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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민주당의 불감증

2023-05-25

'정언 명령' 칸트의 도덕법칙
코인 투기 상식적 궤도 이탈
민주당 대응 굼뜨고 온정적
'닥치고 입법'도 불감증 발로
임대차 3법 민폐 반추해야

[박규완 칼럼] 민주당의 불감증
박규완 논설위원

'정언적(定言的) 명령'은 철학자 칸트의 도덕법칙이다. 조건이 따르는 '가언적(假言的) 명령'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무상(無上)명령이라고도 한다. 칸트는 도덕적 행위는 결과와 관계없이 행위 그 자체가 선(善)이기 때문에 무조건 수행해야 하는 정언적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도덕이야말로 인간의 보편타당한 가치라는 확언이다. '정언 명령'에 패러디를 살짝 입히면 '닥치고 도덕'쯤 되겠다.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는 정치인의 도덕률을 소환한다. 민주당은 돈 봉투 전당대회의 여진이 숙지기도 전에 다시 '윤리의 덫'에 걸렸다. '코인 타짜' 김 의원의 투기 행각과 위선적 '서민 코스프레'는 청년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20~30대의 민주당 지지율이 순식간에 10%포인트가량 빠졌다.

시대는 정치인이나 정당에 '닥치고 도덕'을 요구하지 않는다. 상식적 규범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누가 시비를 걸까. 하지만 김 의원은 상식의 궤도를 이탈했다. 정치자금법, 조세포탈 따위의 법적 문제를 차치해도 그렇다. 김남국의 코인 재테크는 '자산 불평등 심화를 막고 공정사회를 실현한다'는 민주당 강령과도 거리가 멀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다단계 사기"로, 최강욱 의원이 "짤짤이"로 폄하한 코인 아닌가.

도덕 불감증에 민심 오독(誤讀)이 겹친 형국이다. 황당한 자기 합리화도 가관이다. "이준석이 가상화폐로 돈 번 건 괜찮고 김남국은 비난받아야 하나." 하지만 이 전 국민의힘 대표는 에어드롭 방식의 코인을 받지 않았고, 가상자산 과세유예 법안을 공동 발의하지 않았으니 이해충돌의 소지가 없으며, 국회의원이 아니므로 상임위가 열린 시간에 코인을 거래할 일도 없었다.

민주당의 대응은 온정적이고 굼떴다. 여론이 악화되고 나서야 김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했다. 민심 불감증의 발로다. 24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선 국민 44%가 의원직 제명에 찬성했다. 야권 일각의 김남국 방어 기제는 궤변에 가깝다.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가 있느냐"(양이원영 의원), "진보가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건 잘못된 생각"(방송인 김어준). 민주당은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진보의 자산인 도덕성을 이미 탕진하지 않았나. '진보=무능·깨끗' '보수=유능·부패'의 등식이 깨진 지 오래다. 요즘엔 성추행 사건도 터졌다 하면 민주당이다.

민주당의 고질이 또 있다. 입법 불감증이다. 정책적 효율성, 민심의 공감, 여당과의 공조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법안을 쏟아낸다. '닥치고 입법'이다. 선거 셈법만 따지는 정치공학이 작동했다면 더더욱 난감하다.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 46만명의 표심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맞서는 도돌이표 정치를 언제까지 봐야 하나.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이어 민주당 단독 처리를 불사한 노란봉투법, 방송법 개정안도 폭발력을 잉태한 뇌관이다. 민주당은 축조심의 없이 밀어붙인 임대차 3법의 민폐와 부작용을 반추해야 한다. 민생 법안에만 화력을 몰아주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많은 재산을 소유한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세상이 인정하는 진리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의 첫 문장이다. 이런저런 불감증으로 허우적대는 민주당에 필요한 건 '강력한 쇄신' 아닐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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