌지만, 현재 답보상태다. 대구시의회가 지난해 말 신청사 설계비 예산을 삭감하자 대구시가 관련 부서를 아예 없애버렸다.
대구시는 두류정수장 부지 일부를 매각한 자금으로 신청사를 지으려고 하는데, 달서구가 반대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시가 이런 방식으로 신청사를 짓기 위해 설계비 예산을 올리자, 달서구 출신 시의원들이 반대하며 삭감을 주도했다. 결과적으로 달서구 시의원들이 신청사 건립에 반대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동구 일대에서 대구시청 신청사를 동구에 유치해야 한다는 현수막까지 나붙어 속이 편치 않다. 이 구청장이 대구시와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시험대에 올랐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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