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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포커스 기법을 사용해 대상의 형체를 모호하고 불확실하게 표현한 홍상수 감독의 29번째 장편 '물 안에서'. <영화제작 전원사 제공> |
홍상수 감독의 29번째 장편영화 '물 안에서'가 베일을 벗었다. 제작사는 오는 12일 공식개봉에 앞서 지난 4일 기자·배급사 대상으로 시사회를 열었다.
영화는 지난해 4월 제주도에서 6회 차, 10일 동안 촬영했다. 감독의 전작인 '인트로덕션' '소설가의 영화' '탑' 등에 출연한 배우 신석호·하성국 그리고 처음 호흡을 맞춘 김승윤이 출연했다.
이날 시사회는 감독이 처한 개인적 상황 때문인지 여느 시사회장과 비교해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그는 배우 김민희와 수년째 연인관계다) 대개 국내영화 시사회가 출연 배우와 감독, 외부 게스트까지 참석해 시끌벅적하게 진행되는 것과 달리 특별한 이벤트 없이 조용히 영화 상영만 진행했다.
작품의 얼개는 단순하다. 배우를 꿈꾸던 남자가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은 것인지 연출로 방향을 선회한다. 그는 자신의 창조성을 확인하겠다며 사비를 털어 영화를 만들기로 하고, 같은 학교 출신인 동기와 후배를 데리고 제주도로 향한다.
촬영을 앞두고 막막해진 남자는 일행과 제주의 거리를 걷고, 술을 마시고, 또 걷는다. 홀로 핀 꽃에 감사하고, 바위에 붙은 고동에 감탄하기도 한다. 그러다 넓은 해변에서 혼자 쓰레기를 줍고 있는 여자를 보게 되고, 마침내 그녀와의 짧은 대화를 통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게 되는데….
홍 감독은 이번 영화를 위해 아웃포커스(탈초점) 기법을 빌려 왔다. 영화는 시종일관 꿈을 꾸는 듯 모호하고, 불확실하다. 대상의 움직임과 형체, 표정 등이 명확하지 않고 두루뭉술 흐트러져 있다.
이처럼 의도된 영화적 테크닉은 인물들의 대사와 소리에 오히려 집중하게 하기도 한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되는지 모르겠어" "명예를 얻고 싶은 거지… 내 안에 창조성이라는 게 있나 궁금했어"와 같은 대사는 감독의 영화적 메시지와 오버랩 되며 잔향을 남긴다.
영화는 지난 2월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인카운터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카를로 챠트리안 집행위원장은 "이 작품으로 홍상수 감독은 그의 시적 비전을 새로운 스타일을 통해 전달해 냈다"고 평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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