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고금리·역대 최다 입주물량 영향 '매수자 우위 시장'
할인분양·장기전세·마피 매물 적잖고 파격혜택 거는 곳도
집값 추가하락 가능성 등 위험은 여전…시세변동 주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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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1경산 중산지구의 한 아파트에 살던 A씨는 지난 3월 말 대구 중구 청라언덕역의 신축 아파트로 이사했다. 분양가에 프리미엄을 얹어 3억2천만원에 매입했던 자신의 경산 아파트 84㎡를 경기가 한창 좋았을 때보다는 1억원 넘게 낮은 3억8천500만원에 팔았다. 대신 중구의 신축 아파트를 3년 전 최초 분양가보다 6천만원 이상 저렴한 4억6천만원가량에 사들였다. A씨는 "현재 이사한 아파트는 입주지정 기간이 끝나갈 때 나온 급매물을 매입하게 됐다. 최근 호가가 5억원대로 오른 상황으로 당시 매수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면서 "경산의 아파트를 팔고 대출받는 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다. 부동산 침체기이니 좀 더 기다려보라는 주변 만류도 있었지만 대구 도심의 새 아파트를 이 정도 가격에 산 것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사한 집은 트리플 역세권이다. 노후를 보낼 집으로 대중교통, 개인적 동선 등을 고려해 대구 도심으로 이사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현재 주택불황기가 집을 구매하는 데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2입주한 지 8년 된 84㎡ 아파트에 사는 B씨는 좀 더 넓은 평수의 새 아파트로 이사를 고려해 왔다. 하지만 대구 주택시장 침체기로 매수 시기로 적절한지 판단이 잘 서지 않던 차에 인근의 신축 후분양 아파트가 10년 장기전세 임대를 도입한다는 소식에 106㎡형(전세)으로 이사를 고민 중이다. B씨는 "지금 할인 분양하는 입주 아파트를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아직 시장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전세 임대로 옮겨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지역 부동산시장은 현재 매수자 우위의 시장이다. 고금리와 급격한 집값 하락 여파에 더해 올해 역대 최대의 입주물량, 미분양 등의 영향으로 움츠러들어 있다. 하지만 대구 아파트 매입 및 이동 의향이 있는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내 집 마련 및 이동의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우선 미분양으로 주택시장이 냉랭한 가운데 분양가를 할인해 주는 분양 아파트가 있다. '10년 장기 전세' 등과 같은 기존에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후분양 아파트도 선택할 수 있다.
이전에 아파트를 분양받았던 수분양자가 입주를 앞두고 내놓는 '마피(마이너스피)' 매물도 적잖다. 주로 투자 목적으로 분양을 받았던 수분양자가 고금리에 집값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직접 입주할 여건도 되지 않다 보니 계약금 등을 손해 보면서 마피로 새 주인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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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부동산전문 광고대행사인 애드메이저의 조두석 대표는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입주 미분양 물량이 많아 건설사가 일괄적으로 할인을 적용해서 팔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 이미 분양을 받은 수분양자가 따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구매자의 상황에 따라 할인 또는 전세 등의 조건들이 다르게 펼쳐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 대구 아파트의 입주 예정 물량은 역대 최대로 3만6천세대를 웃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보고서를 보면, 대구 주택시장 입주물량은 올해 3만6천59세대, 내년엔 2만1천670세대가 예정돼 있다.
올해 구·군별 입주 예정 물량(애드메이저 자료)을 살펴보면 동구가 8천376세대로 가장 많고, 수성구(7천568세대), 서구(6천761세대), 중구(4천138세대) 등 대구 전 구·군에 입주 아파트가 있다. 이 같은 입주 물량은 대구 주택시장의 대표적인 리스크이지만, 또 한편으론 마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입주 아파트의 선택지가 넓다는 이야기도 된다.
당장 필요한 집이 아니라면 좋은 조건의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 리스트에 올려놓을 수도 있다.
특히 최근 분양한 아파트들은 계약금만 내면 입주 시까지 돈이 필요 없다는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일정한 시점에 계약 해지를 원할 경우 계약금 일체를 돌려주거나 계약 해지 시 계약금에 이자까지 지급하겠다고 혜택을 제시하는 단지도 있다.
물론 대구 주택시장에는 금리 부담이 여전한 데다 입주 물량 급증, 미분양 문제, 대내외 금융환경 불확실성 등 매매에 불리한 요소와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 기존 주택 처분도 현 부동산 시장에서 만만치 않은 과제여서 거래 활성화에 악재로 작용한다. 집값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이들도 많다.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이 애플리케이션 이용자(응답자 1천931명)를 대상으로 지난 3월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은 "현재 집값이 아직 바닥이 아니고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은행권 대출금리 하락, 특례보금자리론 인기, 부동산 규제 완화, 기저효과 등의 여파로 올 들어 주택 거래량은 늘고 있다. 수도권 곳곳에서 아파트값이 반등하는 단지가 나오고 대구에서도 일부 아파트 단지의 경우 이전 급매물보다 호가가 올라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올 들어 대구에서 신규 아파트 분양이 올 스톱되면서 공급 과잉에 대한 공포 심리가 다소 완화된 측면도 있다.
집값의 하락 폭이 둔화되면서 매수 심리도 점차 회복되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0에 가까울수록 공급 우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 우위)는 지난 1월 첫째 주 71.5였으나 5월 둘째 주에는 82.3까지 상승했다. 대구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같은 기간 59.3→75.2로 올랐다.
이처럼 혼돈스러운 부동산 시장에서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매입을 계획하고 있는 실수요자라면 집에 관심을 갖고 시장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권한다.
입주 여파로 급매물 출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세 변동을 주시하면서 거래 타이밍을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상임이사는 "올해는 박스권 내에서 부동산 가격이 등락을 거듭하면서 바닥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제하면서도 "거시적으로 봤을 때 주택 매매시장에 부정적 요인이 적진 않다. 하지만 개별 시장으로 볼 때 투자 목적이 아니라 실수요자라면 자신이 가고자 하는 관심 아파트를 정하고 시세 변화를 감지하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한 기회를 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추후에 가격이 좀 더 내려갈 수도 있겠지만 누구도 진정한 바닥을 알 수 없다. 가격이 더 하락하는 시점에 자신이 원하는 매물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고 덧붙였다.
조두석 애드메이저 대표도 "현 시장에서 주택 수요자에게 가장 좋은 것은 원하는 집을 입맛대로 골라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불가능한 얘기였지만 지금은 시장 자체가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내 집 마련을 생각하는 실수요자라면 지금부터 자기 상황에 맞는 집을 찾아서 조건들을 꼼꼼하게 비교하고 흐름을 지켜보며 신중히 결정하는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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