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만든 아동 언어발달 치료용 게임 '토키랜드' 만나 보세요"
![]() |
AI 기반 음성 솔루션 기업 네오폰스<주>의 박기수(왼쪽 첫째) 대표와 직원들이 홍보 부스에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네오폰스 제공> |
"밥을 먹이고, 양치질과 운동도 시킬 수 있습니다. 캐릭터를 키우면서 발화를 유도하고, 정서와 사회성, 올바른 생활습관까지 기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인공지능(AI) 기반 음성 솔루션 개발 기업 네오폰스<주>는 최근 '토키랜드'를 정식 출시했다. 토키랜드는 의사소통 장애 아동들에게 발화를 유도해주는 셀프 트레이닝(자기훈련) 앱이다. 육성형 게임과 치료를 절묘하게 엮어 아이들이 편하게 즐기면서 치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신경외과 교수이기도 한 박기수 대표
치료사 연결 '토키토키' 콘텐츠화 버전
아동 스스로 즐기며 훈련하는 앱 개발
질환 진단·예측 '음성청진기 AIVIS'
목소리 듣고 뇌병변 장애 등도 판별
![]() |
네오폰스가 추구하는 가치를 잘 담아낸 회사 슬로건. |
◆토키토키와 토키랜드
네오폰스는 토키랜드에 앞서 언어치료 서비스 온라인 플랫폼 '토키토키'부터 구축했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는 토키토키를 통해 언어치료사와 1대 1로 연결해 훈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화상 미팅을 통한 비대면 치료도 가능하다.
처음엔 단순히 치료사와 환자를 연결해 비대면으로 치료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네오폰스는 치료사들이 치료 과정을 기록할 수 있는 체계화된 시스템이 없고, 치료사마다 기록 방법이 각기 달라 혼란스러워 하는 환자나 보호자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마치 과거 몸이 아프면 한약방을 수소문해 방문하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셈이다.
이에 지난달부터 한국언어재활사협회와 손잡고 표준화된 전자차트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전국 30개 기관이 먼저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오는 8월 추가 기관을 모집해 연내 100개 치료기관과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표준화된 기록이 쌓이면 치료사도 환자 및 보호자도 상향 평준화된 치료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토키랜드는 토키토키의 콘텐츠화 버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집에서 아이가 스스로 또는 부모 도움을 받아 훈련할 수 있는 비대면 콘텐츠의 필요성을 느껴 개발에 착수했다.
토키랜드는 아동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음성 AI 엔진으로 아동의 발화를 분석한다. 성취도를 파악해 아동의 월령과 발달수준 등에 따른 맞춤형 콘텐츠와 리포트를 제공한다.
향후엔 아이들뿐 아니라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이나 뇌 질환자 재활 치료 목적 등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말문이 트이지 않은 아이들에겐 말에 대한 흥미를 유도하는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무(無)발화 학습 카테고리에서 음성인식의 시각적 피드백을 제공한다. 모음과 쉬운 발음의 단어들로 구성해 말을 시작하는 단계의 아이들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최근엔 코로나19 영향으로 사회적 접촉이 줄어 말이 트이지 않은 아이들이 토키랜드 덕분에 말이 늘었다는 후기도 있다.
토키랜드의 강점은 확실한 세계관이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귀여운 캐릭터와 스토리를 탄탄하게 구축한 덕에 넓은 확장성을 갖췄다. 현재 커리큘럼을 완수하는 데 대략 6~8주가 걸린다. 앞으로 발음을 개선하기 위한 스테이지 등을 추가해 세계관을 넓혀갈 계획이다.
박기수 네오폰스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는 결국 약을 카피하는 것이다. 규칙성이 없으면 귀찮은 치료 과정을 따라가질 않는다. 아이들은 더 그렇다. 그래서 세계관을 적용했다"며 "우리 회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아내가 웹툰 작가다. 그 덕분에 확실한 세계관을 갖추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직관적으로 우리를 연상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어야 아이들에게 접근할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세계관부터 만든 뒤 콘텐츠 개발에 들어갔다"고 했다.
![]() |
AI 기반 음성 솔루션 기업 네오폰스<주>가 개발한 '토키랜드'의 캐릭터. <네오폰스 제공> |
![]() |
AI 기반 음성 청진기 'AIVIS'의 예시 화면. <네오폰스 제공> |
◆AI 기반의 음성 청진기 'AIVIS'
"당신의 음성에 가치를 입히고 세상과 연결합니다."
네오폰스가 내건 슬로건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잘 표현하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신경외과 의사이기도 한 박기수 대표는 평소 뇌와 관련된 질환자들을 대하면서 음성, 발화가 일종의 경고 신호로 활용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병을 늦게 발견하거나 병원을 뒤늦게 찾는 주된 이유는 경고 신호를 제대로 읽지 못해서다. 특히 뇌 관련 질환은 갑작스레 다가오기 때문에 미리 검사를 한다고 해서 발견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뇌 질환자들은 발음이 다소 어눌해지는 등 사소하게 넘길 수 있는 신호들이 있다. 실제 병이 발현한 환자들은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수준인데, 수술 후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이어 "뇌 질환을 범주화해보니 음성과 발화 관련 질환이 많았다. 일정한 패턴을 찾을 수 있겠다 싶었다. 물론 확진으로 결정하기엔 개인 컨디션 등 각종 변수가 있다. 그래서 심장·폐를 청진하듯 음성을 청진해서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 안에서 확률로 계산한다. 이를 진료나 치료를 보조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게 바로 AI 기반 음성 청진기, 'AIVIS'다. AIVIS는 네오폰스를 떠받치는 코어 엔진이다. AI 엔진까지 덧입히면서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
발화와 음성이 가진 '바이오마크'를 찾아낸다면 진료·치료뿐 아니라 보험·헬스케어, 보안 기관, 방위 기관 등에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AIVIS는 단어·문장을 읽으면 음성·언어 장애를 등급별로 구분한 뒤 질환을 진단·예측하는 프로그램이다. AI 엔진을 탑재해 데이터가 쌓이면 더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감기나 성대결절 등 발성 기관 질환부터 청각 장애, 뇌병변 장애, 심리적 원인으로 인한 장애, 발달 장애,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 말더듬이 등 다양한 질환으로 확장할 수 있다.
지난해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맞춤형 신속 분류 품목에 '언어음성장애진단보조소프트웨어' 항목을 신설했다. 그만큼 이 분야의 미래는 밝다. 종전엔 음성·언어 진단에 활용하는 사례가 없었다. 이 때문에 의료기기로 분류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했다. 현재는 해당 항목을 통해 인허가를 위한 탐색 임상이 진행 중이다.
박기수 대표는 "AIVIS를 바탕으로 이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릇, 그리고 더 풍성하게 해줄 양념을 찾는 과정이다. 토키랜드와 토키토키가 그 일환이고, 다시금 AI 엔진을 강화하는 재료로 쓰인다"며 "구글도 '엔드 프로덕트'는 50년을 목표로 구상하듯 우리도 최종 목표하는 바를 구축하는 데 최소 20년을 바라보고 있다. 토키랜드가 중심 콘텐츠로 자리 잡길 바라며 서포터스 운영 등을 통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