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 의결
사실상 야당 단독처리, 여당 퇴장
재계 "반경제적 입법 행위"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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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21일 오전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상정에 앞서 전해철 위원장에게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21일 국회 환경노동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이 주도해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위원장의 진행에 반발해 퇴장했다. 사실상 야당의 단독 처리다. 노란봉투법은 이제 법안 심사 마지막 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법제사법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상정을 막겠다는 입장이라, 야당이 본회의 직회부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 회부 60일 이내 법안 심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에서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에 직접 상정할 수 있다. 여당은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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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의 핵심 쟁점은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 제한'과 '사용자와 노동쟁의의 개념 확장'으로 요약된다.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 제한 관련 개정안은 폭력·파괴행위가 아니면 불법적 쟁의행위도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또 폭력·파괴로 인한 경우라도 노조의 의사결정에 의한 것이라면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고, 노조 존립이 불가능할 정도의 손해배상 청구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 여당과 재계는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의 경우에도 불법 쟁의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만큼 근거가 미약하다고 반대하고 있다.
개정안은 또 '사용자' 범위를 확장했다. '근로계약의 형식과 상관없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를 모두 사용자 개념에 포함하고 있다. 하청노조가 직접적인 근로관계가 없는 원청과 직접 단체교섭 및 협약을 체결하고 교섭이 결렬되면 적법하게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셈이다. 노동쟁의 개념에 대한 입장 차도 크다. 현행 노조법은 쟁의행위를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발생한 분쟁상태'로 규정하고, 주장의 불일치에 대해선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도 더 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노동쟁의의 개념을 '근로조건 및 노동관계 당사자 사이의 주장 불일치'로 변경해 기존 그 범위에서 제외됐던 정치적 사안 등에 대해서도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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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이 국회 환노위를 통과하자 경제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기업 간 협력관계를 약화시키고 산업생태계를 무너뜨려 대항할 수 없게 만드는 반경제적 입법행위"라고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노동쟁의의 대상을 확대하면 노사간 대립과 갈등은 심화되고 파업이 만연할 것"이라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 제한은 기존 불법행위 체계에 반함은 물론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이번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무분별한 노동조합 파업이 더욱 만연해지고 기업과 국가경쟁력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일관되게 호소해왔다"면서 국회 입법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입장문을 내고 "법적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교섭체계도 흔들리고 결국 사법적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며 "현장에서는 법률적 판단의 부분까지 쟁의할 수 있게 되면서 실력 행사에 의한 문제 해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 여야 여론전에 나설 듯
여야는 노란봉투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및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를 놓고 치열한 여론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노란봉투법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파업 만능주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노란봉투법의 국회 환노위 통과에 "산업현장의 평화를 가져오는 평화촉진법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에서 "이 법은 통과되면 그렇지 않아도 불법파업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는 일이 많은데, 우리나라를 파업천국으로 만드는 그런 법이 될 거 같다"고 우려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도 설전을 벌였다. 주 원내대표는 "이 법(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위헌일 뿐만 아니라 경제에 심대한 폐단을 가져올 것이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적극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취재진에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권력의 칼을 남용하는 것으로, 스스로 헌법적 가치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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