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30607010000744

영남일보TV

[영남타워] 비리가 일상이 된 대한민국

2023-06-08

[영남타워] 비리가 일상이 된 대한민국
임호 서울 정치부장

비리가 반복되면 일상이 된다. 국민은 기득권의 비리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체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치권이 앞장서 누가 더 잘못했냐며 서로를 헐뜯다 금세 잠잠해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비리가 터지면 또 서로를 헐뜯을 것이다. 무한 반복될 뿐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입시 비리 의혹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부동산 투기 사태,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의혹에 온 국민이 분노했다. 여기에 도덕적으로 가장 깨끗해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조차 고용세습을 위한 자녀 취업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에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더욱이 부패의 온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들은 책임을 통감하기보다 스스로의 잘못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젠 할 말을 잃었다. 필자는 비리가 반복되는 이유는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동안 각종 비리에서 실제 법의 심판을 받고,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참담한 손해를 본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리 멀지 않은 과거로 가보자. 2013년 강원랜드 채용 비리가 있었다. 당시 합격자 518명 가운데 무려 95%에 달하는 493명이 국회의원, 공무원, 강원랜드 임원, 지역 유지 등의 청탁을 통해 합격한 걸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로 226명이 퇴출됐지만 나머지는 살아남았다. 문제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실패한 피해자에 대한 구제 방법은 없는 반면 부정 청탁으로 합격한 당사자는 명확한 물증이 없다면 해고할 방법이 없다. 채용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선관위 자녀들도 사법당국의 수사에서 확실한 물증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들도 직장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최소한 본전치기는 한 셈이다.

대한민국의 비리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지표가 있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22년 대한민국 국가 청렴도는 63점으로 180개국 가운데 31위이다. 문민정부 시절이던 1995년(27위) 이후 가장 높은 순위다. 또 2017년 51위와 비교하면 무려 20계단 상승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상에 비추면 청렴 지표가 낮은 수준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정치부패의 정도를 측정하는 민주주의 지수(공공부문·행정·입법·사법)가 3년 만에 하락한 것이다. 지금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라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에 가장 시급한 것은 경제성장이 아니라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대한민국은 아무리 노력해도 더 큰 나라로 나아갈 수 없다. 원칙을 위반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 했다면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 원칙에서 이탈하는 것이 결코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강한 교훈을 심어줌으로써 원칙에 대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 비리는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범죄 행위다. 누군가가 '백'을 동원해 이득을 얻는다면 과연 누가 공정한 경쟁을 하려 할까. 그로 인해 피땀 흘려 노력한 정직한 국민은 잘못된 패배의 잔을 마셔야 한다. 비리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낼 수는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잘못한 자들에게 자비가 없는 세상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임호 서울 정치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